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갈까, 말까

by 브로콜리

얼마 전부터 얼굴에 무언가 올라왔다.

여드름은 아닌데, 쥐젖 같은 게 하나둘 보였다.

나는 당연히 쥐젖이겠거니 하고 피부과를 찾았다.

의사는 내 얼굴을 한참 보더니 말했다.

"이건 쥐젖이 아니라 사마귀입니다."

그러더니 손바닥을 유심히 살펴보며, "손에도 있을 거예요." 하고는 작은 점 같은 사마귀를 찾아냈다.

사마귀는 '살의 마귀'라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전염성이 있어서 퍼질 수도 있고, 아이에게 옮을 수도 있다고 했다.

아이에게 옮길 수도 있다는 말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내 몸 어딘가에 사마귀 같은 게 있던 게 몇 년은 된 것 같다.

그런데 얼굴에까지 올라오니 이제는 미관상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옮길 수 있다니 더 거슬렸다.

의사는 말했다.

"얼굴은 레이저로, 몸은 냉동으로 치료합니다."

무슨 차이인지 잘 몰랐지만, 시술 후 며칠은 씻지도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날은 그냥 돌아왔다.

매일 수영도 해야 하고, 주말에는 등산도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퇴근길에 다시 '오늘은 꼭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막상 회사에서 나와 병원 앞에 서니 또 망설여졌다.

들어갈까, 말까.

오늘 치료하면: 며칠 불편, 수영 못함, 내일 출근 때 신경 쓰임

또 미루면: 당장 편함, 하지만 사마귀는 계속 퍼짐

한참을 서 있었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지금 안 하면, 도대체 언제 하겠나. 이러다 수영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겠다."

그 생각이 나를 밀었다.

결국 치료를 받았다.

한 시간쯤 걸렸다.

생각보다 아프지도 않았고, 얼굴도 덜 붉었다.

무엇보다 후련했다.

집으로 오는 길, 문득 생각했다.

'나는 왜 그렇게 망설였을까?'

매일 수천 개의 선택을 하면서 살지만,

정작 중요한 선택 앞에서는 이렇게 멈춰 서곤 한다.

다음에 또 이런 순간이 오면,

오늘처럼 물어봐야겠다.

"지금 안 하면, 도대체 언제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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