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씨부인전, 거짓 속에서 몸부림치다

신분사회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여인의 이야기

by 희라의 오늘배움

"오랜만에 보는 웰메이드 드라마인데?"

마지막 회를 다 본 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첫 장면부터 마지막 회까지, 드라마 '옥씨부인전'은 촘촘하게 엮인 서사와 감정의 결이 살아 있었다.


이 드라마가 특별했던 이유는 모든 등장인물이 각자의 서사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주인공은 구덕이(옥태영)이지만, 그녀를 둘러싼 모든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서사를 품고 있었다. 모두가 그렇게 얽히다 보니 전개가 자연스럽고 억지스럽지 않다. 또한 입체적인 캐릭터들은 선악의 경계를 흐리며, 시청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신분사회 속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인가. 구덕이는 우연한 계기로 태생의 한계를 넘어 옥태영이라는 인물로 살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삶이 아닌 옥태영의 삶을 대신 산다는 생각에 언제나 들킬까 봐 마음 졸인다. 시청자들은 그녀와 함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언제나 남을 위한 선택을 하는 그녀의 행복을 응원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옥태영의 꿈이었기에 구덕이가 선택한 외지부라는 직업 또한 신분과 상관없이 글만 알고 있다면 할 수 있는 직업이다. 이는 신분제가 절대적인 사회 속에서 개인의 능력으로 한계를 시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가 가장 흥미롭게 보았던 부분은 노비와 양반의 관계였다. 대부분의 사극에서 노비는 배경에 머무른다. 그저 명령을 수행하고 목격자 등 일시적으로 나오는 단역. ("지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슈") 하지만 이 작품에서 노비는 감정과 의지를 지닌 독립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주인공이 노비 출신이라서일까. 그녀와 노비들 사이의 관계는 단순한 주종을 넘어선 인간적인 유대를 보여준다. 심지어 주인공의 집안만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양반집의 노비들도 마찬가지이다. 노비를 하나의 인간으로 대하던 양반들은 그들에게도 존경받고, 권력으로 사람을 짓밟던 이들은 그 대가를 치른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구성력도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이 작품이 수미상관 구조를 취한 듯 보였다. 첫 회에 이미 결말이 암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결말처럼 보이던 장면’은 마지막 회가 아니라 15화에 등장한다. 덕분에 시청자는 끝까지 결말을 예측할 수 없고, 긴장감을 놓지 못한다.

그리고 마지막 회에서는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너무나 필요한 비현실적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이 엔딩은 단순히 주인공이 행복해져서가 아니라, 그 행복이 얼마나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는 길 끝에서 얻어진 것인지를 알기에 뭉클하다.


드라마 '옥씨부인전'은 구덕이가 조선시대의 신분적 한계와 권력 아래에서 개개인의 능력으로 행복을 쟁취하는 처절한 과정을 그렸다. 아무리 똑똑해도 노비라는 신분에 갇혀 소혜아씨의 몸종 노릇만 하던 주인공이 새로운 삶을 살게 되며 많은 사람들을 구하는 서사를 통해 작가는 묻는다.

그녀는 거짓말을 했기에 죄인일까, 아니면 모두를 속였지만 가치 있는 삶이었기 때문에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까? 수단과 결과,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는 오래된 질문이지만, 드라마는 이를 통해 시청자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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