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타임 박사의 생존 전략 - 시간관리

by 브로콜리

파트타임으로 박사학위 과정을 한다면, 성공적인 학위 취득을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훌륭한 연구? 뛰어난 논문? 지도교수님과의 관계?'

물론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내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관리'였다.

현실적인 계산

간단히 계산해 보자.


졸업까지 SCI(E) 논문 3편이 필요하다면:

논문 1편당 소요시간: 약 6개월 (작성~투고~리뷰~accept)

3편 × 6개월 = 18개월 (1년 6개월)

박사학위 논문 작성 및 심사: 6개월 (1년 이상이지만 논문 투고시기에 중첩 가능)

총 최소 2년


이것도 모든 논문이 한 번에 accept 되고, 리젝이나 재투고를 최소한으로 가정한 시나리오다.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

첫 번째 논문은 리젝 되었고, 재투고에만 3개월이 더 걸렸다. 세 번째 논문도 4개월 정도 진행 후 리젝되어 재투고하는 과정이 추가됐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시간이 계속 추가된다.

그래서 파트타임 박사에게는 더욱 철저한 시간관리가 필요했다.


완벽한 연구 vs 제때 졸업

물론 훌륭한 연구와 질 높은 논문이 중요하다.

하지만 파트타임 학생인 나에게는 '내가 할 수 있는 연구'와 '목표 시점까지 졸업하기'가 더 현실적인 문제였다.

중간중간 더 훌륭하고 멋진 연구 주제가 떠올랐다. 하지만 일단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새로운 실험 장비가 필요한 연구? → 패스

추가로 6개월 이상 걸릴 것 같은 주제? → 보류 (진행은 하되 현재 실현 가능한 논문 작성과 동시에 진행)

기존 데이터로 논문화 가능한 주제? → 고민 없이 착수!


냉정하게 판단했다. 이건 풀타임 박사과정생이 할 수 있는 선택이지, 직장을 다니며 주말과 새벽에만 연구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었다.


시간관리의 핵심

파트타임 박사의 시간관리 핵심은 이것이었다:

"완벽한 한 편보다 괜찮은 세 편"

이건 타협이 아니라 전략이었다. 졸업 요건을 맞추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연구 하나 있어도 박사가 될 수 없으니까.

내 목표는 노벨상이 아니었다. 박사 학위 취득이었다. 그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내가 실천한 시간관리 전략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간을 관리했을까?


1. 역산 스케줄링

목표 졸업 시점에서 거꾸로 계산했다.

목표: 2024년 8월 졸업 (달성!)

- 2024년 2월: 박사학위논문 심사

- 2023년 8월: 논문 3편 accept 완료

- 2023년 2월: 3번째 논문 투고

- 2022년 8월: 2번째 논문 투고

- 2022년 2월: 1번째 논문 투고

이렇게 거꾸로 계산하니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명확해졌다.

"나중에 여유 있을 때 쓰지 뭐"는 없었다. 여유는 절대 오지 않는다.


2. 데이터 선제 확보

학위 시작 전부터 관련 실험 데이터를 축적했다.

회사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항상 생각했다. '이 데이터, 나중에 논문에 쓸 수 있겠는데?'

그렇게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해 뒀다. 덕분에 논문 작성 시점에는 "실험을 어떻게 하지?"가 아니라 "이 데이터를 어떻게 정리할까?"만 고민하면 됐다.


3. 완벽주의 버리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다.


예전의 나: "이 정도로 논문을 투고해도 될까? 좀 더 데이터를 보강하면..."

지금의 나: "교수님이 투고하라고 하셨으니 투고한다."


물론 엉성한 논문을 내라는 게 아니다. 하지만 '80%의 완성도로 빨리 투고'가 '100%의 완성도로 늦게 투고'보다 나았다.

리뷰어들이 지적할 부분은 어차피 지적한다. 그걸 리비전에서 보완하면 된다.


4. 연속 투고 전략

첫 번째 논문 출판을 기다리는 동안 두 번째 논문을 작성했다.

많은 사람들이 첫 논문이 accept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두 번째를 시작한다. 이해는 간다. 첫 번째도 안 됐는데 두 번째를 쓴다는 게 불안하니까.

