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딱정벌레 May 10. 2021

끝봄에 보내는 편지_하나

오늘의 날씨는 어때? 어제 한국은 많이 따뜻해져 오후엔 덥기까지 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오늘은 어때? 

이곳은 일년에 350일쯤 맑지만 오늘은 조금 바람불고 구름이 낀 날이야. 



쌀쌀한 바람 때문인지 그리운 것들이 떠오르는 날이야. 



잃어버린 것, 잊혀진 것, 떠나버린 것.

일부러 도망치듯 버리고 온 것들에 대해서도,

문득문득 떠오를 때 무심코 그 빈자리를 더듬어 곱씹게 돼. 



삶이 바빠서, 가진게 없어서, 품이 작아서라는 핑계로 많은 것들을 보듬지 못하고 살아왔어. 

가진 것들을 모두 내려놓고라도 힘껏 껴안고 싶은 것들도 있었는데, 매번 비겁해져서 그러지 못했어. 

놓치기 싫은 것을 잠시라도 쥐게 되면, 누군가에게 돌려주어야 할 것 같은 불안함에 뒤돌아 보지 않은 채로 달려갔어. 


이제 살펴보니 갖고 온 것들이 보잘것 없어.



어쩌면 어떤 것은 잃은 게 아니라 놓아준 거라고도 생각해. 내가 억지로 쥐고 있으면 언젠가 빛바랠 것들을 좀 더 자유롭게 말이야. 내 옆보다 더 빛나는 자리로, 내 그늘보다 더 따스한 곳으로 말이야. 



그런데 도망쳐온 것들에 대해서는 핑계도 붙이기 미안한 것들이 많아. 그걸 버린 자리에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무언갈 버리고 또 내가 그렇게 버려질 때가 있어도, 그 모든 것이 남루한 것은 아닐거라고 믿어. 

당장 가진 것들이 소중치 않아도,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있었으니까. 지금은 기억나지 않더라도, 그 때엔 핑계가 있었으니까. 다른 기회들이, 다른 유혹들이 매력적이었으니까. 

마음껏 껴안기엔 너무 아팠을 테니까. 



그러니깐 불어오는 바람에 무언가를 계속 떠나보내고 또 다시 받아들여야 해. 다음 것들에 대해서는 좀 더 소중히 할 수 있을테니까 말야. 이런 보냄에 익숙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익숙해지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리고 혹시 운이 좋아 언젠가 내게 돌아올 것들이 있을지 몰라. 



지금은 힘들지 모르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너를 만나 다시 시간을 잇고 싶다고 생각해. 그 때 지나간 일들을 추억하고 또 새로운 일을 만들자. 네가 필요할 때에 다음번에는 꼭 있을게. 



환절기엔 항상 감기 조심하고 또 편지할게. 



작가의 이전글 무엇이라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