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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Aug 30. 2018

[영화] 언덕길의 아폴론

사랑도, 우정도 경쾌한 재즈처럼



단순 멜로라고 생각했는데, 재즈 영화다. 재즈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봤는데, 청춘영화다. 청춘영화라고 생각하면서 봤는데 갑자기 길을 잃었다.


 [언덕길의 아폴론]의 감독인 ‘미키 다카히로’’ 감독의 전작인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보고서 큰 감명을 받았다. 당시, 여자 주인공이었던 ‘고마츠 나나’도 나오고 해서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를 생각했다. 실상은 전혀 아니다.


일본판 라라랜드?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생각난 것은 [라라랜드]다. 재즈와 사랑이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분적으로도, 비슷한 연출을 보이는 면도 있다. 하지만, [언덕길의 아폴론]은 일본 특유의 색을 살리면서, 경쾌하게 풀어가고 있다. 일본의 청춘영화는 대만의 청춘영화와도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대만 사람들이 일본을 좋아하는걸,, 생각하면 그들의 문화를 따라 하려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겠다.

 일본 영화 특유의 과도한 유쾌함은 일본 영화의 호불호를 만든다. 때문에,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만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이 영화는 그런 과도한 유쾌함이 과하지 않다. 소량이 첨가되었다고 생각한다. 소량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이 영화는 재즈라는 매체가 들어있다. 의외로 재즈의 흥겨움을 잘 살렸다.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영화에서 음악이 나올 때 나도 모르게 리듬을 탔다. 이 영화는 재즈의 흥겨움과 청춘들의 우정을 잘 버무린 영화다.

 극 중에서 ‘카오루’와 ‘센타로’가 협주를 하는 장면은 영화 [라라랜드]에서 ‘세바스찬’의 피아노 연추에 춤을 추는 ‘미아’가 나오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뿐만 아니라, 트럼펫과 드럼, 피아노, 콘트라베이스의 연주는 정말 [라라랜드]의 연주 장면을 보는 듯했다.

 

서로에게 맞춰가며 진행되는 음악, 재즈.

 [라라랜드]에서 ‘세바스찬’이 재즈의 매력을 이야기하면서 재즈는 두 사람의 신경전 같다고 한다. 그리고 [언덕길의 아폴론]에서 ‘카오루’가 재즈는 거친 음악이라고 한다. 재즈는 거친 매력이 있다. 두 사람의 연주자가 합의된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 즉흥으로 서로를 배려해가면서 연주를 한다. 연주는 진행되고 있지만, 서로의 눈빛으로 다음을 어떻게 진행할지 소통을 한다. 또한, 서로 돋보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며, 같이 흘러가는 것이다. 청춘들의 우정을 이야기하는 영화에서 재즈를 선택한 것은 그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거칠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 합이 맞기 시작하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게 된다. ‘카오루’와 ‘센타로’는 서로 완전 다른 사람이다. 키, 머리색, 안경, 옷 스타일, 신발 색까지 다르다. 하지만, 둘은 비슷한 과거를 가지고 있고, 그 과거로 인해 음악을 하게 되었다. 전혀 다른 점이 많지만 비슷한 점 1~2개 때문에 둘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된 것이다.

영화에서 우정은 평생 간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 말에 동의한다. 자주 연락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서로에게 추억이 있다면, 언젠가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 기분 좋게 인사할 수 있고, 추억을 곱씹을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있으나, 마나.

영화를 보고 생각해보니, 이 영화에 ‘고마츠 나나’가 연기한 ‘리츠코’라는 인물이 굳이 필요한 이유를 모르겠다. 단순히, ‘카오루’가 동경하는 대상으로 영화 전체의 이야기가 흘러가지는 않는다. 첫사랑 영화라고 하기에는 이 영화는 부족하다. 첫사랑이 그들에게 음악적 동기를 부여하거나, 성장을 가져오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청춘영화는 극이 진행되면서, 인물들의 성장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 영화에서는 성장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야기의 전개도 그렇다.

 사실, 영화의 3/5 지점까지는 아주 재밌는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봤다. 록 음악을 하던, 밴드가 정전으로 인해 연주를 못하자, 전기가 필요 없는 두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까지는 좋았다. 그리고, 스포일러가 포함되었기 때문에 자세하게 말을 하지는 않겠다. 왜 굳이 그런 이야기 전개를 가져갔는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면서 ‘여기서 끝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장면이 많았다. 그냥, 적절한 선에서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도 충분했는데, 왜 굳이 이들을 끝까지 몰고 갔는지 의문이다.



 일본 특유의 과도한 유쾌함, 신나는 재즈, 첫사랑의 서툶과 그 사랑 때문에 보이지 않던 우정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그것을 가볍게 풀어주고 있다. 사실, 조금 무게를 가져가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재즈가 유쾌하다고, 영화도 가벼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라라랜드]는 신나는 재즈가 나오지만, 영화 자체가 가볍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면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일본 청춘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재즈가 접목된 새로운 느낌의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4 / 5  우정도, 사랑도 경쾌한 재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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