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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Jan 26. 2019

한국 넷플릭스 드라마의 아주 좋은 출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리뷰

넷플릭스 최초로 한국에서 만들어진 드라마 콘텐츠입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점유율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한국의 점유율을 높이는데 힘을 쓰고 있습니다. 최근 많은 곳에 광고를 하며, 넷플릭스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싸인], [유령], [시그널] 등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와 영화 [끝까지 간다], [터널]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의 작품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입니다.

 

[킹덤]은 공개되기 전부터 조선 좀비물 그리고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의 작품, 그리고 넷플릭스 최초의 한국 드라마 콘텐츠라는 여러 가지 수식어들과 함께 화제를 불러 모았습니다. 특히, 주지훈, 류승룡, 배두나 등 굵직한 배우들의 캐스팅 또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넷플릭스에서는 이 콘텐츠가 드라마로 분류되어 있지만, 이 콘텐츠는 드라마와 영화로 경계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은희 작가는 드라마를 써오던 작가입니다. 하지만, 결혼 전에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을 했기에 영화에 대한 이해도 충분히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은희 작가와 배두나 배우의 꼬임(?)에 넘어간 김성훈 감독 역시 영화감독입니다. 그리고 김태성 촬영 감독 역시 영화 촬영 감독입니다. 배우들 또한 드라마보다는 영화에서 더 많은 활약을 한 배우들입니다. 실제로 영상 퀄리티가 기술적인 면은 영화에 가깝습니다. 실제 류승룡 배우의 인터뷰에 의하면 힘든 한국 영화 3편을 찍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습니다. [킹덤]을 보면, 그 말을 했던 이유가 이해가 됩니다.

그만큼, 기술적으로 흠잡을 것이 없습니다. 기존 제작 시스템과 다르게, 철저하게 사전 제작된 드라마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선보이는 콘텐츠입니다. 어쩌면,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 콘텐츠에 아주 적합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의 전 작품들을 살펴보면, 기존 드라마들과는 전혀 다른 드라마를 보여줍니다.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그녀에게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넷플릭스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부산행] 이후로 한국에서도 좀비물이 흥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많은 사람들이 좀비물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좀비와 한국을 결합할 수 있는 좋은 소재는 현대 시대 이전의 시대에서 좀비가 나타났다는 설정입니다. 그래서 영화 [창궐]은 조선 시대에 좀비가 출연했다는 소재를 가지고 처음으로 등장한 컨셉의 영화입니다. 물론, 이 영화는 망했습니다.

불행하게도 [킹덤]은 이 [창궐]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좀비를 권력에 이용하는 사람 그리고 그를 통한 권력 암투와 백성을 지키려는 세자 등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킹덤]을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킹덤]은 [창궐]처럼 대충 만들었다는 느낌은 전혀 안 듭니다.

 



 

1.     좀비에 대한 설정

 좀비물도 그렇지만, 모든 콘텐츠는 자신들이 만드는 설정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창궐]에서는 좀비들이 햇빛을 받으면 타 죽는다는 설정이고, 낮이라고 해도 해가 없는 곳이면 활동하는 등 이런저런 설정들이 존재합니다. 좀비라는 생명체도 그들 나름대로 계보가 다릅니다. 감염이 되는 방법도 바이러스 성인지, 혹은 물리거나 피로 인해 감염이 되는 것인지도 다릅니다. 좀비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같은 좀비라도 각 영화마다 그 영화에서 쓰이는 좀비들의 설정이 다릅니다. [창궐]이 좀비 영화로써 실패한 것은 자신들이 설정한 이 설정들을 자신들이 파괴했다는 점입니다. 햇빛이 드는 한낮의 궁 안에서 물린지 반나절도 넘은 좀비가 갑자기 되어서 달려든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이 많았습니다.

