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안긴 연꽃

둘째 아이와 함께

by 따바라중독자

둘째 아이에게는 항상 미안하다.

태어나면서부터 온전하게 엄마와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먼저 태어난 오빠에게, 집안일에, 회에 엄마를 빌려줘야 하니. 사랑의 크기란 특별해서 나눈다고 그 부피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첫째 아이만큼 둘째에게는 시간을 많이 내어줄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기에 그렇다.




내 키를 진작에 훌쩍 넘기도록 자란 첫째 아이는 친구들과 파자마 파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아들과 아들친구들을 위해 집을 비워주고 둘째 아이를 데리고 하룻밤 여행을 갔다. 비록 멀지 않은 곳으로의 여행이지만 처음으로 밤새도록 둘째 아이는 엄마 아빠와 오로지 자신만의 시간을 즐겼다.


돌가루로 아빠다리에 아이가 그린 자신의 기분

적당한 날씨, 짧고 소박한 나들이 하나에도 아이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가위팔방을 하기 위해 아빠가 풀밭에서 주워 준 하얀 돌은 석필처럼 시멘트 바닥에 낙서하기에 좋았다. 신기했던 아이는 바닥에 되는대로 앉아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써본다.



우연히 만난 돌은 아이에겐 선물이 되었다.



전시회를 감상하고, 그림책도 읽고, 흙, 돌, 풀들을 지나며 아이는 별 것 아닌 것에도 하하 웃으며 즐거워했다. 아이의 행복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커지려는 미안함을 보이지 않게 꾹꾹 누르고 염치없게도 나 역시 행복했다.


수목원에 도착하니 아이는 수년 전에 이곳에서 엄마가 사줬던 칸쵸 과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같은 가게에서 같은 것을 사며 그때의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었겠지만 아쉽게도 팔지 않았다. 대신 그때는 둘째 다리가 짧아 가보지 못했던 연못에 가보았는데,




작지만 단단해 보이는 저 연꽃이, 물거울에 비친 나무속에 야무지게 안겨 있었다. 연꽃은 둘째 아이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메타세쿼이아처럼 큰 부모의 품은 아니지만 너를 향한 우리의 사랑을 매 순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고, 나무의 가장 높은 곳이자 깊은 곳에서 자신 있게 자리 잡은 저 연꽃처럼 자신의 존재를 충분히 누릴 만큼은 적당한 나무가 되어주겠다고 다짐했다.





곤히 잠든 내 둘째 아이야,

다음 세상에 한번 더 내 딸로 태어날 기회가 있다면 첫째로 태어나려무나. 더 충분한 사랑의 시간들을 너와 함께 보낼 기회를 내게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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