하지만 시간이 없는 파트타임에게 이 '기다림'은 치명적이다.

첫 논문 리뷰에 3개월, 리비전에 2개월... 그 5개월을 그냥 기다리기만 한다면? 시간 낭비다.

나는 첫 논문이 under review 상태일 때 이미 두 번째 논문 초안을 완성했다.


5. 논문 작성을 위한 시간 확보

평일에도 직장에서도 오전에 최대한 시간을 확보했다. 왜냐하면 오전에 난 효율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출근 시간을 조절하고, 오전 회의를 최소화했다. "오전은 창작 시간"이라고 팀원들에게도 알렸다. 물론 회사 업무가 급하면 우선순위를 조정했지만, 가능한 한 오전만큼은 지켰다.


평일 오전: 집중 연구 시간 (2~3시간)

평일 밤: 논문 작성 및 수정 (1-2시간)

주말 오전: 논문 작성 집중 시간 (4-5시간)

출퇴근 시간: 연구 아이디어 도출, 생각


가족에게 미안했지만 주말 오전만큼은 양해를 구했다. "아빠가 박사 학위 따면 우리 가족 모두에게 좋은 일이야"라고 설득했다.

6살 딸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방해하지는 않았다.


6. 가장 중요한 건 '감'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

하루라도 연구나 논문 작성을 쉬게 되면 다음날 다시 집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흔히 말하는 '감 떨어짐' 현상이다.

이러한 시간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매일 조금이라도 진행했다. 30분이든 1시간이든 매일 논문과 접촉하는 게 중요했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하루라도 쉬면 다시 시작하기 어렵다"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시간관리 실패 사례

가장 흔한 패턴: "시간은 많다"는 착각

내가 아는 대부분의 직장인 파트타임 박사과정생은 입학 후 코스웍을 듣는 동안 아무 생각이 없다.

"일단 수업이나 잘 들어야지."

코스웍이 끝나면 그제야 '졸업해야지.' 생각한다.

"이제 연구 시작해야지."

그리곤 '어떤 주제가 좋을까?' 고민한다. 주제만 찾고 연구거리만 찾다가 몇 년이 훌쩍 간다.

"좋은 주제를 찾아야 논문도 잘 쓰지."

연구거리를 찾으면 그때부터 연구를 또 몇 년간 한다.

"천천히 해도 되지 뭐. 시간은 많잖아."

그들에게는 시간이 무한대로 있는 것 같다.

5년이 지나면? 대부분 논문 한 편도 못 쓰고 학위를 포기한다.

왜일까?

시간관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완벽주의에 빠진 경우

같은 시기에 입학한 파트타임 동기가 있었다.

그는 나보다 훨씬 똑똑했고, 연구 아이디어도 뛰어났다. 그래서 '완벽한 연구'를 추구했다.

"이왕 박사 하는 거 제대로 하자"며 새로운 실험 기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더 높은 IF 저널을 노렸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는 아직도 첫 번째 논문을 쓰고 있다.

반면 나는 4년 만에 졸업했다.

누가 옳았을까?


정답은 없다. 그가 언젠가는 Nature급 저널에 논문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루기만 한 경우


또 다른 동기는 시간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박사는 천천히 하는 거지"라며 1년에 한 학기만 수업을 듣고, 논문은 "언젠가 쓸 거야"라고 미뤘다.

5년이 지났지만 논문은 단 한 편도 쓰지 못했다. 결국 학위를 포기했다.

이 세 가지 사례를 보며 확신했다.

파트타임에게는 '시간'이 가장 큰 적이다.

무계획도, 완벽주의도, 미루기도 결국 같은 결과를 낳는다: 졸업 실패.

마무리: 전략적 선택

돌이켜보면, 시간관리라는 전략적 선택이 옳았다.

만약 '완벽한 논문'을 쫓았다면 아직도 졸업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여유롭게' 했다면 중도에 포기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자격요건을 맞추기 위해 정신없이 달렸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3편의 논문을 출판했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파트타임 박사에게 필요한 건 천재성이 아니라 전략이다. 그리고 그 전략의 핵심은 '시간관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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