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교수님께서 SCI 논문을 투고해 보라고 하셨다.
"논문은 결국 논리 싸움이다. 원고를 얼마나 논리적으로 적느냐, 리뷰에 얼마나 논리적으로 반박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말씀하셨던 게 아직 기억난다.
그리곤 말씀하신다.
"그래, 어느 저널에 투고할 거냐?"
난 우물쭈물하며,
"네, 사실 어디에 낼지 조금 고민이긴 합니다."
사실 혼자 'XXX 저널에 내면 되겠다.'라고 혼자 생각은 하고 있었다. 원고를 쓰다 보면 결국 내가 가장 reference를 많이 다는 저널이 있게 마련이다. 자연스레 그 저널이 내 원고와 핏이 가장 맞다 판단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도 가장 핏이 잘 맞는 저널을 찾을 수 있었다.
마음에 없는 내 소극적인 대답에 교수님은 조금 더 큰소리로 말씀하셨다.
"박사과정 학생이 어디에 논문 투고할지는 직접 알아봐야지!"
순간 난 움찔했다. 교수님께서 화가 나셨단 오해도 했다. 그리고 빠르게 교수님께 말씀드렸다.
"네, 사실 XXX 저널에 투고해 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러자 교수님께서는 그 저널에 예전에도 연구실에서 투고를 많이 하셨다며 한번 해보자고 하신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교수님 교육철학은 박사과정 학생은 독립을 준비하는 연구자로 트레이닝을 하는 단계라 생각하신 거 같다. 졸업 후 요즘도 교수님을 찾아가면 날 ‘김 박사’라고 부르시는 교수님을 보면 제자를 동등한 박사로 존중해 주시는 게 멋있다고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연구 프로세스를 혼자서 해보라고 독려하셨던 거다. 옆에서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시면서…….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후 논문을 투고하기 위해 저널 홈페이지에 들어가 ID와 PW를 만들었다. 마음이 왜 그리 급한지 빨리 논문을 투고하고 이 지겨운 싸움을 일단락하고 싶었다.
사실 논문 원고가 완벽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2달간 원고 작성과 씨름한 후 교수님께서 투고해 보란 의견이 떨어지자 더 이상 원고 수정을 하기가 싫어졌다. 빨리 이 지겨운 과정을 끝마치고 싶을 뿐이었다.
당시 나는 초보 연구자, 초보 논문 작성자로서 인내심이 부족했다 생각한다.
그렇게 몇 주 동안 밤낮으로 논문을 붙잡고 씨름하다가, 결국 ‘더는 못 하겠다’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무리도 대충, 형식도 대충… 그냥 빨리 이 상황(투고 전)을 끝내고 싶었다. 그렇게 급하게 원고 제출 버튼을 눌러 버렸다.
투고가 끝나자마자 매일, 아니 하루에도 수차례 Editorial Manager(공학분야 SCI(E) 논문 투고 플랫폼)에 들어갔다.
혹시 상태가 변했나, 누가 내 논문을 보고 있나… 그렇게 논문과 상관없는 로그인 기록만 늘어갔다.
3~4일이 지나자 Current Status가 드디어 Under Review로 변했다.
그 순간, 가슴이 콩닥거렸다. 훗날 알게 되었지만, 이 ‘Under Review’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다. 수준 높은 저널에서는 리뷰 없이 Desk Reject(리뷰어에게 평가가 되기 전 편집장이 리젝)이 흔하니 말이다.
나의 경우 운 좋게도 곧바로 Under Review로 넘어갔다. 하지만 그 이후는… 지루한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잠자기 전에도 스마트폰을 열어 상태를 확인했다. 1개월쯤 지나자 지겨움이 몰려왔다.
아는 박사님께 하소연하니 “논문 투고 후엔 그냥 잊어라”라고 하셨다.
‘그게 말처럼 쉽나…’
그러던 어느 날, 무심코 확인한 화면에 'Required Reviews Completed '
이란 글자가 떴다.
두둥~
심장이 요동쳤다. ‘드디어 올 게 오는구나.’
하지만 그러고도 그 상태가 3일이나 지속됐다.
‘아~ 참, 왜 이렇게 느리지…’ 하고 있을 때
Decision in Process로 바뀌더니, 다음날 메일이 도착했다.
메일 첫 문장은 “I am afraid that ~”
편집장이 무언가 심각하게 걱정을 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편집장이 걱정이 되는 게 아니라 내가 심히 더 걱정이 되는데 말이다.
메일 내용은 Reject을 친절하게 알리는 메일이었다.
리뷰어는 세 명이나 되었고, 세분 모두 의견이 상당히 길었다. 리뷰어 코멘트를 워드에 붙여 넣으니 3장이 넘는 내용이었다. 내용도 용어 하나부터 구체적인 수식까지 상당한 전문가가 리뷰 했다는 느낌이 드는 내용들이었다.
리뷰 내용을 하나하나 읽어보며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이건 내용을 제대로 이해도 못하고 왜 이런 질문을 했지?’
‘역시 내가 조금 찜찜하게 생각했던 부분을 잘 집었네.’
‘뭐 이런 기본적인 내용까지 물어보는 거야?’
아마 초기 논문 투고자들은 대부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거라 생각한다.
좌절도 잠시, 이번엔 현실적인 걱정이 몰려왔다.
‘교수님께 뭐라고 해야 하지? 내 졸업은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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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리젝을 받았을 때 해야 할 것
1. 감정 정리 (1-2일)
속상해해도 괜찮다
멘탈 부여잡기
2. 리뷰어 코멘트 분석
감정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읽기
타당한 지적 받아들이기
엑셀로 정리 (항목별 대응 계획)
3. 지도교수와 상의 (필수)
같은 저널 Appeal vs 다른 저널 투고
추가 실험 필요성 판단
수정 방향 합의
4. 재투고 계획 수립
Timeline 작성
우선순위 설정
목표 저널 리스트업
5. 마인드셋
리젝은 배움의 기회
모든 저명한 학자도 리젝 경험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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