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적인 아이로 키우고 싶어

아이만의 속도를 믿으니 보이는 작은 성장들

by 희라의 오늘배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놀란 점은 거의 모든 발달기준이 굉장히 폭넓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뒤집기를 성공하는 개월 수는 4개월에서 7개월' 같은 식이었다. 이렇게 보면 당연히 개인 차가 있겠지 싶을 수도 있겠으나, 아기는 연령이 아닌 월령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한 달 한 달 쑥쑥 자란다. 4개월과 7개월은 단순히 3개월이 아니라 어린이 기준으로 3년 정도의 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그렇게 다른 개월 수를 범위로 잡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보통 개월 수 별로 이 정도 발달 수준은 보여야 한다고 표기해야 하지 않나? 하며 의아해했다. 임신 때는 주수별로 정확히 그 증상과 발달이 나타나기에 아기도 평균이 있으면 그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 아기를 키울 때 월령별 발달사항을 찾아보고 아기가 아직 그것을 하지 못하면 굉장히 불안해했다. 신생아 때 손톱 자르기가 무서워 권장 주수보다 손싸개를 조금 늦게 벗겼는데 해당 월령의 소근육 발달사항을 아직 하지 못하니 내가 아기의 발달을 지연시킨 건가? 하며 열심히 연습시키기도 했다.

터미타임도 태어나자마자 시켜야 한다는데 한 달이 지나서야 시작하고 그나마도 아기가 힘들어하거나 잊어버려 많이 시키지 못했다. 그런데 아기 때 터미타임을 많이 시키지 않으면 사경(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이 생긴다고 해서 또 가슴이 내려앉았다. '우리 때는 몰랐는데 나도 잘 컸으니 괜찮을 거야...'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아기가 뭔가 늦는다고 느껴질 때마다 심장은 사정없이 쿵쾅거렸다.


내가 그렇게 일희일비하는 중 아이는 어느새 건장한 우량아로 쑥쑥 자랐고 발달사항도 굉장히 빨랐다. 5~7개월에나 한다는 되집기는 4개월에 이미 끝냈고 7~10개월에 하는 기기, 앉기, 잡고 서기는 6개월에 이미 자유로웠다. 평균 1~3개월이 빠른 것이니 왠지 내가 잘 키워서 그런 것 같아 '어릴 때부터 수영을 많이 시켜서 그런가?' 하며 처음에는 뿌듯하고 신기했다.

그런데 너무 빨리 서고 걸으니 관절이나 무릎에 무리가 가는 것은 아닐까, 충분히 기어야 신체 균형이 맞는다던데 한쪽으로 기우는 것은 아닐까 하며 또 다른 걱정이 시작되었다. 자꾸 잡고 일어서려는 아이에게 더 기어야 한다며 함께 기어 다니기도 하고 한쪽 무릎을 펴고 걷는 아기를 보며 나머지 한쪽 다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병원에 물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발달이 빨라도 늦어도 평균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보이면 바로 걱정을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왜 평균에 집착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이는 잘 자라고 있고 평균은 말 그대로 평균일 뿐인데, 왜 기준을 내 아이가 아닌 밖에 두었을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육아에서 정답을 찾으려고 했던 나 자신에 있었다. 정답이 없는 육아에서 평균이라는 말이 주는 안도감은 내가 잘하고 있다는 증거 같았다.

하지만 어느샌가 평균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오히려 그 기준이 내 불안을 키우고 있었다. 육아에서 정답이 없다는 말은 '우리 아이만의 시간표'를 믿으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미 사회에 찌들어버린 나는 사회가 주입한 기준이 없으니 어딘가 벗어날까 두려운 마음에 그 기준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내 아이의 발달 과정 하나하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부모님과는 달리 평균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이 때는 당연히 이렇게 해야지'하며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그 당연한 말을 내 아이에게는 적용하지 못한 채, 아이에게 자꾸만 강요하고 있었다. 이를 깨달은 순간, 나는 비로소 아이가 한 걸음 한 걸음 자신만의 길을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균에서 벗어날 용기를 가지니, 아이가 해내는 모든 '처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봄에 피는 꽃이 여름에 피는 꽃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모두 자신만의 속도와 길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평균보다 나은 삶을 꿈꾸며 더 빨리 피어나고 싶어 발버둥 친다. 꽃마다 피는 시기가 다른 것은 그냥 자신에게 맞는 시기가 그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다른 사람들의 기준이 아닌 우리 아이만의 시간표를 믿기로 했다. 더 이상 마음 졸이며 평가하지 않고, 매일 조금씩 자라나는 아이를 웃으며 그 순간을 즐기고 싶다. 그렇게 우리 아이가 피어날 계절을 기다리며, 나도 함께 우리만의 속도로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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