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학위를 위한 한 가지 습관

귀를 열어두는 일

by 브로콜리

갓 박사학위를 받고 취업한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가장 흔한 실수가 있다. 다른 사람의 조언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 선배 연구원들, 특히 연차가 꽤 있으신 수석연구원분들이 하는 조언에 매우 자존심 상해하거나 기분 나빠한다. '내가 이 분야를 몇 년간 연구한 전문가인데, 동일 분야도 아닌 사람이 조언을 해주다니?' 그런 마음이 읽혀서일까. 입사 후 초반에 트러블이 많이 생긴다.


나는 입사 시 박사학위가 없었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아, 박사학위자들은 본인 분야에 대한 자존심도 높구나. 모르면서 함부로 조언을 해주면 안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나는 박사학위자가 아니었기에 주위에서 해주는 조언을 최대한 들었다. 내가 쓴 글을 고치고, 연구 내용도 수정해 보고, 배운다는 생각으로 모든 피드백을 받아들였다. 나에게 가장 큰 강점이었다.


우리 직장에는 A 박사님이라는 선배가 있다. 공부를 너무 좋아하시고, 불면증도 심하신 분이다. 새벽에 혼자서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신다. 그리고 다음날 회사에 오면 본인이 요즘 공부하는 내용, 거기서 느낀 점, 그리고 그에 따른 통찰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신다. 매번 그렇지는 않지만, 듣다 보면 흥미롭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다. 그래서 나는 A 박사님을 좋아했다.

A 박사님은 활자 중독 증상도 있으셔서 직원들이 적은 글을 유심히 읽어보고 항상 피드백을 해주신다. '이야, 글을 정말 잘 정리하신다.' 내가 자주 드는 생각이다. 하루는 너무 신기해서 와이프에게 A 박사님이 정리해 주신 글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와이프가 말했다.

"여태껏 본 자기 직장 동료들 중 글은 가장 잘 쓰시는 거 같아."

내 기준에서 가장 글을 잘 쓰고 정리 잘하는 와이프가 A 박사님을 인정한다. 정말로 그렇다는 뜻이다.

하지만 신규 박사들은 그런 A 박사님이 매우 불편했던 모양이다. 이유는 신규 박사들에게 너무 많은 조언, 충고, 토론 시도를 하셨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대해 글을 적어서 결재를 올리면 빨간 줄을 그어서 수정을 요청하신다. 자신들의 전문분야에 대해 나름 공부를 해서 토론을 시도하시는데 본인들이 보기에는 '잘 모르는 사람이 아는척하네'로 보이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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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과정 중에서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태도도 다른 사람이 해주는 조언을 기분 나쁘게 듣지 않고 어떻게든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점이다. 석사 시절, 와이프가 해주는 조언과 질문에 본능적으로 '왜 이걸 이해 못 하지?'라는 짜증이 났다. 하지만 대부분 와이프가 해주는 조언을 받아들이고 수정하다 보면 글이나 자료의 질이 매우 좋아졌다. 내 경험상 나에게 긍정적인 사람들이 해주는 대부분의 조언은 다른 곳에서 발표하거나 제출해도 듣게 되는 의견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수용하는 게 좋다. 하지만 사람이란 본인이 적은 글이나 주장에 반박을 받으면 본능적으로 방어 태세가 나온다. '내가 잘못 적은 게 아니라, 당신이 이해를 못 하는 거다.' 그렇게 자신을 정당화한다. 그리고 본인 글이나 주장에 손을 대거나 반박하면 매우 기분 나빠한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주위에서는 '저 사람은 조언을 해줘도 기분 나쁘게 들으니…' 라며 입을 닫아 버린다.


결국 나중에 결정적일 때 사달이 난다. 심사를 하다가 크게 고성이 오가거나 발표자 표정이 '썩어' 들어가는 경우가 나온다. 한 번은 모 과제 평가 자리에서 심사위원분이 발표자에게 말했던 게 기억난다.

