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 리뷰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남성과 여성이 바뀐다면’이라는 가정을 내용으로 하여 만들어진 영화라고 하여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최근 좋은 퀄리티를 보여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이기 때문에 더욱 기대를 했습니다. 최근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 프랑스 영화라는 것도 나름의 기대를 하게 만드는 요인이었습니다.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들]은 여성과 남성의 지휘 및 역할이 바뀐 세상을 바탕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만큼의 무언가를 보여주는 영화는 아닙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한 것은 사회적으로 우리가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남성과 여성의 차별을 보여주는 내용을 생각했습니다. 물론, 영화는 그런 내용들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것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뭔가 주위를 맴돌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속에서 여성과 남성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기 쉽게 보여주는 대목이 별로 없습니다. 원래 세상에서는 여성들이 치마나 원피스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뀐 세상에서는 치마나 원피스를 입는 여성이 없습니다. 그냥, 여성들이 입을 것 같은 옷들만 등장합니다.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면, 치마나 원피스를 입은 남성 혹은 화장을 진하게 하거나, 머리를 기른 남성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 단순 사회적 지휘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싶었다면 의상에 대한 시도는 아예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괜히 어설프게 할 것이 아니라면 아예 건드리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영화 속에서 여성의 지휘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영화의 스토리 자체가 그런 느낌이어서 그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지휘가 위압감을 느껴려면 조금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이나 정치같이 큰 그룹이 필요하죠. 그런데 영화 속 배경은 출판 사무실과 작가가 전부입니다. 사실, 작가라는 직업이 남성과 여성의 분포가 크지 않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이 애매하게 보여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가 불분명합니다. 유리천장에 대해 말하고 싶으면 직장 내에 업무적인 차별이 나와야 하는 것이고, 생활 속에서 남성 스스로가 여성을 낮게 본다는 의식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그런 면들을 조금 더 극단적으로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인 ‘다미엥’이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남자라는 이유로 그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던가 혹은 원래 세상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실력을 펼치지 못한 사람이 바뀐 세상에서 뛰어난 작가로 인정받는다는 것처럼 이런 일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그런 사례들이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런 시도가 좋은 시도임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신과 함께]는 한국영화사에서 크게 중요한 영화입니다. 기술적인 시도로 한국 영화 발전에 한 걸음 나아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신파적인 요소와 떨어지는 완성도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한 영화입니다.
[거꾸로 가는 남자]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 바뀌어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시도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을 잘 보여주지 못하였습니다. 완성도 좋지 못하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도 불분명합니다. 남성과 여성이 바뀌는 설정이 없더라도 좋은 영화가 되어야 하는데, 이 영화의 그 설정마저 없다면 아무것도 아닌 영화가 되어 버립니다.
이 영화의 목적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역지사지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면 여성이 받는 차별적인 면만 아니라 남성이 받는 차별적인 면도 보여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이라서 몰랐던 점과 남성이라서 몰랐던 점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준다면 그 이야기가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올 것입니다.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도 영화의 완성도가 그만큼을 미치지 못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들리려면 논리와 상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 내에서 스스로 만든 설정에 대해 조금 더 견고하게 하고, 영화 스스로가 그 설정을 깨지 않아야 합니다.
영화 속 두 세계는 어느 쪽도 옳지 않습니다. 다르다는 것은 받아들여야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고,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3.5 / 5 주제를 따라가지 못한 완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