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땀 흐른 첫 번째 논문 미팅
논문 투고를 위한 첫 번째 허들, 지도 교수님 컨펌(confirm)이 필요했다. 작성한 원고를 인쇄 후 교수님께 설명할 내용을 머릿속으로 되내어 봤다. 원고로 연구 내용을 설명하려니 항상 PPT나 보고자료 형식으로 발표하는 버릇이 있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논문 원고 서론에는 불필요한 그림이 없다. 연구 필요성을 말로 설명하기에는 내 언변으로는 무리가 있었다.
나는 원고 외에 PPT 자료를 추가로 준비하기로 했다. 첫 단추가 중요하다 생각했기에, 최대한 알기 쉽고 내 연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서 준비했다.
'지도교수님이 리젝(reject)하면 투고도 못한다. 정신 바짝 차리자.'
혼자 그렇게 다짐하고 실험실로 향했다.
실험실에 방문하여 지도교수님 미팅 전, 먼저 이 박사님께 설명을 드려야 했다. 이 박사님은 실험실에 온 나를 보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씀하셨다.
"어. 그래, 왔나. 나도 대충 한번 봤는데 역시 내 분야가 아니라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설명 한번 해봐라."
"네. ~~~~"
나는 먼저 이 박사님께 열심히 설명을 드렸다. 사실 세부 전공이 조금 달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대충 끝내고 지도교수님께나 빨리 설명드리고 싶다.'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내 마음을 아셨는지 이 박사님은 조금 날카로운 질문들을 하시기 시작했다.
"이 블록다이어그램은 왜 이렇게 그린 거지? 이건 이럴 때 쓰는 기호인데? 프로세스 순서도 이상한데?"
"아! 그건 기호가 중요한 게 아니고 흐름이 중요해서요. 순서는 이게 맞는데요?"
"그럼 안 되지. 기호는 이렇게 수정해야 된다. 순서는 다시 설명해 봐라."
예상치 못한 아주 사소한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을 못 했다.
'논문 많이 쓰시는 분들은 다르긴 다르구나!'
지도교수님 미팅 전, 이 박사님 미팅에서 나는 큰 타격을 받았다. 안일했던 마음에 번쩍 번개를 맞은 느낌이었다.
찜찜한 마음으로 지도교수님과의 미팅에 참석했다. 미팅 시간을 연기하고 싶었지만 교수님도 기다리고 계셔서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
"그래 설명해 봐라!" "네, 먼저 원고만 보면 설명이 힘들 것 같아서 PPT도 같이 준비했습니다. PPT로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래. 잘했다. 해봐라."
나는 열심히 설명을 드렸다. 교수님께서 많은 질문을 하셨다. 특히 용어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하셨다.
"xxx 가 뭐고?"
"그건 ooo입니다."
"이걸 xxx라고 하는 게 맞나? zzz라고 하는 게 맞지 않나?"
"...." 논문을 쓰면서 너무 당연하게 사용했던 단어들이, 교수님의 질문 앞에서는 검증이 필요한 개념이 되었다.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인데…'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교수님은 내 원고에 쓰이는 용어를 비롯한 아주 기본적인 내용부터 질문을 하셨다. 아마 내가 SCI 논문 작성이 처음이니 그런 부분에 대한 신뢰가 없으신가 보다. 나 역시 큰 고민 없이 적었던 용어들에 대해서 질문이 시작되니, 이게 맞는 용어인지 아리송해지기 시작했다.
"이건 무슨 모델이고?"
"아 이건 sss 모델입니다."
"누가 만든 모델이지?" "원래 있는 것을 가져와서 쓴 겁니다."
"그럼 자네가 이 연구에서 한 건 뭐지?"
뒤이어 많은 질문이 오고 갔지만 핵심은 논문에서 '새로운 건 무엇이고, 그게 얼마나 논리적으로 탄탄한가, 논문으로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원고를 보며 '이건 뭐고 이건 뭐라고' 설명까지는 쉽게 했다. 그런데 '제 논문은 이래저래 해서 이런데 가치가 있습니다.'라고 명확하게 말하기는 쉽지 않았다.
사실 조금 부끄러웠다.
'별것도 아닌 내용으로 SCI 논문을 투고하려고 하나?' 하는 생각이 내적으로 일어났다. 땀을 뻘뻘 흘리며 설명을 이어갔다.
나는 마지막 논문의 핵심을 설명했다.
"이렇게 해서 여기서 모델 루프를 돌리면 ggg을 최적화할 수가 있습니다."
교수님은 또 예상을 깬 질문을 하신다.
"어떤 최적화 방법?"
"네? 아 그게 이렇게 모델을 루프를 돌려서 값이 최소가 나오는 ggg 방향을 찾는 겁니다."
이해가 안 가신다는 듯 되물으신다.
"그러니까 최적화 모델이 뭐냐고?"
"그게 이렇고 저렇고 구구절절~"
사실 기존 최적화 모델이 아니어서 '제가 만든 최적화 방법입니다.'라고 하면 되었다. 그런데 자신이 없으니 횡설수설했다.
'연구 내용을 설명할 땐 'XX 방법, XX 이론'과 같이 명확하고 간결하게 답을 준비하는 게 필요하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좌절하며 앉아서 먼산을 보고 있었다.
혼자서 생각했다.
'하~ 이거 투고부터 어렵겠는데.' 지도교수님이 조금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무슨 저런 질문을 다하시나. 원고를 드렸는데 한번 읽어 보시기라도 하시지.'
풀이 죽어 원고만 이리저리 만지작거리고 앉아있었다. 그런데 교수님은 의외의 말씀을 하신다.
"이건 되겠는데?"
나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요? 이게 된다고요?'
지금까지 머릿속에서 수백 가지 부정적인 생각이 스쳐 지나갔던 것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교수님의 그 한마디가, 그동안의 긴장과 불안을 단숨에 무너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