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명절에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엄마가 갑자기 이제 갖고 가라며 우리 삼 남매의 사진들을 모두 분류해 놓아 우리 각자에게 모두 건네주었다.
참고로 우리 가족 모두가 사진을 찍고 찍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동안 각자의 사진들을 챙기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엄마의 그 행동이 우리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사진을 좋아하지 않다 보니 양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우리 모두 자연스럽게 서로의 사진을 보며 새삼 놀라기도 하고, 지우고 싶다고 괴로워하면서 한바탕 웃는 시간들이 있었다.
나도 순간 이게 나라고? 하면서 꺅~~ 한 사진들도 있었다.
이제는 꽤 시간이 흘러버린 예전의 사진 속의 모습들을 보면서 과거를 소환하기도 했고, 의미를 재해석하는 사진들도 있었다.
서로가 말은 안 하지만 잠시 어떤 생각들을 하면서 뜻밖의 소통을 한 것 같다.
따뜻한 시간이었다.
사진 속의 내 모습을 보았다.
그 순간 문득 사진 속의 나는 지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건 단순히 어떤 기억과 저장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실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사실 나는 사진을 잘 보관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던 사람이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다.
나에게 이미 주어진 사진들은 소중히 간직하기로.
그리고 가끔은 꺼내서 다시 볼 것 같다.
요즘은 이렇게 생각이 바뀌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나 기준들이 조금도 바뀌지 않는다면 불행한 일일 것이다.
잊고 있었던 사진첩은 내게 새로운 시선을 가져다주었다.
여러분들에겐 어떤 사진첩들이 있으신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