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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Jan 18. 2019

감독과 배우들의 완벽한 조화

영화 [극한직업] 시사회 리뷰

영화를 보면서 감독의 이름을 기억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미 거장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일부 감독을 제외하면 차기 작품이나 특정 개성을 가진 영화감독으로 누군가를 쉽게 떠올리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감독은 이번 작품이 그의 3번째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이 감독의 영화라는 이유로 기대를 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관람평 역시 감독을 칭찬합니다. 배우보다 감독이 더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그 감독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 영화계에서 차기 작품이 기대되는 감독을 꼽으라면, 전 이 영화를 연출한 이병헌 감독을 이야기할 것 같습니다. 이병헌 감독의 3번째 영화 [극한직업]입니다.

 

 

저는 이병헌 감독의 영화를 좋아합니다. 그의 첫 장편영화인 [스물]을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영화의 완성도나 주제를 떠나서 [스물]이라는 영화 제목에 맞는 발랄하고, 풋풋한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그가 보여주는 차진 대사는 그가 연출하는 영화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한국에서 자기 개성을 영화감독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가 가지고 있는 개성을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 개성이 대중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만들어왔습니다.

 

이 영화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요소는 상당히 많습니다. 무엇보다 이병헌 감독 특유의 빠른 대사처리와 호흡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코미디 영화는 상당히 어려운 영화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을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을 훌륭히 해냈다는 점입니다. 빠른 템포로 영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습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면서, 중간중간 센스 있는 대사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잘 살아나는 이유 중 하나인 살아있는 캐릭터입니다. 사실, 영화는 캐릭터보다는 스토리가 조금 더 중요합니다. 캐릭터의 매력이 개성 있는 영화를 만들기도 하지만, 드라마에 비해 영화는 스토리의 비중이 조금 더 높습니다. 하지만, 코미디나 액션같이 스토리의 비중이 조금 낮은 장르에서는 이 캐릭터가 더 중요해집니다. 이 캐릭터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것이 납득이 되려면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충분해야 합니다. 때문에, 훌륭한 영화는 초반 10분의 시퀀스에서 인물에 대한 캐릭터와 그들의 상황,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이야기들이 흥미를 끄는 장면과 함께 등장합니다. [극한직업] 역시 오프닝 시퀀스에 이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새삼 느낀 것이 있습니다. 영화는 시나리오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나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을 때, 작가를 유심히 찾아보게 됩니다. 스토리나 캐릭터가 있는 콘텐츠는 작가가 조금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물론, 연출자가 일부 참여하긴 하지만 연출자는 시나리오는 시각화 하는 것이 가장 큰 임무입니다. 가장 좋은 경우는 연출자가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이병헌 감독의 전작을 살펴보면서 더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상업영화인 [스물]은 이병헌 감독이 직접 쓴 시나리오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이병헌 감독의 개성이 아주 잘 드러납니다. 이 개성을 좋아하는 관객들이 그의 두 번째 작품인 [바람, 바람, 바람]을 기대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개성이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처음부터 이병헌 감독이 연출을 하려고 했던 작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본래, [선생, 김봉두]를 연출한 장규성 감독이 제작하려던 영화를 이병헌 감독이 맡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처음부터 참여한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그의 개성이 100% 발휘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기존에 있는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빠른 템포와 말장난 같은 대사를 통해 그나마 죽어가는 영화를 자신의 개성을 녹여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바람, 바람, 바람]은 아쉬운 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개봉할 [극한직업]은 그가 처음부터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를 했습니다.

이병헌 감독은 본래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입니다. 강형철 감독의 영화인 [과속스캔들]과 [써니]의 각색에 참여하면서, 강형철 감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인 대사의 리듬감을 잘 배웠다고 생각이 듭니다. 나름, 한국 영화에서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두 감독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면서 좋은 방향으로 발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영화에서 배우들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영화의 중심인 류승룡 배우는 [광해]와 [7번방의 선물], [명량] 이후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류승룡이라는 배우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은 [내 아내의 모든 것]과 [7번방의 선물]에서 보여준 연기를 떠올릴 것입니다. 조금은 허술해 보이는 역할에서 그가 빛이 났다고 생각합니다. 그 뒤에 여러 작품에서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우리들에게 인상적이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극한직업]에서는 그와 딱 맞는 역할을 보여줍니다. 이것도 커리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가 캐스팅된 것에는 배달의 민족 CF가 한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CF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이 이 영화에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 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진선규 배우입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재미있는 영화는 될 수 있지만 매력적인 영화는 될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볼 것이 얼굴밖에 없는’ 진선규 배우는 이 영화에서 신의 한수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진선규 배우가 극 중에서 중국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중국어를 능숙하게 하는데, 중국 사람들이 놀랍니다. 그리고 자신을 화교라고 말합니다. 이 장면이 왠지 모르게 [범죄 도시]를 떠오르게 합니다. 그의 필모를 살펴보면 이번 영화가 첫 코미디 영화로 보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생각했습니다. ‘이 배우는 코미디를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배우들에게는 밝은 연기가 가장 기본적인 연기라고 생각합니다. 복잡한 감정 없이 단순한 감정들을 표출하면 되기에 연기가 조금 모자라도 커버가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영화 속에 배우들이 연기들이 모두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명 배우가 의외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예전에 드라마 [혼술남녀]를 통해 그를 처음 봤는데, 나름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드라마 [죽어도 좋아]에서 조금 매끄럽지 못한 연기를 보여줘서 조금 실망을 했습니다. 물론, 이번 영화에서는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는 배우들 사이에 호흡이 아주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호흡은 배우들만 아니라 감독과의 소통도 아주 잘 된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로지 한 사람만의 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감독이 배우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생각 이상으로 큽니다. 감독은 배우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전달해야 합니다. 사실, 이 점이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과 더불어 그것을 배우에게 이해를 시켜야 합니다. 이 장면에서 이 인물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물론, 배우에게도 시나리오는 있습니다. 하지만, 감독의 머릿속에 어떻게 표현하려고 하는지는 담을 수가 없습니다. 또한 촬영을 순서대로 하는 것이 아니기에 촬영하는 전에 어떤 상황이나 감정들을 잘 이야기하면서 배우를 설득해야 합니다.

 

영화 [극한직업]은 배우보다는 감독의 칭찬이 많은 영화입니다. 저 또한 감독의 개성이 조금 더 빛을 발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주연으로 등장하는 5명의 배우 그리고 코미디가 더 잘 어울리는 신하균 배우까지 누구 하나 빠지지 않은 캐스팅입니다. 감독이 모든 캐스팅에 100% 적합한 인물을 배치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기존에 이병헌 감독의 영화에 나왔던 배우들이 다수 나온 것을 생각해보면, 그가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는 생각이 들고, 다른 배우들이 평소에 보여주는 모습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도 그의 의도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것을 배우들이 아주 잘 소화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영화를 보면서 어떤 배우가 튄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습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2주나 먼저 개봉하지만, 설 연휴까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정도의 자신감을 가져도 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4.5 / 5  감독과 배우들의 완벽한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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