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목이 [명당]인데, '명당'은 안 나오는 영화
[관상], [궁합]에 이은 역학 3부작의 마무리를 짓는 영화입니다. 조승우, 지성, 백윤식 배우의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고 있던 작품으로 이번 추석 시즌,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명당]입니다.
추석맞이, 한국 영화 3파전 [안시성], [명당], [협상] 중 두 번째로 본 영화인 [명당]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영화 역시 명절 기간에 맞춘, 사극 그리고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과연, [명당]은 어떤 영화일까요?
결론 먼저 이야기하자면 나쁘지는 않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졸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이야기 전개 속도도 괜찮고, 인물들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템포 괜찮습니다. 그렇다고, 재밌다고 말하긴 어려운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장면이 없습니다. 여운이 남는 것도 아니고, 생각할 거리가 많지도 않습니다. 그냥, 오락영화에 가깝게 만들어졌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래도, 이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 때문이지 아닐까 싶습니다. 조승우, 지성, 백윤식, 김성균, 유재명 등 연기에서는 아주 탄탄함을 보여줍니다. 물론, 모든 캐스팅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이원근 배우에 대한 말이 많은데,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이 배우들이 보여주는 케미가 좋습니다.
특히, 최근에 드라마 [라이프]와 [아는 와이프]를 봐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조승우 배우와 유재명 배우가 시너지를 잘 발휘했다고 생각합니다. 지성 배우의 연기도 첫 등장에서는 약간의 어색함이 보여서 약간 우려를 했습니다만, 흥선군의 카리스마를 잘 보여줬습니다. 백윤식 배우는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역할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 영화의 무게를 잡는 일입니다. 이 영화의 모든 이야기는 극 중 김좌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많은 인물이 이 인물을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때문에, 그가 무너뜨리기 어려운 사람으로 보여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아주 잘 소화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원근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저의 지인도 이 영화를 보고 이원근 배우의 연기에 대해 지적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대치를 좀 낮추고 봤는데, 저는 영화를 보고 별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최근 [물괴]나 [안시성]에서 이미 발연기가 무엇인지 알고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그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것이 의도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배우들의 연기에도 이 영화가 재미없게 느껴지는 것은 스토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의 소재는 재미없는 소재는 아닙니다. 다만, 그것을 풀어내는 것이 문제겠지요. 항상 비슷한 패턴을 보입니다. 사극이라는 장르는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창작이 아니라면 이야기의 결과가 어느 정도 정해져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극이 재밌을 수 있는 이야기는 그 이야기를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합니다.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다룬 [명량]과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은 같은 인물을 다뤄도 사람들의 평가는 다릅니다.
이렇듯, 영화는 내용보다는 이 내용을 어떤 이야기로써 풀고 가느냐가 중요합니다. 같은 내용의 이야기라도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 따라 그 내용이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가 갈리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명당]은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나가지 못했습니다. 너무 정직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냥 KBS 대하드라마 같은 이야기 전개를 보여줍니다. KBS 대하드라마는 그냥 집에서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돈을 내고 봐야 하는 영화라면 드라마보다는 더 재밌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정도도 못한다면,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 돈이 아깝다고 느껴지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명당]이 괜찮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감독이 의도를 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진정으로 [명당]이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무엇인지 제 생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영화에서 헌종을 연기한 이원근 배우에 대한 말이 많습니다. 전 [명당]을 보면서, 헌종의 캐릭터를 보면 그의 연기 톤이 맞는 연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100% 완벽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역사 속에서 헌종은 8살에 즉위하여, 15년간의 재위 기간을 지냈습니다. 이 이야기가 재위 기간의 거의 끝자락이니 당시 헌종의 나이는 23살로 추정됩니다. 23살이면 어린 나이도 아니지만, 노련한 나이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궁이라는 공간에서 오랜 시간 동안 권력을 잡고 있던, 김좌근에게 그는 대적하지 못할 인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재임 초반에는 수렴청정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왕으로써 권력을 행사해본 경험이 적습니다. 때문에 그는 당연히 김좌근에 비해 카리스마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어린 나이기 때문에 목소리 또한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해보면, 헌종은 아직 경험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의지는 넘치나 그것에 대한 방법이나 능력은 아직 완성된 인물은 아닙니다. 이를 알고 있는 김좌근은 이를 이용해서 헌종을 쥐락펴락합니다. 이러한 농락이 자신이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김좌근이 자신의 조상의 묘를 흉당에 써서, 혹은 김좌근이 자신 조상의 묘위에 묘를 써서 자신이 왕권을 못 잡는 다는 핑계를 대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직접적인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김좌근이 한 일은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그것은 김좌근이라는 사람이 잘못된 행동이지, 그것 때문에 헌종의 왕권이 약해졌다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역학 시리즈의 첫 작인 [관상]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과학으로 역학은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믿음에 대한 문제입니다.
즉, 단순히 풍수지리적인 문제 때문에 헌종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헌종이 노력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런 내용에 대한 생각은 마지막 장면에서 조금 더 확실해졌습니다. 신흥무관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실 그 이야기는 누가 봐도 사실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장면을 넣었다는 것은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재미가 있는 장면은 아니니까요.
나라를 위해서 자리를 봐주는 것보다는 나라를 위한다고 하니까, 돈을 그렇게 밝히던 ‘용식’이 돈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격려를 해주고, 응원을 해줍니다. 신흥무관학교가 좋은 명당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독립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들의 노력과 희생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자신이 뜻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위치가 아니라,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말을 합니다. ‘과거에 점쟁이들에게 사람들이 찾아간 이유는 정신과가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살면서, 생기는 답답한 일들을 점쟁이에게 찾아가 털어놓고 고민을 해결할 방법도 알려줍니다. 그것이 효능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를 봐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싶어 합니다. 듣는 이가 그 고민을 해결해주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털어놓으며 한풀이를 합니다. 당시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누구 하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사람이 없을 때, 속이 답답할 때 찾아가는 곳이 점쟁이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이 부분은 긴가민가합니다.. 영화를 볼 때, 감독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은 것도 감독이 제대로 표현하지 못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원근이라는 배우가 발연기를 보여줬던 배우 아님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감독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위의 이야기가 꿈보다 해몽이 좋은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명당]의 박희곤 감독이 이것을 의도한 것이라면,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70% 정도는 의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는 가족과 같이 봐도 나쁘지 않은 영화입니다. 영화 보면서 졸릴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임팩트 없는 스토리와 볼거리 없는 장면들이 즐비한 이 영화는 만족감을 주지는 못 할 겁니다. 솔직히, 영화 속에서 명당이라 하는 곳들이 시각적으로 명당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로케이션 헌팅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라도, 영화 제목에 맞게 누가 보더라도 ‘명당’인 장소가 나왔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청와대는 누가 봐도 명당 같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