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패인 자리를 채울 순 없을 것입니다
소중한 것이 또 하나 떠났습니다.
남루한 내 인생에 후회를 남긴 채로요.
난 자리에 무엇이라도 쑤셔넣고 싶은 마음이,
지금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넣고 또 다시 게워 내게 합니다.
스스로에게 솔직해 지는 것이 내 자신을 외롭게 하는 일이라서
상황을 인정하는 것이 내 마음을 구깃하게 하는 일이라서
이해한 것을 소화시키고 나면 거울 너머의 내 모습을 똑바로 보아야 해서요
지금은 이 패여 푹 꺼진 자리를 에둘러 돌고 돌며 울어댈 뿐일 것입니다.
다시 성급하게 발자국을 떼고 싶어질 적에는요,
또 다시 마음이 달궈지는 것을 분명히 알아차리고
마음을 떼어내어 아주, 아주 추운 곳에 버려 두고
후회를 엮고 엮어 그물 쳐 두고요
불어오는 한 조각 바람에도 아주, 아주 냉정해질 일인 것입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끝에서나 다시 앞을 볼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