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논문을 1월에 투고한 후 난 첫 번째 논문 투고 때보다 마음은 조금 더 여유가 있었다. 투고 후 첫 평가는 최소 2개월은 걸릴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도 투고한 다음날부터 또 매일 아침저녁으로 스마트폰으로 Editorial Manager(공학분야 SCI(E) 논문 투고 플랫폼)에 들어간다. 훗날 깨달았지만 이건 내 성격상 어쩔 수 없나 보다.
졸업 후 한참이 지난 지금도 난 논문을 투고하면 매일 아침저녁으로 논문 상태를 확인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상한 짜릿함 같은 걸 느낀다. 마치 카드 게임에서 본인 패를 확인할 때처럼…
투고 후 2달쯤 되었을 때 첫 번째 리뷰가 왔다.
결과는 major revision(대대적 수정이 필요하거나 연구 핵심 부분에 보완이 필요함)이었다. 심사자는 세 명이었고 그 내용은 그리 길지 않았다. 첫 번째 논문 리젝 시 받았던 심사위원 의견을 생각하면 이제 웬만한 의견은 크게 충격을 받지 않을 정도가 된 거 같다.
리뷰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major revision이지만 크게 어려움 없이 수정이 가능한 부분이었다.
'역시 교수님 효과인가?'
난 혼자 그렇게 생각했다. 교신저자가 학회 핵심 멤버이며 저명한 인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 논문에 큰 오류가 없다면 크게 태클을 걸지 않는가 보다.
그렇게 난 순조롭게 논문 수정 후 리뷰어 의견에 대응했다. 그리고 약 한 달 후 내 두 번째 논문은 순조롭게 출판 가능 통보를 받았다.
그렇게 난 두 번째 논문을 마무리했다.
두 번째 논문 리뷰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난 세 번째 논문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졸업을 위해서 어떻게든 정량적인 논문 개수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논문은 기존 연구에서 몇몇 포인트에서 풀지 못한 숙제를 푸는 연구를 계획했다. 그런 부분을 풀기 위해서는 추가 수학적 모델링과 프로그래밍이 필요했다.
어려운 수학적 모델링이었다. 몇 개월은 고생하겠다 싶었다. 연구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연구가 진행되어야만 연구 흐름이 이어지게 되었다.
세 번째 논문을 위해 열심히 연구를 진행하면서 지도교수님께는 수시로 연구 계획과 현황을 말씀드렸다.
사실 교수님께 직접적으로
"전 졸업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논문만 쓰면 졸업하는 거죠?"
라고 묻고 싶었다.
'파트타임 학생이 풀타임 학생보다 빨리 졸업하려고 하냐?'
라고 말씀하실까 봐 난 말을 아꼈다. 최대한 열심히 추가 연구를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며 간접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다.
추가적인 수식을 만들어 내는 게 매우 어려웠고 생각보다 추가 연구는 더디게 진행되었다. 두 번째 논문 심사가 한창 진행 중인 2월부터 시작하여 목표로 한 2개월 동안 추가적인 수학적 모델링을 완성하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었다. 다음 학기 졸업이 목표인데 연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그런 이유로 추가적인 논문 작성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퇴근 후 집에서 매일 논문을 찾아보고 수식을 모델링하며 좌절하고 있었다.
'주제를 잘못 잡았나? 이건 내 능력 밖인가?'
두 번의 논문 출판으로 생겼던 자신감은 점점 낮아졌다.
'역시 내가 경거망동했어.'
혼자 자책하던 어느 날 전화기가 울렸다.
발신자는 지도교수님이었다.
"여보세요.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난 교수님이 왜 전화를 하셨을까 궁금해하며 전화를 받았다.
"어. 그래. 연구는 좀 되는가? 논문 작성은?"
여태 교수님이 말씀하시기 전 누가 안 시켜도 먼저 논문 작성과 연구를 진행하고 보고를 드렸었다. 이번에는 웬일인지 교수님이 먼저 여쭤보신다.
'내 연구가 조금 지체되고 있다는 뜻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네, 말씀드렸던 부분 모델링하고 있고 조만간 마무리될 거 같습니다."
급한 마음에 잘 진행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어려워서 진행이 되지 않았다고 말하기 두려웠다.
'실력이 아직 부족하구나. 공부를 좀 더 해야 하겠어. 역시 파트타임이라 몇 년 더 해야겠구나.'라고 하시면 어쩌나?
"이번 주 수요일에 혹시 시간 되면 미팅 가능한가?"
"네, 수요일이면 가능할 거 같습니다. 오후에 방문드리겠습니다."
"그래 2시쯤 보자."
교수님께서 연구가 궁금하신가, 처음으로 먼저 미팅을 하자고 하신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나 걱정하기 시작했다. 추가 연구가 지체되고 있고, 그 이유가 내가 아직 수학적인 모델링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그렇게 걱정을 하며 수요일이 다가왔다.
난 교수님 방에 가서 인사를 드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안부 인사를 드렸다.
"그래, 추가 연구는 어떻게 되어 가냐?"
'올 게 왔구나?'
교수님의 추가 연구 상황에 대한 물음에 난 긴장하며 말했다.
"네, ooo을 해서 uuu를 예측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현재 xxx 때문에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 부분 신속히 해결해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긴장된 마음에 약간 과장하여 순조롭다는 식으로 말씀드렸다.
"그래, 우린 천재가 아니지 않나. 우리 모두 그 정도로 위대하지 않아. 새로운 이론을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하니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잘 진행해 봐."
마치 내가 그동안 어려움을 겪고 있단 걸 훤히 아시는 듯이 말씀하신다.
아마 교수님도 연구자로서 이런 어려움을 수없이 겪어 봤을 거고, 이런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무수히도 보셨을 거다. 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시리라 생각되었다.
"그래. 자네가 지금 몇 학기 차지?"
그리고 교수님은 다시 나에게 물어보신다.
"네, 지금 4년 차 1학기입니다."
"그래. 그럼 자네도 슬슬 졸업 준비를 해야지."
아니 이건 갑자기 또 무슨 말씀이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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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힐 때 이렇게 하세요
【 증상 1: 수식/모델링이 안 풀림 】
완벽한 모델 대신 근사 모델
교수님/선배께 도움 요청
【 증상 2: 데이터가 부족함 】
기존 데이터 재분석
다른 각도로 접근
범위 축소 고려
【 증상 3: 방향을 잃음 】
연구 목적 재확인
논문 아웃라인 다시 작성
범위 조정 논의
【 증상 4: 자신감 상실 】
"우린 천재가 아니다" 기억
완벽보다 완료
이미 2편 했다는 사실
작은 진전이라도 기록
【 핵심 팁 】
혼자 끙끙 앓지 말기
진행 상황 정직하게 공유
도움 요청은 부끄러운 게 아님
완벽한 연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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