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과정 시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1

논문 작성의 기술

by 브로콜리

박사 졸업 후 2년이 지났다.

돌이켜보니 '아, 이건 미리 알았더라면' 싶은 것들이 있다. 특히 논문 작성에 대해서는 맨땅에 헤딩하며 배운 게 너무 많다.

박사 과정 중 첫 SCI 논문을 쓸 때, 나는 국내 논문 경험조차 없었다. 학술대회 구두 발표까지는 경험이 있었지만, 논문 투고는 처음이었기에 생소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배운 것들이 다른 분들에게 특히 각자 다른 이유로 바쁜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정리해 본다.

난 여전히 많은 연구 프로젝트 수행과 논문 작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박사 발표에서 다루었던 주제 중 1개 연구 내용을 논문으로 출판하려 했으나 거듭된 리젝으로 출판하지 못하고 있다. 요즘 그 논문을 다시 보완해서 투고했다. 이번에는 꼭 출판시키려고 준비했고, 다행히 1차 리뷰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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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1. 첫 번째 논문 투고 타이밍은 코스웍 끝나는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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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논문 투고는 코스웍(course work)이 끝나는 시점이나 그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졸업 시점을 맞추기 위한 준비이기 때문이다.

해외 저널에 논문을 투고하고 나면 생각보다 논문 리뷰 기간이 오래 (4개월 이상) 걸린다. 졸업 전 해외 저널에 논문을 몇 편 출판해야 한다면 그 기간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소 졸업 2년 전부터 투고와 출판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코스웍이 끝나고 나면 항상 내 상태는 논문을 투고 후 리뷰 대응을 하고 있거나 한 편을 투고하고 후속 논문을 작성하고 있는 상태이어야 한다.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냐 하겠지만 논문을 투고했는데 리뷰 후 리젝되거나 데스크 리젝도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내 논문이 3편 출판되어야 하면 넉넉히 4~5편은 투고해야 안정적으로 3편 출판이 가능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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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2. 완벽주의를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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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논문은 너무 완벽하게 준비하기보다는 완성 후 투고를 목표로 하는 게 효율적이다.

교수님들 수준의 많은 경험이 없다면 박사 과정 학생이 작성한 논문은 열심히 준비하고 심혈을 기울여도 많은 허점이 있기 마련이다. 이건 논문뿐만 아니라 세상일이 다 그런 것 같다. 운칠기삼이란 말도 있듯이 많은 일들이 운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이런 운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서 운이 발생할 확률을 높여야 하는데, 완벽주의에 빠져 버리면 이런 기회조차 놓치게 된다.

어차피 논문을 작성하고 리뷰에 들어가게 되면 나머지 보완이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각 저널 심사위원분이 친절히 안내해 주신다. 그럼 그걸 최대한 반영해서 논문을 수정하는 게 처음부터 완벽해지길 바라기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나도 첫 논문을 개발새발 써서 투고했다. 당시 지도교수님도 그런 상황을 아시는지 일단 정리해서 투고하라고 하셨다. 결과는 보기 좋게 리젝 되었다. 하지만 리젝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그 리젝 뒤에는 리뷰어들의 천금과 같은 의견이 있었고 난 그걸 바탕으로 논문을 대폭 수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투고해서 첫 번째 논문을 출판했다.

세 번째 논문도 마찬가지다. 그리 높지 않은 저널에서 리젝 된 원고를 리뷰어 의견을 반영해서 수정하고 내 커리어상 가장 상위 저널에 투고하여 출판했다.

그러니 겁내지 말고, 완벽해지길 바라지 말고 일단 작성하고 투고해서 리뷰어 의견을 받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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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3. 리뷰어 코멘트는 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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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두 번째 내용과 연결되는 내용이다. 바로 '리뷰어 코멘트는 금이다'이다.

해외 저널에 논문을 투고하면 대부분 나와 일면식도 없는 나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내 논문을 평가한다. 나도 몇 번 해외 저널에서 논문 리뷰 요청이 와서 심사한 적이 있다. 그럴 때 대부분 내가 잘 알지 못하는 해외 학교 교수나 연구원이 작성한 논문을 심사한다.

논문 심사는 대부분 철저히 심사자가 누군지 모르는 블라인드로 이루어지므로 리뷰어들 의견이 매우 날카롭고 정곡을 찌르는 말이 많다. 가끔은 억지스러울 때도 있지만 대부분 도움이 되는 의견이 많으므로 리뷰어 의견에 기분 나빠하지 말고, 고맙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너무 과한 표현이나 무시하는 표현이 있을 수도 있지만 화내지 말자. 블라인드이므로 그게 진정한 내 논문에 대한 동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럼 어떻게 대처하면 될까? 도움이 되는 내용을 철저히 반영해서 논문을 수정하고 보완하자. 앞서 말했지만 난 리뷰어 의견을 잘 반영해서 논문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해서 수준 높은 저널에 출판할 수 있었다.

