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슬콘 소나무

서로 다르다는 것

by 따바라중독자

달이 바뀌고 정기구독 잡지가 도착했다. 내 관심사로 가득 채워진 기사은 머릿속에 차가운 바람을 한 번 훅 불어주는 것 같다. 매일 똑같은 생활, 일, 사람들 사이에서 남몰래 혼자만 아는 새로운 세계로 문을 열고 들어다. 두근거리고 신비하다. 우주를 동경하는 나는, 남편에게 매년 생일선물로 사이언스 정기구독권을 요구한다. 이 반강제 생일선물 과학잡지에 이번호에는 특별한 나무이야기가 실려있다.



브리슬콘 소나무, 김상구 작가(사이언스)



메두셀라에 있다는 브리슬콘 소나무는 4000년 이상을 살았고 지금도 여전히 살고 있다고 한다. 다른 나무가 나타나면 바로 고사해버리며 흙이 아닌 돌무더기에 뿌리를 넓게 뻗어 산다는 나무. 느리게 자라지만 자기 몸을 비틀고 자신의 일부를 죽여 영양분을 얻는다고 하니 독하고 억척스럽기도 하다. 오우 무서워.


어른이 되면 다들 말싸움도 잘하고 억척스럽게 변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나는 40년을 넘게 살아도 억척스러워지지도 않고 무엇보다 싸움이 싫다. 아직 4000년을 안 살아봐서 그럴까? 어릴 때 난 왜 이리 약해 빠졌을까 했는데, 살다 보니 우리 모두는 각자 다른 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에 마음이 기운다. 누구는 사납고, 누구는 잘 참고, 누구는 그림을 그리고, 누구는 경청을 하고, 누구는 별을 보고, 누구는 땅에 채소를 심고. 블록을 끼워 맞추듯 나에게 없는 모습이 상대에게 있고, 서로 달라야 우리는 어울릴 수 있다.


브리슬콘 소나무처럼 자신의 일부를 죽이면서까지 질기게 사는 것, 그런 기질을 나는 체득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나와는 많이 다른 특별한 나무이야기를 느끼며 나와 다른 것들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노력해본다. 내 좁은 소견으로 얘는 왜 이러고 살아? 라며 각자의 삶을 매도하지 않는 겸손을 배운다. 상대방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 때, 이 나무를 생각해야겠다.


너는 브리슬콘 소나무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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