"발표자님, 긍정적으로 조언을 해주면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셔야죠. 합리적인 조언도 안 받아들이시면 어떡하나요? 심사위원 한마디 한마디 모두 디펜스를 해버리시면 심사가 되겠습니까?"

이게 바로 신규 박사들이 저지르는 실수다.


수용하자. 타인이 해주는 조언을 기분 나쁘게 듣지 말고 '좋은 의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생각으로 반영해 보자. 그러면 확실히 개선이 된다. 학위 과정 중에도 악의적인 조언이 아니라면 받아들이고 다시 한번 고민해 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특히 이런 태도가 몸에 배면 학위 심사 과정에서도 심사위원들의 지적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심사위원들은 좋은 말만 하지 않는다. 수정사항, 부족한 부분 등을 조언해 주는 역할이 있다. 그러니 그분들이 조언하는데 '좋은 조언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으면 상당히 큰 강점이 된다.


하지만 평소 주위 사람의 조언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인다면, 심사 중에도 그런 태도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걸 표현하지는 않겠지만 그런 기분이 외부로 표출되어 심사위원도 느낄 수 있다. 그걸 느끼든 못 느끼든 '졸업만 하면 그만이다'라고 생각하면 될까? 학위발표에서 그런 태도를 보였지만 학위를 받으면 모든 게 리셋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아니다. 학계 바닥은 좁다. 그런 태도를 지닌 사람은 학위심사가 끝났다고 리셋되지 않는다. 평판이 따라다닌다. 분명 계속 그런 태도로 일관할 테고 주위에는 사람들이 떠날 것이다.

나는 공학 석사, 박사학위 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이 아이러니하게도 인문계 전공인 와이프다. 와이프는 내가 발표할 때 어떻게 서 있는지부터 발표 흐름과 말투, 억양까지 조언해 줬다. 학위 논문이나 발표자료를 적으면 공학 전공자 특유의 표현들을 기가 막히게 집어낸다.

"이건 왜 이렇게 표현하는 거야?"

"어? 그런 표현이 평소에 배우던 책에 그렇게 적혀 있던데?"

"이상하고 촌스러워."

"헉!"

나는 대수롭지 않게 봐왔던 단어나 표현들을 와이프가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보면 정말 이상한 경우가 많았다. 특유의 일본식 표현, 매우 간략하게 설명해서 전문가만 이해하는 글 등 이상한 점 투성이였다. 그렇게 하나하나 수정하다 보며 어느새 읽기 쉽고 비전문가가 봐도 어느 정도 이해되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논문이 완성된다. 이렇게 수정된 글들은 지도교수님도 좋아하고 심사위원 분들도 다 좋아했다.

내가 박사가 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건 좋은 논문도 중요하고, 실험도 중요하고, 지도교수도 중요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주위 사람이 해주는 조언을 기분 나쁘게 듣지 않는 태도였다.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요청하고 그 조언을 겸손하게 수용하는 태도. 그 점이 내가 박사가 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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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사 학위 취득 가이드

조언을 수용하는 태도의 중요성

학위 과정은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많은 사람의 조언과 피드백을 받게 됩니다. 그 조언들을 기분 나쁘게 듣지 말고 받아들일 점은 받아들이고 반영하세요. 특히 신입 박사에게 조언을 해주는 선배나 A 박사님 같은 사람들은 당신의 발전을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분들을 잘 활용해서 도움을 받으세요.

평판은 졸업과 함께 끝나지 않습니다.

이 바닥은 좁습니다. 지금 당신 주위에 있는 동기, 선/후배, 교수님이 모두 미래에 어디서 어떻게 만나서 당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는 분들입니다. 특히 대학원에서 만난 사람일 경우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기분 나쁜 태도 일관하는 동료, 선/후배, 제자들은 그 인상이 남습니다. 중요한 순간에 그 평판이 영향을 미칩니다. 주위 사람의 조언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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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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