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북카페 투어
인스타그램의 추천으로 '퇴사준비생의 도쿄'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개인이 퇴사를 하기 전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우리나라 가장 비슷한 일본의 특이한 가게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북카페를 하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는데 북카페라는 것이 어떻게 유행하게 되었고 , 어디서부터 그 유행이 시작되었는지 몰랐다가 가장 가까운 나라인 일본에서 그 유행을 이끈 서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당장 가고 싶었다.
평소 같았으면 싶었다 에서 끝났을텐데 이번에는 책에서 보자바자 바로 도쿄행 티켓을 끊었다.
나에겐 시간도, 돈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무작정 도쿄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부랴부랴 숙소도 알아보고 시내 교통편도 알아보았다.
기왕 가는거 하루만 있을게 아니라 일주일정도 여유롭게 돌아다니고 싶었다.
어디어디 갈지 고민하다가 시부야, 다이칸야마에 있는 츠타야 서점과 아카데미힐스 라는 초고가 북카페를 가보기로 했다.
도쿄행 비행기를 타고 시부야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바로 시부야 츠타야 서점으로 향했다.
시부야 츠타야 서점은 건물 전체가 다 서점이다.
하지만 1,2층은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고, 3~6층은 dvd 및 cd를 판매해서 서점의 느낌은 나지 않는다.
7~8층을 올라가니 드디어 책이 보였는데 구성은 우리나라 교보문고나 알라딘이랑 그렇게 큰 차이가 없어서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아무래도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에 가봐야 하나보다.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니 식사와 커피, 술을 같이 판매하는 북카페 겸 북 바가 있었다.
일본사람들은 카페에서 식사를 같이 하는 문화가 있던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서점안에 있다보니 그 냄새가 아래까지 내려와서 나로써는 불쾌했지만 인테리어나 분위기는 좋았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음날에는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으로 향했다.
시부야점을 보고 크게 실망했으나 츠타야 서점을 만든 마스다 무네아키가 기획의 정수를 담았다고 하는
다이칸야마점은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따뜻한 인테리어와 조명, 각 구역별 전문 큐레이터, 북카페 형식의 좌석과 더불어 스타벅스까지.
지금 우리나라에 유행하고 있는 북카페의 모든 것들을 한데 담아 놓은 것 같았다.
다이칸야마점이 지어진지 거의 10년이 다되가는것을 보았을 때 그 당시에 임팩트가 어마어마 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바퀴 둘러본 다음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적자본론은 앉은 자리에서 완독했다.
그가 어떤 마음과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곳은 기획했는지 알 수 있었다. 현지에서 느끼는 감동이란...
군인일때는 감히 상상도 못했을 상황인지라 눈물이 날 뻔 했다.
결국 마스다무네아키 역시 똑같은 말을 한다. 고객중심의 기획.
츠타야서점은 유일하게 대형 서점중에 23시까지 운영을 한다. 야간까지 책을 읽고싶은 고객들을 위해서
'나같은 영세업자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져보았지만 아직은 답이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롯본기 타워에 있는 아카데미힐스 북카페이다.
아카데미 힐스는 롯본기타워의 주인인 모리 회장이 '수직도시이론'을 바탕으로 설계한 시설이다.
수직도시이론이란 말 그대로 땅덩어리가 좁으니 하늘로 높게 건물을 짓고 그 안에 누릴수 있는 모든것을
넣어 두겠다는 말이다.
2000평의 넓은 공간에 북카페, 도쿄타워 전경이 보이는 전망대와같은 그곳에서 나는 엄청난 자유를 느끼고
브랜드로 남는다는것이라는 벽돌책을 8시간에 걸쳐서 한번에 완독해버렸다...
높고 넓은 공간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그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 없지만 가격도 역시 잊을 수 없다.
일일 체험권은 한화 약 14만원이었다... 물론 한달 정기권을 끊으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지만 일일권 가격은 살인적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살 생각이 없다면 체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밖에도 일본에 있는 무수히 많은 북카페를 가보고 싶었으나 여유롭게 여행하다보니 여러곳을 가지못해서 아쉬웠다.
하지만 바쁘게 이곳저곳 여행다니는 것보다 여유가 나에게는 더 중요했다.
까짓거 한번 더 오면 되는걸 ㅎㅎ
군인일때는 상상도 못했던 해외여행. 윗사람, 아랫사람 눈치보며 , 국외여행 허가서를 작성해서 사단장의 승인을 받지못하던 해외여행을 이젠 마음대로 갈 수 있으니 아쉬울건 없었다.
일본의 북카페를 둘러보니 우리나라 북카페가 개성이 많이 없어보이긴 했다.
대부분 모방한것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떻게 개성있는 북카페를 만들 수 있을까?
오늘도 고민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