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들이 있는데 다승, 방어율, 삼진비율, 피안타율, 퀄리티스타트 등이 그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다승과 방어율일 것이다.
참고로 야구 룰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히 설명하면 다승은 실점과 상관없이 이긴 경기가 얼마나 많냐는 것이고,
방어율은 실점을 얼마나 최소화했냐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지표들은 모두 기록으로 남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지표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과정보다도 자신이 원하는 목표와 자리에 꼭 달성해야 그래도 열심히 산 것 아닌가라는 생각들이 마치 다승왕의 타이틀을 얻는 것과 같고,
방어율은 실점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실패하지 않고 실수도 최대한 하지 않아야 된다는 압박감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야구에서 또 다른 중요한 지표가 투수의 제구력이다.
제구력이란 투수가 자기가 원하는 곳에 던지고 싶은 구질로 던질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런데 이 제구력을 갖추려면 선제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안정감과 침착함이다.
그리고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믿는 것이다.
제구력은 수치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다승왕이나 방어율 같은 타이틀은 없다.
하지만 야구경기를 보는 사람들은 다 알 수 있다.
야구에서 제구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지금 이 선수가 흔들리고 있는지 아닌지, 즉 제구력이 좋은지 나쁜지를..
나는 류 현진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오래 버틸 수 있었던 중요한 능력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제구력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제구력이 좋은 투수의 경기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결국 제구력이 좋으면 다른 지표들도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도 앞으로의 삶의 제구를 안정감 있게 잘해보고 싶다.
내가 갖고 있는, 나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구종을 잘 사용하여서 삶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고 싶다.
살아가다 보니 인생의 성적은 정말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미소 지어지는 인생의 9회 말을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아직은 우리 모두에게 5회 초도 안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