 [킹덤]은 그런 설정에 대해 철저하게 지킵니다. 이게 당연한 것인데, 한동안 이상한 영화들을 많이 봐서 이것이 기쁘게 느껴집니다. [킹덤]에 나오는 좀비들의 특징이 누군가에 의해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거나 혹은 인물들의 행동에 의해서 조금씩 설명됩니다. 그리고 이런 영화들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그들도 발전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점을 상당히 기대했습니다. 사람들이 그들에게 적응할 때가 되면, 그것을 넘는 어떤 능력이 발휘가 된다던가 혹은 발전을 보여주는 것이죠. 즉, 매번 같은 방식이 아닌 조금 더 새로운 방식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그 기대감을 충분히 충족 시켜줍니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특징 중 하나가 잘 나타납니다. 바로 청불 등급이라는 점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살펴보면 청불 콘텐츠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는 표현에 대한 수위를 조절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무조건 자극적인 것이 아니라, 보여줄 것은 확실히 보여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구독자들의 월 정액을 통해 수입을 얻습니다. 영화를 더 많이 본다고, 손해도 아니고 이익도 아닙니다. 때문에, 콘텐츠에 수위를 조절해가면서 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영화는 등급에 따라 관객 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이 중요하지만, 넷플릭스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죠. 자신들이 제작하고, 배급을 하기 때문에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킹덤]이 제작되면서, 김은희 작가가 청불 등급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조금 잔인한 장면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극적이도록 넣은 것이 아니라 좀비에 대한 표현을 위해 넣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킹덤]을 보면 이 말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게 됩니다. 좀비물은 어느 정도 잔인한 면이 있어야 합니다. 좀비들이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런 방식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좀비를 죽이기 위해서는 목을 쳐야 하는데, 이것이 표현 수위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면 그들에 대한 무서움도 사라질 것입니다. 막상 [킹덤]을 보면 많이 잔인하다는 생각이 안 듭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딱 필요한 정도의 표현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2.     스토리 전개와 긴장감

김은희 작가는 그전에 많은 작품을 통해 탄탄한 스토리를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킹덤]에서도 탄탄한 스토리를 보여줍니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끝까지 볼 수밖에 없는 흡입력을 가진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스토리 전반에 대한 판단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이 듭니다. 아직 완결이 난 스토리가 아니기 시즌 2 이후로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시즌 1을 가지고 판단을 해보면, 적어도 이야기를 대충 마무리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좀비라는 소재를 이용하는 것도 있지만,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잘 못 만드는 사람은 그것을 보여주는 것도 서툽니다. 때문에, 이야기 진행 중에 필요한 설정이 있으면 갑자기 그 자리에서 인물의 과거를 설명하면서, 여태까지 관객들이 전혀 몰랐던 설정을 끌어냅니다. 이런 설정이 필요하다면, 영화의 초반부에 어느 정도 설명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이 설정이 다시 등장한다면, 관객들도 충분히 이해를 하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나름의 반전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 반전이 아니라, 과거에 있던 미스터리한 일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이해가 되어야 반전이라는 것이 되는 겁니다. 그런 것을 생각해보았을 때, [킹덤] 역시 이야기의 결말에 어떤 반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직 콘텐츠에서 보여주긴 했으나 설명하지 못한 것이 꾀나 존재합니다. 그리고 시즌 1 의 마지막도 비슷한 느낌을 보여줍니다.

이런 강점들은 긴장감으로 이어집니다. 긴장감이라는 것은 편집을 잘하고, 좋은 음악을 쓴다고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공포영화를 안 좋아하는 이유는 공포영화들이 스토리적으로 보여주는 긴장감이 아닌 귀신의 등장으로 놀라게 하거나, 귀신의 비주얼, 자극적인 요소에만 집중하는 모습 때문입니다.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긴장감에는 분명 한계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사람이 눈물을 흘린다고 모두 슬픈 것이 아닙니다. 깜짝 놀랐다고, 그것이 공포와 비슷하다고 생각될 수는 있지는 그것은 공포가 아닙니다. 공포는 감정입니다. 감정은 사람 스스로가 느껴야 합니다. 인물에 이입이 되어서, 인물이 무서워할 만한 상황이라고 느껴져야 합니다. 즉, 자신이 그 공포에 공감이 되어야 합니다. 저도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이 긴장하면서 봤습니다. 밤에 불 끄고, 혼자 보기에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이 됩니다.

