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과정 시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3

태도가 실력을 만든다.

by 브로콜리

대학원에서 실력만큼 중요한 게 있다. 바로 '태도'다. 아무리 논문을 잘 써도 아무리 연구를 잘해도 태도가 나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교수님들은 기억한다. 예의 바른 학생을. 준비성 있는 학생을. 겸손한 학생을. 반대로 무례한 학생도 기억한다. 졸업 후 추천서가 필요할 때, 공동 연구 기회가 왔을 때, 좋은 태도가 문을 열어준다. 박사 과정 중 꼭 가져야 할 태도들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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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1. 교수님께는 진심으로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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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학생들 중 일부는 매사에 불만이 많았다. 교수님뿐 아니라 실험실 선배건 연예인이건 누구든 당사자만 없으면 험담을 늘어놓았다. 그런 험담을 처음 들었을 땐 웃으며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 생활 중 교수님과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실 일이 잦았다. 교수님은 실험실 학생 모두 함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식사하는 걸 좋아하셨다. 매번은 아니지만 한 번씩 그런 기회를 만들어 교수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날도 그렇게 모든 학생이 식사도 하고 간단히 차도 마시고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지고 모두 기숙사로 돌아오고 있었다. 교수님은 당시 사택 출입문으로 먼저 들어가셨고 학생들은 기숙사를 향해 걸어갔다. 교수님이 들어가시자 또 문제의 학생이 입을 열었다.

"저놈의 영감탱이는 어쩌고저쩌고..."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사사로운 농담으로 시작했다. 그리곤 교수님 험담은 1분 이상 지속되었다. 주위 학생들은 웃고 있었지만 맞장구를 쳐주기엔 조금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넝쿨 숲 철조망 벽 너머에서 교수님 목소리가 들렸다.

"OOO 학생, 내일 그거 챙겨 오는 거 있지? 알겠지?"

순간, 모든 학생이 얼어붙었다. 교수님은 사택으로 들어가신 게 아니었다. 넝쿨 숲 벽 너머로 우리와 나란히 걸으며 1분 넘게 모든 대화를 들으셨던 것이다. 그렇게 교수님은 당시 험담을 한 학생이 아닌 다른 학생에게 간단한 요청의 목소리만 남기시곤 귀가하셨다.

교수님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들으셨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그다음 날부터 그 학생을 불러 상담을 하시고 주의를 주시고 분위기는 안 좋게 흘러갔다. 그 학생의 졸업은 최소 6개월은 늦어졌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뒤에서 다른 사람 험담을 자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대학원에서는 아직 어린 학생들이 많으므로 이런 위험을 모르고 소위 말하는 뒷담화를 자주 까곤 한다. 이는 대학원 생활뿐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어느 누가 자기 험담을 해대는 학생을 좋게 보고 졸업을 쉽게 시켜주겠는가? 학교는 인성을 배우는 곳이기도 한데... 아무리 연구를 잘해도 인성이 안 되면 살아남기 힘들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건 평소 교수님 교육 철학에 진심으로 동의하고 교수님을 존경하는 거다. 평소 그렇게 생각을 가지면 교수님과 면담이나 세미나 등에서 그런 태도가 알게 모르게 나오게 된다. 평소 그렇게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사람이 험담을 해도 '교수님은 그런 분이 아니다.'라고 교수님 편을 들게 된다. 그리고 평소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고 왜 그런 결정을 내리셨는지 고민해 보고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면 좋겠다. 물론 가끔 정말 이상한 분들도 계시긴 하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대학원 입학 시 지도교수님을 선택할 때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정말 인간적으로 존경할 수 있는 분인지 확인하고 입학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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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2. 심사 요청과 논문 전달은 정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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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교수님 방에서 교수님과 면담을 하거나 티타임을 할 때가 있다. 그러면 중앙 테이블에는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들이 수북하다. 어떤 과제는 개발새발 쓴 글씨에 누가 보더라도 성의가 없다. 반면 어떤 과제는 비록 글씨는 삐뚤삐뚤하더라도 정성을 들여서 문제를 풀고 그 과정을 하나하나 충실하게 적었다. 학부생들이 제출한 과제지만 내가 학부생 때는 어떤 류의 학생이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나 역시 형식이나 양식보단 결론이 중요하지라고 생각하며 문제도 잘 적지 않고 문제 번호와 답만 대충 적어서 과제를 제출했었기 때문이다.

