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과정 시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2

멘탈 관리의 기술

by 브로콜리

박사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논문 작성 능력? 연구 설계? 실험? 물론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멘탈'이다.

박사과정은 마라톤이다. 멘탈을 지키는 것이 완주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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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1. 토론을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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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로 입학한 후배가 있었다. 후배도 취업 후 오랜 공백 기간 뒤 학업을 다시 했으므로 나는 동병상련의 마음이 들었다. 혹시 적응을 못 하거나 힘들어할까 봐 학교에 갈 때마다 말을 걸어서 연구 진행 과정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조언을 주려고 노력했다. 또 한 번씩 식사나 커피도 사주면서 힘내라고 했다. 그런 후배는 내게 고마웠는지 어려운 일이 있거나 상의할 일이 있으면 연락했고 나는 성심성의껏 내가 아는 걸 설명해 주었다. 특히 후배가 연구를 진행하며 졸업을 준비할 때 나는 내 노하우를 알려주며 실험 계획이나 논문 작성을 위한 시놉시스 작성 등을 알려줬다. 후배는 매우 꼼꼼해서 내가 말한 걸 허투루 듣지 않고 열심히 내 조언을 따랐다. 어느 날 연구 진행 내용을 보니 이 정도면 석사 논문으론 손색없단 생각이 들었고, 저널 논문으로 투고해 봐도 좋겠다 생각했다.


그런 후배가 어느 날부터 힘들다며 메신저로 내게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실험실에서 매주 진행하는 세미나에서 지도교수님과 연구교수님이 본인이 하는 연구가 잘못되었단 식으로 이야기한다는 거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실험실에서는 너무 조용하고 묵묵히 연구에만 집중하다 보니 후배 연구 내용이 지도교수님과 연구교수님께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고 교수님들은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고 조언을 해준 것이었다. 그런데 후배는 교수님들의 공격적 질문이나 날카로운 조언을 본인을 싫어한다고 오해하기 시작했다. 후배가 하소연할 때마다 난 "조언을 잘 듣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해 줬다. 후배 졸업 시기가 다가왔다. 실험실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날이 많아졌고, 내게 하소연하는 횟수도 증가했다. 교수님 조언이나 질문이 마치 트집을 잡거나 본인이 싫어서 그렇게 말씀하는 걸로 들린다는 거였다. "교수님 조언을 공격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그런 부분이 있다면 네가 생각하는 부분을 조리 있게 정리해서 답변을 드리면 될 것 같아. 그게 석사과정을 하면서 배우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은데? 본인 주장이나 논리를 펼치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 후배는 실험실 세미나가 진행될수록 더욱 침울해졌다. 어느 일요일 오전. 후배는 몰래 실험실에 와서 짐을 챙겼다. 그리고 그대로 잠적해 버렸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2년의 노력을 뒤로한 채.

나는 너무 안타까웠다. 연구 내용은 이미 석사 졸업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멘탈이 받쳐주지 못했다. 2년을 그렇게 노력하고는 아무 소득 없이 끝을 못 맺은 후배를 보고 생각이 들었다. 지도교수님, 주변 동료들과 토론이나 소통, 질의응답을 하는 연습도 필요하겠구나. 아니 오히려 좀 더 멘탈을 단단히 하기 위한 공격적 토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구를 하다 보면 학생이나 교수나 연구원이나 누구든 본인 연구 내용을 발표하거나 논문으로 투고하거나 해야 한다. 그 와중에 질의응답은 필수다. 질의응답 중에는 내 연구를 은근히 무시하는 사람도 있고 아주 도움이 되는 의견을 주는 사람도 있다. 이런 자연스러운 토론을 두려워하고 공격으로 받아들이면 대학원 생활이 힘들어진다.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열심히 했는데 내 연구에 대해 아무 의견이 없고 다 잘했다고만 한다면 좋은 걸까? 질의응답이 없어서 다행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건 내 연구가 타인에게 흥미 없는 내용이거나 질문할 수준이 아니라는 말일 수도 있다. 오히려 누군가 공격적으로 질문을 한다거나 나를 무시하면서 조언을 해주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 조언이 엉터리면 안 받아들이면 되고 기분은 나쁘지만 합리적인 조언이면 받아들여서 내 연구를 더 가치 있게 수정하면 된다.

