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저널 투고에서 보기 좋게 리젝을 받은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며칠 밤잠을 설치며 생각에 잠겼다.
‘리뷰어들의 의견은 내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내용들인데, 왜 편집장이 리젝을 결정한 거지?’ ‘교수님께 어떻게 보고 드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야 할까…’
혼자 고민하며 리젝을 결정한 편집장을 원망하기도 했고, 교수님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사실 누구에게 고민을 상담하기도 부담스러웠고, 리젝을 받았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쉽게 털어놓지 못했다. 당시 초보 연구자였던 나는 논문 투고 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리젝에 어떻게 대처하고 마음을 다스려야 할지 그 방법을 알지 못했다. 만약 혼자서 결정하고 투고하는 상황이었다면, 수정해서 빨리 다른 곳에 투고했을 테지만, 이는 지도교수님과 상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쉽게 편한 대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결국 주위의 경험 많은 박사님들께 고민 상담을 했다.
"보통 그럴 땐 리뷰어 의견이 납득할 만한 사항이면 잘 수정해서 다른 곳에 내면 됩니다. 너무 낙담하지 말고 리뷰어 의견을 잘 반영해서 더 좋은 논문을 만들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회사 선임인 정 박사님은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셨다.
몇몇 젊은 박사님은 내가 혹할 만한 조언을 해주셨다.
"수정하기도 귀찮으니 차라리 더 낮은 곳에 다시 투고해 보세요. 혹시 교수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저널은 없는가요?"
생각해 보니 교수님은 국내 기계공학 분야 학회의 메인 멤버로서 차기 학회장을 앞두고 계신 상태였다. 그리고 그 학회에는 IF(Impact Factor)가 꽤 높은 SCI(E) 저널을 두 개나 보유하고 있었다. 나는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리뷰어 코멘트를 잘 반영해서 원고를 수정하고 교수님께서 활동 중인 학회 SCI(E) 저널에 투고하면 되겠는걸. 교수님을 교신저자로 투고하면 리젝이야 주겠어?'
나는 이러한 계획을 교수님께 빨리 말씀드리고자 리뷰어 의견을 하나하나 반영하여 원고를 최대한 빠르게 수정했다. 그리고 교수님께 전화를 걸었다.
"따르르릉~" 몇 번의 연결음이 울리자 교수님께서 전화를 받으셨다. "어, 그래. 웬일이냐?"
"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잘 지내십니까?"
"그래. 나는 잘 지내지. 너는 잘 지내냐? 아참, 그 논문 투고한 거 리젝 되었더라?"
교수님과 짧은 안부 인사를 나누는 와중에 교수님이 먼저 논문 이야기를 꺼내셨다.
"네, 그게 리뷰어들 의견은 긍정적인 것 같은데 편집장이 부정적으로 본 것 같습니다."
나는 애써 리뷰어 의견은 긍정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해서 말씀드렸다.
교수님은 내 말을 가볍게 흘려들으시곤 말씀하셨다. 나 같은 학생이 어디 한두 명이었을까? '리뷰어가 이상합니다, 편집장이 이상합니다' 하며 본인은 잘 적었는데 평가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학생들 말이다. 나 역시 그 학생들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래, 이제 어떻게 할 계획이냐?"
"내용을 수정해서 OOO 저널에 다시 투고하면 어떨까 합니다."
나는 조심스레 교수님께 말씀드렸다.
지금 생각하니 사실 이 말은 결국
'교수님 이름을 빌려서 OOO 저널에 출판하고 싶습니다'
라는 말을 돌려 말한 것과 같았다. 이런 내 생각을 모를 리 없던 교수님이 단번에 말씀하셨다.
"그러지 말고 해외 SCI(E) 저널에 투고하도록 해라. 리뷰어 의견을 잘 반영해서 다시 투고해 봐."
교수님은 제자가 쉬운 길로 약간의 편법을 쓰고자 하는 마음을 알아채신 듯했다. 내 의견을 단호히 거절하시고 해외 SCI(E) 저널에서 먼저 너를 검증하란 식으로 말씀하신다. 교수님조차도 아직 나를, 아니 내 원고를 100% 신뢰하지 않으시는 듯했다. (훗날 몇 편 논문을 출판하고 나니 교수님께서 먼저 OOO 저널에 투고를 제안하셨었다.)
첫 논문 출판 경험이 없는 학생이, 진정한 (지인이나 국내 리뷰어가 없는) 피어 리뷰(Peer Review)를 통과하지 못한 '검증 안 된' 원고를 교수님 친분을 이용해 쉽게 출판하려는 의도가 교수님께 보이지 않았을까? 교수님도 크게 부담이 되셨을 것이다. (이것은 마치 자격이 검증 안 된 사람이 인사청탁을 하는 격과 같았다. 자칫 잘못하면 교수님 명성에도 먹칠을 하는 것이니…) 이런 내 의견을 단호히 거절해 주신 교수님께 지금도 감사하다.
덕분에 나는 이걸 어쩌야 하나 다시 한번 고민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동일 저널에 재투고를 준비했다. 일반적으로 저널에서 리젝을 받고 나면 재투고는 잘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초보 연구자였고, 뭐가 뭔지 잘 몰라 그런 결정을 했었다. 마침 실험실에서 먼저 졸업하신 다른 교수님께서 그렇게 해도 된다고 조언을 해주셨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졸업을 해야 하니 교수님 조언대로 무조건 따라서 해보세요. 동일 저널에 다시 재투고해도 문제없을 겁니다."
나는 교수님 의견을 받아들이고 한번 리젝을 받은 저널에 다시 재투고를 준비했다. 지금도 이것이 잘한 결정인지 모르겠지만, 마치 리비전(Revision) 투고와 같이 재투고를 준비했다.
'Response to Reviewer Comments(리뷰어 의견에 대한 답변서)' 문서를 만들어서 리뷰어 의견에 따라 원고를 하나하나 다 수정하고 반영했다.
그리고 '이 논문은 ooo-ooo번으로 투고되었던 원고입니다. 소중한 리뷰어 의견을 반영해서 원고를 수정하여 재투고드립니다.'라는 의견을 달아서 다시 동일 저널에 논문을 투고했다.
다시 힘겨운 싸움이 시작되었다.
"과연 같은 저널에 재투고하는 이 무모한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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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젝 후 선택지
【 Option 1: 동일 저널 재투고 】
장점:
- 리뷰어 의견 정확히 반영 가능
- 에디터가 성실함 인정 가능
단점:
- 같은 리뷰어 배정 시 불리
-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
【 Option 2: 다른 저널 투고 】
장점:
- 새로운 기회
- 다른 관점의 리뷰
단점:
- 처음부터 다시
- 시간 소요
【 Option 3: 교수님 인맥 활용 】
장점:
- 빠른 출판 가능성
단점:
- 검증 없이 출판
- 교수님께 부담
- 장기적으로 역효과
【 추천: Option 2 】
정도를 걷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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