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코딩
나는 프로그래머가 아니지만 데이터 분석을 위해 머신러닝과 시뮬레이션을 위한 코딩을 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은 늘 꿈이었다. 내가 상상하는 기능을 코드로 구현하고 싶었지만, 그건 내 실력으로는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 달라졌다. 바이브코딩이라는 말 때문이다. 2025년 2월, 유명한 AI 과학자가 처음 제시한 개념이라고 했다. 간단히 말하면, AI에게 자연어로 "이 기능 만들어 줄래?"라고 요청하면, 완성된 코드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Claude Code, Cursor, GitHub Copilot 같은 도구들이 이미 이 방식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최근 들어서 부지런하기만 하면 내가 상상하는 모든 걸 다 구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지난 주말 Claude Code를 켜고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말 순조로웠다. 내가 원하는 소프트웨어의 기본 구조를 설명했고, Claude가 척척 구현해 주었다. 일부 수정사항을 요청했고, 대부분 잘 반영되었다. "어? 이게 되네?" 하는 생각으로 계속 요청했다. AI가 내 말을 잘 이해하고, 빠르게 반응했다. 이대로 가면 월요일 아침에 완성된 소프트웨어가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한 부분이 작동하지 않았다. 토요일 오후부터 문제와 씨름했다. 설정 관련 에러였다. 코드는 문제없어 보였지만, AI 운영 환경설정이 문제가 있는 거 같았다. 반복해서 요청했다. "이 에러를 고쳐 줄래?" Claude는 언제나처럼 답변했다.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 보세요." 나는 시도했다. 작동하지 않았다. 다시 요청했다. Claude는 비슷한 해결책을 또 제시했다. 토큰 사용량은 계속 증가했고 사용량이 초과해 몇 시간을 기다렸다가 다시 시도하기를 반복했다. 문제는 여전했다.
일요일 오전이 되었다. 하루 밤을 꼬박 새웠는데 해결되지 않았다. 나는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부서 후배 한 명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 후배는 AI에 관해서라면 약간의 '오타쿠' 기질이 있는 친구였다. "박 박사, 급한 건 아닌데 좀 도와줄 수 있을까?" 후배의 답은 "내일 아침 한번 봐볼게요"였다. 그 내일이 바로 월요일 아침이었다. 나는 최후의 희망을 걸고 내 PC 앞에 앉았다. "AI로 이리저리 다 해봐도 안 되네. 뭐가 문제인지 도저히 모르겠어." 후배가 내 모니터를 본다. "이게 OO 설정 문제인 거 같은데요. 한번 보시죠." 후배는 내 PC를 잡고 씨름했다. 오전 8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정확히 2시간. 그의 손은 끊임없이 움직였다. 기술 문서를 열고, 설정을 수정하고, 환경 변수를 확인했다. 나는 이게 정말 가능할까? 걱정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게 문제인 거 같은데요. 좀만 더 봐보죠. OO 이렇게 저렇게 해보시죠." 나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따라 했다.
10시 30분경, "어? 이제 된다!"라는 말이 나왔다. 설정이 잘 되었나 보다. 화면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히히 이렇게 하면 되겠어요." 후배는 웃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는 'AI가 다 하는 세상이 아니라 저런 오타쿠 같은 몇몇 인간들은 여전히 AI를 셋업 하기 위해 필요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AI가 더 확장되고 하드웨어도 더 개발된다면 거기에 또한 인력이 추가로 필요할 거라 예상된다. 그리고 나 또한 내분야에서는 AI에게 대체될 수 없는 인력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본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 관련 뉴스를 봤다. 2026년 1월, 현대자동차가 Boston Dynamics의 로봇 대량 배치 계획을 발표했다. 2028년부터 미국 공장에서 연 30,000대를 생산하고, 복잡한 조립까지 담당하게 한다는 계획이었다. 반응은 극명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한 대의 로봇도 노사 합의 없이 도입될 수 없다"라고 선언했다. 24시간 운영에 필요한 세 명의 노동자 임금과 로봇의 유지비를 비교하면, 자본가들의 선택은 명확하다는 우려였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일자리 모두를 로봇으로 대체된다는 두려움이 있다. 경영진은 로봇이 있으면 사람이 필요 없다고 그들만의 긍정회로를 돌리고 있다.
나는 둘 다 틀렸다고 생각한다. 로봇을 셋업 하고, 유지하고, "왜 안 돌아가지?"라고 물을 수 있는 인간이 필요하다. 내 후배 박사처럼 말이다. 기계를 이해하는 사람, 프로그래밍 셋업을 할 수 있는 사람, 현장에 암묵지 기술을 몸으로 체득한 사람, "이게 왜 안 되지?"라고 질문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수없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산업계에서 직접 경험이 없는 AI 프로그래머가 산업계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게 가능할까? '챗지피티'같은 LLM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이유를 생각해 보면, 결국 우리 일상에서 쓰이는 것들은 모든 이가 그야말로 전문가이기 때문에 일상에 쓰이는 LLM은 AI 프로그래머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규모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AI 프로그래머가 전문가처럼 무언가를 만들어서 상용화할 수 있을까? 아직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도 아직 제조업에 AI를 모두 적용하는 건 챌린지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왜냐면 그 분야를 그들이 모르기 때문이다. AI가 안 되는 순간을 처리하는 사람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월요일 아침, 2시간 만에 문제를 해결한 내 후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