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 1. 달리기

by 이우주


2024년은 '사람 밑도 끝도 없이 변하더라'는 걸 체험한 한 해였다.


나는 100m를 24초에 뛰는 사람. 우리 조 순위를 넘어 다음 조에서 2등을 한 적도 있다. 비가 쏟아져도, 신호등이 바뀌어도 뛰지 않았다. 달리기가 싫었다.

2024년 5월 어느 날. 봄밤을 산책하는데 배꼽은 간질간질 무릎은 싱숭생숭. 결국 참지 못하고 1.74km를 뛰었다. 둘째 날은 50m를, 셋째 날은 60m를 더 뛰었다. 느리게 느리게 구르지만 꾸준히 달렸다. 남들보다 느린 건 정말이지 상관 없는 일이니까.


내 쪼대로 달려서 가을엔 하프 마라톤을 2시간 44분이나 걸려 완주했다.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수많은 러너들이 바삐 스쳐갈 때 나는 금강의 윤슬을, 길가의 잡초꽃을, 널어놓은 고추를, 하늘을 보았다. 홀로 남아 뛰던 그 시간 전체가 행복했다.


몸 상태가 위태로워 뛰지 못하는 요즘, 권은주 감독의 '나를 사랑하며' 달리라는 말을 믿고 좀 더 기다려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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