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금인형 Aug 30. 2023

지금 여기 실재하는 나는 누구인가?

[완독 일기 /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유시민 / 돌베개

겁을 잔뜩 먹고 책을 폈다. 난 운명적 문과니까.     

수학자 하디가 말한 ‘하찮은 수학’조차 내게는 넘을 수 없는 산이었다.  

수포자라는 뜻이다. 과학이라고 별반 다를까.  

   

1~3장(인문학과 과학, 뇌과학, 생물학)은 내 나름 해석의 여지가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예를 들면 입자가 어떻게 생명과 의식을 만들어내는가라는 질문. 돌이켜보면 국민학생이던 시절 비슷한 생각을 하곤 했다. 내가 존재하는 게 너무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신의 영역이려니 생각한 때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유전자의 일이라니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전향은 뇌의 시냅스 연결망과 연결 패턴의 변화로 생긴 현상일 수 있다(96p).

이 문장을 읽고 여러 사람이 떠올랐다. 좀 웃기기도 하다. 세상을 뒤엎을 것처럼 보였던 사람들도 결국은 시냅스 연결망에 따라 움직인 거라니. 하지만 공익과 반대되는 행동조차도 이런 논리에 따라 명분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저 웃고 넘길 이야기만은 아니지 싶다.     


4~6장(화학, 물리학, 수학)은 글자만 그저 머리에 욱여넣었다. 아무리 인간의 언어로 말하는 과학자의 설명이라도 어려운 건 어려운 거다. 그나마 유시민 작가도 굳이 이해하려 하지 말라고 하니 위로가 된다. 신계의 학문을 인간이 어찌...

게다가 힐베르트에 따르면 수학은 ’ 기호와 논리로 하는 천재들의 지적 유희‘라고 했으니 내가 수포자인 것이 그리 부끄러운 일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무쪼록 천재들이여 신나게 즐기시고 우리에게는 달콤한 꿀만 주실지니...     


이 책은 과학을 통해 인생을 어떻게 정의 내릴 것인지 묻는다. ’ 우주에는 그 무엇도, 우주 자체도 영원하지 않다 ‘고 말한다. 그러니 영원히 살 것처럼 주먹 꽉 쥐고 살지 말고 조금 마음을 풀어놓아도 되겠다. 물론 나는 아직 삶이 두렵고, 죽음이 두렵고, 생길지도 모를 모든 나쁜 일들이 무섭다. 비록 인간이 우주의 먼지에 불과할지라도 지금 여기 실재하는 나는 (나 자신에게는) 또 하나의 우주다. 나라는 우주를 알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를 멈추면 안 될 것이다. 


지식이 얕은 나는 앞으로도 유시민 작가처럼 인간과 신계의 언어 사이를 오가며 “이건 이런 거래요, 저건 저렇답니다”라고 말해주는 사람에게 의지해볼까 한다.

작가의 이전글 오마이걸이 누군데? 그래도 한번 읽어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