우리는 대학교수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박사 과정 학생이니 배운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반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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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4. 저자 관리를 철저히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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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익명 작성 글을 보면 1 저자를 빼앗겼느니 연구에 참여하지도 않은 사람을 논문 공저자로 이름을 올려주는 게 맞느냐 등의 글을 심심치 않게 본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을 이해관계로 인하여 논문 공저자로 이름을 올려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 공저자에 대한 고민은 견해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 같다. 나는 단순히 연구에서 어려운 부분을 상담하고 토의만 진행했는데 상대방은 그게 연구에 참여했고 그래서 내가 논문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문을 작성하기에 앞서서 공저자는 누구이고 교신저자는 누구인지 확실히 해두고 작성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박사 과정 학생은 대부분 교신저자는 지도교수님이시고 지도교수님께서 저자들을 어느 정도 정리해 주실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 직장에서도 내 연구를 위해 노력해 주신 분이 계셨기 때문에 지도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공저자로 몇 명 이름을 올렸다.

그렇게 첫 논문을 출판하고 그다음부터는 공저자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연구 시작 전, 논문 작성 전 공저자에게 철저하게 저자에 대해서 규정하고 연구와 논문 작성을 시작했다. 추후 분쟁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이렇게 사전에 조율하고 논문을 작성하니 투고, 출판 시 트러블이나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데 대한 문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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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5. 참고문헌 관리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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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은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관리하는 게 효율적이다.

나는 처음부터 이미지 편집, 참고문헌 관리 소프트웨어 등을 익혀서 논문 작성을 시작했다. 그리고 생성형 AI가 나오고는 ChatGPT, Claude 등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공대생 특유의 집착이 있어서 소프트웨어를 적용해서 최대한 논문을 효율적으로 작성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끔 주위 동료 중 참고문헌 관리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고 논문을 작성하는 경우를 본다. 본인들은 그게 적응이 되어서 불편하지 않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너무 비효율적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논문도 거의 작성하지 않는다.

하지만 박사 과정 시기와 같이 많은 양의 논문을 작성해야 할 때는 참고문헌 관리 소프트웨어 없이 논문 작성을 하면 지치기 쉽다. 참고문헌 관리 소프트웨어를 꼭 활용해서 논문 작성 시 효율을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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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6. 논문 작성 전 기획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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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논문 작성 후 논문 작성에도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계획 없이 작성하면 작성한 대로 생각하게 된다. 즉 내가 의도한 대로 논문이 흘러가는 게 아니라 작성하다 보면 내용이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논문 작성 전 사전 구조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잡고 논문을 작성하자.

나는 시놉시스를 최대한 상세하게 작성했다. 시놉시스에는 각 챕터에는 무슨 내용이 꼭 들어가고 어떤 그림이 들어갈지, 어떤 테이블이 들어갈지, 수식이 들어갈지를 철저히 계획해서 상세하게 작성한다. 그리고 공동 저자가 있을 경우 이 시놉시스를 철저히 작성해서 공유하고 논문이 일관된 내용과 흐름을 유지하게 관리했다.

그 결과 두 번 일하는 경우가 적었고 논문 내용도 일관된 주장을 할 수 있게 작성되었다. 논문에서는 일관된 주장이 중요하다. 서론에서는 이게 중요하다고 했다가 본론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결론에서는 다른 주장을 펼치면 안 된다. 초록, 서론, 본론, 결론이 일관된 내용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철저히 기획해서 논문 내용이 일관되게 유지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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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면서 Claude(생성형 AI)에게 논문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니 '논문은 예술이 아니라 과학이다'라고 답한다. 하지만 나는 논문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과학적으로 아무리 의미 있고 멋진 연구라도 논문 작성이 엉성하면 그 연구는 빛을 발할 수 없다. 반면 매우 단순한 실험이지만 기존 이론을 바탕으로 본 실험 결과에서 큰 통찰을 도출하고 일관된 논리로 연구를 설명하는 논문을 작성한다면 어떨까?

나는 그런 논문들을 많이 봤다. '겨우 이 내용이 이렇게 높은 저널에 실린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다시 몇 번 논문을 읽어보면 왜 이렇게 높은 저널에 실렸는지 알 수 있다. 논문 작성이 그야말로 예술적으로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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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다니며 박사 과정을 하는 모든 분들께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논문은 정해진 프로세스만 따라가면 누구나 쓸 수 있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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