숫자를 내려놓고 듣게 된 아이의 목소리
개인용 제품의 설계를 가장 잘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대부분은 사용자의 평균을 내서 해당 사이즈를 맞추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면 해당 평균 사이즈에 딱 들어맞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대다수의 사람이 맞겠지, 그게 평균이니까. 나 또한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평균의 종말', 이 책의 첫 부분은 나를 강렬하게 이끌었다.
1950년대 미국 공군에서는 조종사들의 신체 치수를 측정하고 그 평균값으로 조종석을 설계했다. 그런데 확인해 보니 조종석 설계상 가장 연관성이 높은 10가지 항목에서 평균 편차가 30% 이내인 사람이 4천여 명 중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3개 항목만 골라도 3.5% 미만. '모든 것이 평균인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평균에 들기 위해 노력하고, 더 정확히는 평균 이상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친다. 학생 때는 성적표로, 회사에서는 성과로, 나이가 들면 자산으로. 수치화할 수 있는 모든 것의 평균을 내고 그에 따른 내 위치를 확인한다. 그렇게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평균'이라는 숫자에 지배당한다.
태어나서부터라니.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드는가? 영유아 검진을 하면 키, 몸무게, 머리둘레가 100명 중 몇 등인지를 알려준다. 월령에 비해 너무 작은 아이가 있으면 발달이 느린지 확인하기 위함인데 엄마인 나로서는 딱 중간만 가기를 하는 바람이 들었다. 우리 아이는 잘 먹어서 키와 몸무게가 각각 30등, 15등이었는데 너무 빠른 것 같아 50등을 만들고 싶어 더 달라는 분유를 적게 먹인 적도 있었다. 아이는 아직 배가 고프다며 우는데 이미 많이 먹었다며 우유병을 뺏을 때는 죄책감이 몰려왔지만, 소아비만이 될까 두려워 쪽쪽이로 아이를 달랬다.
결국 우리 아이는 다음 검진 때까지 키와 몸무게가 크지 않아 25등으로 내려갔는데 그러니 이번에는 내가 성장을 막은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나는 결국 아이에게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며, 의미 없는 숫자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상술했듯이 모든 것이 평균인 사람은 없기에, 결국 미국 공군은 조절 가능한 좌석과 헬멧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자동차에서 쓰고 있는 시트 조절이 바로 그때 개발된 것이다. 운전대에 앉아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시트 위치를 조절하는 것처럼, 엄마로서 아이가 건강하다면 내 아이가 바라는 것을 알아채고 그에 맞춰 키워야 했다.
이 책은 수학적 개념이었던 '평균'을 어떻게 인간에게 적용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의미 없는 짓인지를 설명한다. 인간에게는 너무나도 많은 특성이 있는데 이를 일원화하여 등급을 매기고 수치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같은 사람이더라도 맥락에 따라 다른 선택과 행동을 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 개개인으로서 바라보고 그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경로의 원칙'이었다. 우리는 개인의 성장이나 학습 속도에 중대한 의미를 부여하며 더 빠른 것을 더 훌륭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더 빠른 것을 위해 '올바른' 경로라는 것을 설정하고 이를 따르기를 강요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따라야 하는 '정상적'인 경로란 없으며,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그에게 '맞는' 경로가 있을 뿐이다. 내비게이션이 여러 가지 길을 알려주지만 시간과 사고 여부에 따라 길을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일단 수치화된 기준이 보이면 우리는 사람보다 숫자를 먼저 보기 시작한다. 그래서 사랑하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인 나조차도 그 숫자에 매달려 아이의 울음을 외면했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평균 키와 몸무게라는 숫자에서 벗어나니, 아기의 진짜 니즈가 보였다. 이 울음이 진짜 배고픔을 말하는 울음인지, 아니면 습관적으로 빨던 것이 사라져서 우는 것인지를 아이의 표정과 패턴을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단순히 평균 이 월령에는 하루에 몇 ml를 먹여야 하는지, 평균 키와 몸무게는 얼마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사람에게 '평균'이라는 것을 매기는 것이 얼마나 단순한 생각인지 깨닫게 되었다. 모두가 머리로는 알고 있듯 모든 것은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앞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수많은 '평균'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다른 사람의 기준에서 벗어나 내 아이만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