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by 브로콜리

첫 직장 연구부서에 있을 때, 나는 다른 부서로 발령 날까 봐 늘 조마조마했다. 연구는 그레이드가 높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곳을 벗어나는 건 아래로 내려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다른 부서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직을 준비하며 난 그저 하나의 부속품이었단 걸 깨달았다.

혼자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사람을 설득하는 방법도, 어울리는 방법도 몰랐다. 일정을 짜는 것도, 팀을 이끄는 것도 서툴렀다. 대기업의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나는 제한된 일만 해왔다.

다양한 경험을 해볼 기회가 많았는데 해볼걸. 후회가 밀려왔다.

반면 내가 무시했단 중소기업 친구들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혼자서도 제품 하나를 끝까지 개발한다. 몇몇은 대표가 됐고, 몇몇은 여기저기서 모셔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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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없이 농담하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려 애쓰고,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려는 사람들을 얕봤다. 전문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진지하지 못하고 얕은 사람들이라고 봤다.

지금 다시 보니 그들이 오히려 강한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좋아했다. 전문성은 사실 한 끗 차이였다. 하지만 그들의 겸손함과 인성은 생각보다 훨씬 큰 힘이었다. 어려운 프로젝트가 생기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들 곁으로 모였다.

사람들은 날 따라오지 않았고 정답을 내놓았지만, 정답만으로는 팀이 움직이지 않았다. 불안해하는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것. 그런 능력이 나에겐 없었다.

전문성만으로는 부족했다. 사실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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