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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Aug 31. 2018

[영화리뷰] 상류사회

하류 감독의 상류 감독 도전. 실패.


이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걸 꼽자면,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인트로 영상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 영상도 어디서 본 듯하다. 


 이 글에는 영화 [상류사회]의 결말에 대한 약간의 스포가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 [불한당]의 결말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영화 속 노출 수위에 대한 논란


  영화 [상류사회]는 상류층으로 올라가고 싶은 한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다. 사실, 개봉 전부터 수위 논란이 많았다. 배우들도 자꾸 수위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보나 마나 주연배우들은 큰 노출 없을 것임을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다. 특히, 수애 배우가 인터뷰 중에 노출에 대한 부담감을 이야기했는데, 본인이 노출 베드신이 부담되었다고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오히려, 이진욱 배우나 박해일 배우가 노출에 대한 고충을 말하는 것이 더 타당했을 것 같다. 노출한 배우 중에 노출 수위가 가장 낮은 배우가 이런 인터뷰를 하는 것은 영화를 자극적으로 만들어, 이슈를 만들려고 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 


  특히, 일본 AV 배우 ‘하마사키 아오’가 출연한다고 하여서 화제가 되고 있다. 감독이 이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터뷰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변명하는 것 같이 보이는데, 정말 필요한 장면이었다면 관객들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 [아가씨]에서 동성 베드신이 있어도, 불필요하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감독이 나서서 영화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순간 이미 영화는 감독의 의도와 관객의 이해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 점은 감독의 연출력 부족으로 연결된다. 
  


 어설픈 이야기꾼의 한계


[상류사회]를 보다 보면, 영화에 ‘그런 그렇고’가 참 많다. 어떤 이야기를 진행하면, 이야기가 매끄럽게 이어지는 것이 정상인데 자꾸 흐름이 툭툭 끊긴다. A라는 이야기를 했다가, B라는 이야기를 했다가, C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A라는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갔었다고 보여준다. 


그냥 단순히, 뒤에 나올 장면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억지로 앞에 그 장면을 가져다 놓은 듯한 느낌이다. 그마저도 실패하여서, 인물의 당위성 부여가 안된다. 그 당위성 부여 안되는 캐릭터들을 배우들이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참으로 안쓰러웠다. 


영화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상류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물불 안 가리는 비열하면서도, 안쓰러운 인물. 혹은 끝까지 자신의 소신을 밀고 나가는 인물. 이렇게 되면, 영화 [불한당]처럼 나오는 모든 인물이 악당이거나, 불의에 맞서 싸우는 권선징악의 스토리로 갔어야 한다. [상류사회]는 이도 저도 아닌 영화다. 그냥 갈팡질팡하다가, ‘아 몰라, 난 욕망의 노예인데, 내가 문제였어. 내가 가진 욕망도 나의 모습이야. 어때 멋지지? 누가 뭐라 하던, 난 당당하게 살 거야?’ 이렇게 포장한다. 그리고 그걸 보는 사람들은 ‘와… 멋있다….’ 이런 반응이다. 이게 맞는 일인가? 그럼 여태까지 저지른 일은 없어집니까? 


그리고, 재벌이라는 사람이 아주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영화에서 보여주면서, 금고에 있던 서류 몇 장 넘겨줬다고. 재벌이 잡혀갑니까? 당장 드라마 [라이프]만 봐도, 재벌들이 얼마나 무섭고 치밀한 사람인지 아주 잘 나오는데, 여기 나오는 재벌은 그냥 놀고먹기만 하는 사람으로 나온다. 재벌들은 다 있는 돈으로 먹고살기만 하는 줄 아는 것 같다. 재벌들도, 재벌들 나름대로 세력 다툼도 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 그런 건 없습니다. 그냥 ‘돈 많아서 인생 편하게 사는 사람들’로만 묘사하고 있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돈 많아서 그들은 인생을 편하게 사는 걸로 보일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런 그들에 대한 통쾌한 복수나 혹은 그런 그들을 욕하면서도, 그들이 되고 싶은 사람들의 이중성 같은 그런 심화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재벌을 자신의 성욕 해결을 위해, AV 배우를 부르는 그런 한가한 사람들로 포장한다. 회장이라는 사람은 일은 안 하고, 하루 종일 작품 활동만 하고 있다. 작가와 감독이 자신이 재벌이라면, 하고 싶은 것을 보려주려고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철저한 고증은 어디로?


전체적으로 상류층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 아닌가 싶다. 집만 화려하고, 옷이 화려하고, 비싼 액세서리 하면 그것에 상류층은 아니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예의가 있고, 규칙이 있는 사람들이다. 특히, 그들에게는 그것이 품위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다. 분신한 사람을 구했다고 국회의원 출마를 하게 되는 이런 설정은 정말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영화적 설정이라 하더라도, 그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 한 명 없이 이렇게 영화가 술술 풀린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그러더니, 갑자기 검사라는 사람이 등장해서 이제 갓 정치 입문하려고 하는 신인한테, 당과 대기업의 커넥션을 들먹이면서 압박을 한다. 상류층이 그렇게 의혹만 가지고, 검찰로 바로 불러서 수사할 수 있는 그런 만만한 집단이었다. 여기에 일본계 조폭까지 합류한다. 조폭, 정치, 재벌의 삼박자. 그런데, 상류사회인데 조폭이 상류층이었던가?


이 영화는 마치 동요 ‘텔레비전’같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이 가사처럼 감독은 자신이 상류층이라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 욕망에 대해 보여주는 것 같다. 먼저, 어여쁜 비서와 바람을 피운다. 그리고, 또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한다. 하지만, 서로의 욕망을 위해 참고 잘 지내는 척한다. 결정적으로 AV 배우를 불러, 잠자리를 한다. 그리고, 다 맛보고 비밀장부 검찰에 넘겨주면 재벌들은 잡혀간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재벌들이 그렇게 쉽게 잡혀가지 않는다고. 쉽게 잡혀갔기 때문에, 우리는 통쾌함이나 권선징악적인 요소는 느끼지 못한다. 애초에 쉽게 잡혀가는 게 말이 안 되니까. 저렇게 잡혀가도 분명 금방 나올 것을 아니까 말이다. 이 영화가 정말 상류층의 민낯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적어도 노출 장면이 안 들어가도 충분히 표현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잘못이 밝혀져서 처벌받는 것을 보여주는 것보다 그들이 진짜 어떤 사람인지, 또 그들의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보여주는 것이 관객들은 더 매력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2 / 5 상류 감독이 되고 싶은, 하류 감독의 노력.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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