직장을 여러 해 다니고 대학원 생활도 오래 하다 보니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도 중요하고, 형식도 중요하고, 예의도 중요하단 걸 알게 되었다. 석사학위 심사 때는 교수님이 선정하신 심사위원분 들게 어떻게 논문을 전달해야 하며 검토를 어떻게 요청해야 할지 사실 조금 막막했었다. 나름 최대한 예의를 갖춘다고 갖췄지만 부족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심사도 예비심사와 최종심사 두 번만 있었기에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박사학위 심사 때는 이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심사 요청 이메일도 매우 정중하게 작성했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저는 ○○○ 교수님 연구실 박사 과정 ○○○입니다. ○○○ 교수님 추천으로 이번 박사학위 심사위원을 부탁드리고자 연락드렸습니다.

(중략)

교수님께서 심사해 주신다면 정말 영광이겠습니다. 바쁘신 중에 죄송하지만, 긍정적으로 검토 부탁드립니다."

이런 식으로 격식을 갖춰 요청했다. 그리고 예비심사 때 사전에 교수님께 논문을 전달드리기 위해서 굳이 약속을 잡아서 직접 찾아뵙고 논문을 전달드렸다. 당시 심사위원분들 반응은 '굳이 안 찾아와도 메일로 주면 되는데' 하시며 흐뭇하게 웃으셨다. 그리고 비록 비싼 가격의 음료는 아니지만 박카스 한 박스를 꼭 들고 찾아뵀다. 사실 나는 이때 이미 심사위원이신 교수님들이 반은 승인하신 거 같은 눈빛을 보이셔서 학위 심사가 쉽게 끝날 줄 알았다. 막상 심사에 들어가니 나름 힘들었고 여러 번 심사를 했지만, 만약 사전에 이렇게 인사를 드리고 예의를 갖추지 않았으면 더 힘들어지지 않았을까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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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3. 발표는 철저히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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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릴리미너리부터 발표 심사를 위한 논문은 최대한 박사학위 최종 심사본에 가까운 형식으로 작성해서 모든 심사위원분들이 보기 쉽게 인쇄하자. 생각보다 심사가 길어지면 최종본이 나올 때까지 비용이 꽤 들 수도 있지만 감수하자. 나도 나중에는 조금 경제적 타격이 오기도 했다. 나는 파트타임 학생이라 뭘 몰라서 그러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뭘 몰라서 더 오버해서 준비한 게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다. 내가 프릴리미너리부터 논문과 발표자료 등을 인쇄소에서 인쇄해 책자 형태로 만들자 지도교수님은 '프릴리미너리부터 뭘 이리 많이 준비를 했냐'는 식으로 말씀하셨지만 한편으로 다른 심사위원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준비를 해줘서 다행이라는 눈빛을 주셨다. 처음부터 최종 심사까지 매번 최대한 준비하고 예의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자. 다과는 최대한 교수님들의 취향을 고려하여 준비하자. 가끔 다과를 안 드시는 분이 있기는 하지만 드신다면 단맛을 느끼시고 기분이 조금 좋아져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실 거다.

매번 심사마다 이전 심사에서 받은 피드백을 따로 정리하자. 마치 논문 리뷰 때 review response를 작성하듯이, 발표 심사 때도 review response 문서를 만들어 배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 2차 심사 때 받은 지적사항 10가지

- 각 항목별 수정 내용 설명

- 수정 전/후 비교

이렇게 준비하면 심사위원분들이 어디가 어떻게 수정되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심사위원 입장에서도 학생이 피드백을 얼마나 성실히 반영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어 좋은 인상을 준다.

옷차림도 중요하다. 학위 심사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다. 양복을 입고, 남자의 경우 넥타이를 꼭 매자. 여자의 경우도 정장을 입자. "발표 내용만 좋으면 되지, 옷이 뭐가 중요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첫인상은 3초 만에 결정된다. 깔끔한 옷차림 = 철저한 준비성. 이렇게 인식된다. 가끔 대형 정부 프로젝트 발표에서 연륜이 있으신 총괄 책임자분들이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오셔서 발표하는 걸 볼 때가 있다. 그런 걸 볼 때면 아주 사소한 부분도 신경을 쓰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호랑이는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전력을 다한다.'라는 말이 있다. 사소한 부분에서 마이너스 포인트를 만들지 말고 옷매무새부터 다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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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는 실력을 만든다. 아무리 연구를 잘해도 태도가 나쁘면 기회가 사라진다. 반대로 실력이 부족해도 태도가 좋으면 기회가 온다. 아니 태도가 좋은 학생은 대부분 실력도 좋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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