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퇴근길은 특별하다.
평소 맨눈으로 자세히 볼 수 없는 태양이, 날씨가 흐린 탓에 또렷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동그란 주홍색 구이지만 저것은 우주의 한자리를 지키며 나에게 출근과 퇴근을 주고,
어떤 때는 반팔을, 어떤 때는 패딩을 입으라 알려준다. 우주는 참으로 경외롭다.
어떻게 단지 언어로서 표현할 수 있을까.
사진으로 담지 못한 해의 또렷함
선전포고를 하고 갔던 환자가 예약되어 있어 조마조마했다.
역시나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나는 책 '코스모스'를 읽으며 마음 속 분노와 불안에게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귀를 닫고 내지르기만 하는 환자에게
오늘도 속이 상했다.
우주 속 먼지보다 작은 내가 속이 상한채로
무심하게 나이 든 우주에게
당신은 누구이며, 무엇인가요?
묻는 일은 이상하게도 나를 안심시킨다.
이글거리는 태양의 코로나로
분하게 내쉬는 숨의 원자들 따위 수천 도의 온도로 남김없이 태워주세요.
할아버지에게 이르듯,
속상했던 나의 시간까지 저 태양이 다 불살라 없애주었으면 좋겠다.
집에 가기 전에 뻘겋게 상한 시간들은
활활 다 타버리고
나의 아이들은 내 분노의 냄새를 맡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