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과정 시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5

지도교수님

by 브로콜리

오늘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옆 테이블에 학생처럼 보이는 남자 셋이 앉아 있었다. 일부러 들으려 한 건 아니었지만, 이야기가 자연스레 귀에 들어왔다.

"박사 과정 입학 전에 결혼을 하셨다 말이야. 그래서 박사 과정 하는 동안 빨리 졸업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던 거 같아. 학교에서 10시 넘어서 퇴근하면 집에 와서 밥 먹고 와이프랑 이야기하고. 주말에도 일 있으면 또 학교 가서 연구하고… 그렇게 사셨나 봐."

한 학생이 푸념처럼 말했다.

"그래서 모두 다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시니… 왜 나한테까지 그런 생활을 강요하시는지 정말 힘들어."

지도교수 이야기인 것 같았다. 대학원생들에게 너무 익숙한 장면이라 학생들 얼굴을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많은 학생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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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1. 지도교수 선택이 인생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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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가 아직 정년 보장이 되지 않은 교수일 경우 테뉴어를 취득하기 위해 연구를 열심히 하고 논문을 열심히 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을 소위 '대학원생을 갈아 넣어서' 실적을 만드는 교수가 많다. 내가 아는 한 박사님도 지도교수님을 정교수로 만들어주고 졸업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원 생활 중 몇 번을 그만둔다고 야반도주 같은 도주를 했지만 교수님의 사과와 설득으로 다시 돌아오곤 했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또 그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대학원 생활이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마치 과제 공장처럼 돌아가는 한 대학교 실험실이 있다. 과제가 많다 보니 실험실에 대학원생도 항상 많다. 그 실험실 지도교수님은 그 지역에 중소기업을 방문해서 정부과제를 하게끔 도와주겠다고 영업을 하고 다니셨다. 그렇게 과제를 수탁해 기업이 정부 예산을 지원받게 도와주고 그 금액의 일부를 커미션을 받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런데 유독 그 실험실을 졸업한 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지도교수님과 비슷한 컨설팅 업체를 많이 창업한다고 들었다. 컨설팅 업체 모두를 비난하는 건 아니지만, 해당 지도교수님이 저지른 일들을 봐온 입장에서 졸업생들이 운영하는 컨설팅 업체도 좋게 보일 리 만무하다.

이토록 지도교수님은 제자 인생에 큰 영향을 준다. 지도교수님의 시각과 행보, 학계 활동, 연구 주제/연구 방법 등은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사된다. 지도교수님이 활발한 활동으로 넓은 시각을 가지고 흥미로운 연구를 깊이 있게 한다면 학생들도 그대로 그 시각을 배우고 연구 방법과 태도도 배운다. 반면 지도교수님이 연구를 등한시하고 거짓말을 일삼거나 잿밥에만 관심이 많다면 학생들도 그런 태도를 그대로 배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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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2. 지도교수의 유명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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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님이 학계에서 활동을 열심히 하시는 분이면 당연히 학생들도 학술대회 발표, 논문 투고 등을 할 기회가 많아진다. 그리고 훗날 다른 꿈을 가지거나 자리를 옮길 때도 지도교수님이 유명한 분이면 쉽게 자리를 추천받거나 옮길 수 있는 것 같다. 내 지도교수님은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 분야에서는 유명하신 분이다. 그런 부분을 잘 아는 학생들은 석사 과정으로 들어와서 박사는 해외로 나가던지 더 높은 학교로 가기 위한 발판으로 삼는 똘똘한 학생들도 있다. 그런 학생들도 교수님의 유명세를 보고 입학한 것 같다.

하지만 교수님이 활동이 거의 없고 학계 활동 자체를 싫어하시는 분이면 어떨까? 당연히 학생도 학계 활동 할 기회가 없을 확률이 높다. 학생이 학술대회를 참석하는 걸 싫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분들은 깊은 사고를 필요로 하는 주제를 오랜 기간 연구하시는 성향일 수도 있다. 그런 성향이 잘 맞으면 그런 지도교수님 아래에서 공부를 한다면 좋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유명하냐 아니냐가 아니라, 나와 맞느냐이다. 활발한 학계 활동과 네트워킹을 원한다면 그런 교수를 선택하는 게 맞고, 조용히 깊이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면 또 다른 선택이 있다. 이 판단을 잘못하면, 4년은 쉽게 지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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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3. 지도교수 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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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수님 실험실 학생들과 해외 학회에 갈 기회가 있었다. 그 당시에 저녁에 그 실험실 학생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그들이 하는 지도교수님 험담은 나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다. 물론 웃으며 대응했지만 내가 듣기에는 그들 지도교수님이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일에 불평불만을 하고 외부 사람이 있는데 지도교수님 험담을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하는 학생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느 조직에서건 조직의 장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당연히 쓴소리를 하고 조직을 잘 운영하기 위해 악역도 자처할 때가 있다. 당연히 이런 모습은 직원들을 힘들게 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하기도 한다. 이런 스트레스가 적절하게 작용하면 조직이 잘 돌아가고 직원이 자신의 능력을 120% 이상 발휘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 심하게 되면 직원의 사기를 꺾고 심할 경우 퇴사를 하게 만든다.

대학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대학원에서 이런 역할은 대학원생 중 가장 선임자가 할 수도 있지만 지도교수님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학생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많은 불평불만을 한다. 그래서 지도교수님 험담을 할 기회가 많다. 그런 험담을 밖으로 표출하며 장소를 불문하고 험담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런 부분은 정말 주의가 필요하다. 내가 졸업할 예정인 스승을 험담하는 건 누워서 침 뱉기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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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와의 관계는 대학원 생활의 질을 결정한다. 입학 전에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모아야 한다. 테뉴어 여부, 연구실 분위기, 졸업생들의 행로, 학계 활동 스타일. 커피숍에서 들은 그 학생의 푸념이, 다른 학생들에게는 남의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 좋은 지도교수는 아마 나와 조합이 잘 맞는 분이지 않을까? 내 연구스타일을 잘 안다면 나와 잘 맞는 지도교수님을 선택할 수 있다. 그것이 성공적인 박사 과정의 시작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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