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니가 없는 김씨 아저씨는 식물들을 작은 네모집에 새싹을 돋게 하여 시골의 장날마다 내다 팔곤 한다. 토마토, 당근, 고추, 상추, 오이 또 누군지 모르는 어린 식물들이 나와 같은 아담한 집에 하나씩 자리 잡고 있는데 사람들은 우리를 모종이라고 부른다.
나는 방울토마토 중에서도 오백 원 비싼 대추방울토마토 모종이다. 내 꿈은 하늘 높이 올라가 구름에 잎사귀를 대어 보는 것이다. 잎사귀에 구름을 묻혀와 내 이파리들을 보송보송 예쁘게 꾸미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평범한 시골의 장날, 나는 실장님을 만났다. 실장님은 방울이를 살까 나를 살까 두 개다 살까 하다가 결국 나를 선택했다. 나는 김씨 아저씨의 손에 들려 검은 봉지 속으로 들어갔다.
내 키에 비해 집은 너무 좁았기에 나는 휘청거리기 일쑤였다. 실장님은 어디선가 탄탄한 플라스틱 통 하나를 가져오더니 이리저리 가위질을 했다. 그건 아마도 내 집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에 구멍을 뽕뽕 뚫더니 흙을 채우고 있다. 나는 약하고 흐물거리는 초록의 작은 집을 빠져나와 새로운 집을 얻게 되었다.
실장님은 나를 좋아해 준다. 하루에도 두세 번씩 나를 보러 베란다로 나왔다. 나와서 새로 나온 이파리도 만져보고, 키가 얼마나 컸는지도 재어보고, 말도 걸어주었으며,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나를 위해 지지대도 대어 주었다. 나는 실장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참 잘 자라는 나무이지만 더욱 열심히 물을 찾아 뿌리를 뻗어나갔다. 곧 플라스틱 집이 좁아졌다. 숨쉬기 힘들었다.
실장님은 내가 답답한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곧 하얀색 아이스박스로 나를 옮겨 주었다. 집이 넓어진 나는 뿌리를 맘껏 뻗으며 더욱 구름 가까이 손을 뻗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조금만 더 자라면 구름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비가 너무 많이 온다. 다행히도 실장님은 끙, 몸집이 커진 나를 들고 내가 쓰러지지 않게 실내로 옮겨주었다. 전에도 태풍 때문에 주말 내내 누워있었던 적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잊지 않고 나를 보호해주려는 것 같다. 나는 고마운 마음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주었다. 아쉽게도 흙이 많지 않고 스티로폼 집의 한계 때문에 많은 열매를 줄 수는 없었지만 그런대로 실장님은 좋아해 주었다.
이제 이 스티로폼 집도 좁아진 건지 다시 숨쉬기에 문제가 생겼다. 땅과는 다르기에 나는...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다. 구름을 이파리에 묻혀오고... 싶었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대신에 매일 실장님의 웃음과 손길이 묻어서... 구름으로 이파리를 치장하는 것보다 더 좋았다. 이루지 못한 소원이 있어도 괜찮다. 그건... 다른 것들로 채워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마지막 나의 열매를 익히는 것까지는... 못할 것 같다. 이미 나는 말라가고 있으니...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 실장님은 마저 익지 못한... 열매를 줄기째로 가지고 간다. 그리고 새와 나누어 먹겠다며... 마지막 열매 하나는 남겨두었다. 실장님이... 내게 작별인사를 보낸다. 더 잘... 키우지 못해 미안하다고 한다. 아니에요, 나도... 즐거웠어요... 고마워요. 들을 수... 있을까? 열매를... 먹으러 새가 오면... 빠르게... 자란 짧은... 생이었지만... 외롭지는... 않았다고 실장님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해야겠ㄷ......
"방울토마토는 오백 원, 얘는 대추방울토마토 천 원. 키우기 쉽냐고? 얘네는 잘 커. 이거 줘?"
앞니 빠진 아저씨에게서 대추방울토마토 모종을 샀다. 나는 식물 키우기에 똥손이지만 매일 같은 일을 하는 이곳에서 마음의 평화를 주는 것은 식물들이기에 키우기 쉽다는 말에 욕심을 부려보았다. 토마토는 성장이 빨라 금세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다. 흙이 필요해 만원 주고 흙을 샀다. 식염수 통에서 키우더라도 곧 커질 테니 아이스박스가 필요해 3만 원 주고 냉동간식을 샀다. 이 토마토는 41,000원짜리 토마토나무가 되었다.
토마토나무는 하루가 가기 바쁘게 쭉쭉 뻗어있었다. 하지만 열심히 키운다고 키워도, 집을 바꿔줘도, 바람과 흙이 있어도 땅이 아니어서 그런 건지 열매를 맺는 건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내가 식물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겠지. 알지도 못하고 잘 못 키울 것을 내 욕심에 괜히 사 왔나 싶기도 했다. 미안했다.
그래도 창문 너머 바람에 살랑거리는 초록의 분위기는 내 기분을 어루만져주었다. 한 계절이 지나고 시들해졌지만 그동안 토마토가 한 개씩 익을 때마다 동료들과 나누어 맛을 볼 수는 있었다. 처음 수확했던 토마토는 4등분을 해서 먹었다. 너무 작은 토마토가 4 등분된 접시를 보고 우리들은 웃었다. 또한, 이것은 대추방울이 아니라 그냥 방울토마토였다. 속았다.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온 힘을 다해 열매를 맺었지만 더 이상은 무리가 될 것 같아 나는 줄기째로 잘라와서 물에 꽂아두었다. 초록의 그 상태 자체로도 예뻤다. 신기하게도 토마토가 후에 빨갛게 익는 것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새가 먹으라고 두었지만 새는 토마토를 먹지 않는지 떨어져 굴러다니고 있다.
짧은 만남과 이별이었어도 내게 마음의 평화를 준 방울토마토는 이제 완전히 말라버렸다. 스티로폼 화분에 남은 질기고 바삭한 줄기를 뽑아내기에는 어쩐지 아직 용기가 필요하다. 미루고 미루다가 봄이 되면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