내 세상에 갇혀서 해오던 연구를 좀 더 오픈하고 다른 사람 의견을 들어서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때 오가는 토론에 멘탈이 흔들리면 안 된다. 오히려 그런 시간을 즐기면서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논리적으로 내 의견을 설명하고 주장을 펼치는 훈련이라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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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2. 하기 싫어도 흐름을 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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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과정 중 생각보다 진도가 나가지 않는 연구와 논문 작성 때문에 쉽게 지치게 된다. 그럴 때는 일주일 정도 연구에 손을 떼고 바람이라도 쐬고 오는 게 좋을까? 스트레스 관리 측면에서는 그게 반쯤은 맞다고 생각한다. 반쯤을 맞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렇게 바람이라도 쐬고 오면 분명 지친 마음과 정신이 재정비되어 기분이 한결 좋아져서 스트레스는 순간 풀린다. 하지만 다시 연구를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일주일 정도 쉬고 와서 다시 시작하는 연구가 그전과 연속성 있게 척척 바로 진행될까? 아마 연구 진행을 기존 수준 궤도로 올리는 데만도 며칠이 걸릴 거다. 그러면 풀렸던 스트레스만큼 아니 그보다 더 스트레스가 쌓일 수가 있다. 그래서 반쯤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받아도 하루에 1시간 정도는 내가 하던 걸 잊어버리지 않게 흐름이 끊기지 않게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내 연구나 논문 작성이 연속성 있게 계속 이어지도록 관리해야 한다. 나는 복잡한 사고가 필요한 실험, 수학적 모델링, 통계 분석을 하다가 2~3일 정도 다른 급한 일로 하지 못하고 다시 해보면 내가 그동안 해왔던 내용을 다시 파악하는 데만 족히 몇 시간은 걸리는 경험을 몇 번 했다. 분명 내가 다 짰던 코드이고 모델링인데 '도대체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지?'라 생각하며 역으로 하나하나 짚어보며 몇 시간은 투자해야 다시 예전 속도로 일이 진행되었다. 그런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니 박사 과정 동안은 매일 조금씩이라도 연구하며 흐름이 끊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멀리 출장을 간다거나 가족 행사로 인하여 처갓집이나 본가에 방문할 때도 항상 노트북을 들고 가서 조용히 식탁에 앉아서 조금이라도 연구를 진행했다. '아주 저놈 유난 떠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시선이 두려워 연구 흐름을 끊어버리면 후에 내가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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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3. 운동으로 체력을 관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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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배 박사분이 계셨다. 그 선배도 직장 생활과 박사과정을 병행하셨고 그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하셨다. 특히 마흔이 넘어서자, 체력이 못 받쳐줘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했다.

나는 다행히도 체력 관리를 꾸준히 해오고 있었다. 내 유일한 운동 취미인 수영을 10년 이상 해오며 자연스럽게 체중과 체력도 관리되었던 것 같다. 특히 수영을 오래 하다 보니 일주일 정도만 수영을 하지 않으면 어깨와 목이 뭉쳐서 수영을 안 하고는 안 되는 몸이 되었다. 그래서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는 박사과정 중에도 수영은 매일 했다.


매일 저녁 6시만 되면 수영장에 갔다. 회사 일이 아무리 바빠도. 논문 마감이 코앞이어도. 변하지 않는 루틴이었다. 그날 남은 체력을 모두 쏟아붓고 수영했다. 길면 1시간. 매일 저녁 수영장에서 근육과 스트레스를 모두 풀고 왔다. 이상하게 물에서 나오면 연구에 대한 복잡한 생각과 고민, 스트레스가 많은 부분 해소되었다.

누군가 '정신이 신체를 지배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내 경우는 '체력이 정신을 지배했다'라고 생각한다. 건강한 신체가 연구를 위해서는 필수적이고 특히 대학원 생활에서는 밤늦도록 공부하고 연구하는 날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기 때문에 운동을 통한 체력과 스트레스 관리는 필수다.


대학원에서 만난 많은 풀타임 학생들을 보면 대부분 운동을 하지 않고 실험실과 기숙사를 좀비처럼 오가는 모습을 봤다. 많은 대학교에는 수영장이나 헬스장, 테니스, 탁구, 운동장 등 운동을 할 수 있는 좋은 시설이 있다. 이런 좋은 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학교를 다니는 건 큰 손해라 생각한다. 잘 갖춰진 시설에서 운동하며 체력을 관리하자. 그러면 대학원 생활 중 발생하는 많은 문제나 스트레스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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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4. 가족에게 스트레스를 전가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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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결혼과 동시에 석사과정에 입학했었다. 직장을 몇 년 다닌 후라 다시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았고 그러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나 보다. "매일 공부한다고 죽쌍으로 앉아서 있는 거 보고 내가 얼마나 스트레스받았는지 알아?" 석사를 졸업하고 얼마 후 와이프가 내게 했던 말이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알게 모르게 석사과정을 한다고 히스테리를 많이 부렸었나 보다.


박사과정에 진학했을 때 딸이 4살쯤 되었다. 나는 석사과정 때처럼 히스테리를 부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가족들 특히 딸에게는 절대 히스테리 부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논문을 쓴다고 주방 식탁에 앉아서 끙끙대고 있으면 딸이 와서 놀아달라고 하거나 내가 적는 논문에 본인도 뭘 써보고 싶다고 키보드를 두드린다. 그럴 때마다 예전 같으면 아마 불같이 화를 냈을 거지만 난 기꺼이 시간을 할애해서 딸과 놀아주고 다시 논문을 적는 방법을 택했다. 키보드를 두드리고 싶다고 하면 그동안 적은 내용을 잘 저장해 두고 기꺼이 두드리게 했다. 그 결과 내 박사학위 수여식 때 누구보다 나를 축하해 준 건 딸이었다. 만약 그때 화를 냈다면? 딸은 중2병이 들기도 전에 이미 박사과정 중 아빠를 멀리했을 것이다.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내 스트레스나 부담을 전가하지 말자. 주위 사람들에게 여전히 멋지고 다정한 사람이 되어주면서도 얼마든지 박사과정을 할 수 있다.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식사도 하면서 박사과정을 하자.


박사학위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박사과정이라는 핑계로 놓치지 말자.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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