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논] 리뷰
적어도 매주 한 편씩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넷플릭스 콘텐츠 관련 메뉴를 만들고 나서는 왠지 모를 의무감이 들어서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억지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저의 스타일이 원래 그렇습니다. 주위 사람에게 ‘00을 할꺼야’라고 지속적으로 말하고 나서 스스로 해야 하는 이유를 만듭니다. 제가 넷플릭스 콘텐츠를 꾸준하게 보는 이유는 이것은 새로운 영화의 플랫폼입니다. 저의 생각은 미래의 극장은 일반적인 영화 상영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하면 극장은 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블랙미러 : 밴더스내치] 대표적인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일반 상영관이 아닌 특수 상영관을 만드는 이유 또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게 되면서, 이 영화도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집에서 손가락 하나의 움직임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이상을 할 수 있는 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아논]입니다.
이 영화는 생각 외로 많은 곳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습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넷플릭스 작품에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언론에서 다룰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소재입니다. 물론, 이런 생각은 영화를 보기 전에 가지는 생각뿐일 것입니다.
[아논]에서 나오는 설정들은 모든 인간의 기억이 기록화되어 있는 사회입니다. 때문에 기억에 대한 공유도 쉽고, 모든 데이터들이 몸에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결제나 문을 여는 일 또한 건드리지 않아도 가능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어떤 인물이 그 기억들을 조작하고 없애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쫓는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입니다.
간단한 줄거리만 들으면 이 영화는 상당히 흥미로운 SF영화처럼 보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하기 위한 말이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렇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전 집중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비디오 게임 중에 [와치독] 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와치독스라고도 불리는 이 게임은 뛰어난 해킹 기술을 가진 인물이 주인공이 되어서 해킹을 하며 퀘스트를 수행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을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해킹이라는 소재도 좋지만, 그 해킹이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했습니다. 거기에 사용자가 직접 해킹을 하는 느낌이 들도록 만든 몇몇 게임의 요소는 사람들이 좋아하기에 충분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플레이스테이션 4를 구매하고 초기에 즐겼던 게임입니다.
영화 [아논]은 이 [와치독]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느낌입니다. 해킹이나 미래의 데이터를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물론, 여기서 표현되는 데이터의 표현이 무한한 선들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위해서는 그럴 수도 있습니다. 영화의 첫 장면을 보면, 주인공이 거리의 사람들과 물건을 보면서 그 사람의 신상이나 물건들의 정보들이 나오는 장면을 보면서 이 게임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영화 내내 모든 표현들이 이 게임과 비슷하게 표현됩니다.
영화 속에서 표현되는 모습이 어떤 콘텐츠와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고 하고, 디지털에 너무 모든 것을 의존하고 있습니다. 범죄 영화라면 등장하는 지문이나 과학 수사, 이런 것이 아니라 그저 디지털 증거에 의해서만 수사를 보여줍니다.
대게 범죄수사에서 디지털 증거에만 의존하던 인물이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디지털 증거의 허점인 변조와 조작 및 복제가 심하다는 단점으로 인해 실패하는 경우를 보여주는 영화가 꾀나 있습니다. 시대가 변했다 하더라고 우리의 인식은 아직 아날로그가 같이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철저히 아날로그적인 것은 배제하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에 나오는 어느 부분은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자신의 기억이 있음에도 과거 데이터가 지워진 것을 절망적으로 느끼는 부분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우리가 친한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었지만, 지금은 전화번호가 지워졌다고 하는 모습과 비슷해 보입니다. 사실, 지금은 전화번호도 점점 안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영화가 전체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넷플릭스 초기 콘텐츠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분명히 말하려는 이야기도,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도 알겠는데 겉만 번지르르하고 내실이 없습니다. 적당한 제지가 필요합니다. 감독이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에 대해 심취해 자신의 생각대로 일필지휘하는 것이 꼭 좋은 영화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저도 글을 쓰면서,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지만 다 담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 이야기를 다 하면 글이 더 난잡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두서 없이 해서, 결국 듣는사람이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야?’ 라고 되묻게 되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2.5 / 5 새로운 시대를 소재로 한 진부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