 

3.     높은 기술적 완성도

제가 놀란 부분은 기술적인 완성도입니다. 위의 글을 통해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도 했지만 그 외에 다른 기술적인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특히, 촬영 관련에서 많이 신경 썼다는 점이 느껴집니다. 높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기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이 기술적인 점이 거슬리는 영화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한국 영화 5편을 보면, 그 중에서 3~4편은 어떤 점이 기술적으로 거슬리는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적어도, [킹덤]에서는 그 점이 거의 없었습니다.

아쉬운 점을 하나 먼저 이야기하자면, 추격 장면에서 좀비와 일반 백성의 구분이 모호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또한 의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킹덤] 속에서 좀비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로 굶주린 백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런 것을 생각해보면, 굶주린 백성과 좀비가 다를 것이 없다는 시선으로 보면 구분이 안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촬영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쓴 것이 보입니다. 우선, 헬리캠이나 와이어 캠의 활용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 부분이 사극이라면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요즘에는 일반 산에도 전선이나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촬영을 위해서는 CG가 분명히 필요합니다. 그런 작업을 감안하면서도 부감 장면이 많은 것은 [킹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내용과도 분명히 연관이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낮에는 눈에 보이지 않은 좀비를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은 것을 보여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이라는 이야기는 후반부에 어떤 메시지와 함께 더 자주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들은 단순히, 촬영만 아니라 미장센적으로도 많은 부분에서 표현되었습니다. 영화를 보면, 어떤 소품이나 행동이 상징하는 것이 많습니다. 이런 점들을 찾아보면서 보시면, 더 좋은 시청이 되실 것 같습니다.

 

이 기술적인 면에 배우들의 연기를 조금 첨언하고자 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주지훈 배우는 이제 연기에 대해서 말 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왕이 되기 위한 욕심으로 길을 나섰지만, 백성들의 현실을 보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세자 이창의 모습을 거친 듯하면서, 섬세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가 작품에서 보여주는 연기는 거칠지만, 여린 듯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 남성답지만, 소년의 모습 가지고 있는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그런 그의 모습 [킹덤]의 세자 이창에게서도 느껴집니다.

배두나 배우의 첫 사극 도전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연기 경력이 많은 배우라도 처음 하는 일에는 어색함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왠지 모르게, 배두나 배우의 사극 연기가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앞으로 이어질 시즌에서 다 많은 이야기를 풀어갈 인물로 생각되는데, 조금 나아진 모습을 기대합니다.  

 

 

[킹덤]은 25일에 전 세계에 공개되었습니다. 공개된 직후,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사실, 드라마라고 불리기에는 수준이 조금 높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저는 좀비물을 좋아하는 편이 아님에도 [킹덤]은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천천히 보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몰아보기를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6부까지 밖에 안 나왔습니다. 뒤의 이야기를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한국에서도 이런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놀라웠습니다. 최근 방영한 [미스터 션사인]을 보면서, 높아진 기술력을 보고 감탄을 했습니다. 이런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된 것이 많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 투자라는 것은 단순히 금전적인 것이 아닙니다. 요즘 드라마는 넷플릭스에게 먼저 간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넷플릭스, tvN, jtbc, 공중파 순으로 대본이 간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러한 순서가 만들어진 이유는 단순히 많은 돈을 투자해주기 때문이 아닙니다. 충분한 자율성을 보장하고, 시간을 보장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넷플릭스의 경우 한 번에 모든 완성된 작품이 나오기 때문에 사전제작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애초에 드라마와 영화가 구분된 이유는 이들을 접할 수 있는 곳에 따른 구분이었습니다. 스크린 위에 영사가 되면 영화, TV를 통해 나오면 드라마로 구분되었습니다. 지금은 그 구분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 구분을 없애는 가장 큰 역할을 한 곳이 넷플릭스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의 콘텐츠를 위해서 외국에서 많은 돈을 투자하겠다고 하는데 그것을 반대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됩니다. 단순히 돈이 많다고, 좋은 콘텐츠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돈을 줄 수 없다면 적어도 충분한 제작 환경을 만들어줘야 좋은 콘텐츠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5 / 5  한국 넷플릭스 드라마의 아주 좋은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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