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스] 리뷰
영화 [어스]는 [겟 아웃]을 연출한 조던 필 감독의 신작입니다. 전작에 이어서 그는 공포와 스릴을 자극하는 영화를 제작하였습니다. 조던 필 감독은 코미디언 출신으로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얼굴을 알린 감독입니다. 실제로 조던 필이 코미디언 시절에 보여준 개그를 살펴보면 그가 이런 스토리를 제작함에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의 개그에는 반전과 공포가 있는 개그가 종종 있었습니다. 단순히 그의 이력뿐만 아니라, 한국의 개그 프로그램을 봐도 매주 스토리를 짜야 하는 코미디언에게 스토리를 만드는 것을 일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람을 울리는 것보다 웃기는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코미디언들을 항상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의 신작인 [어스] 역시, 그의 영리함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어떤 장르라는 것을 보여줄 때는 그 장르가 가지는 공식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장르물이라는 것이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조던 필 감독은 그 장르물의 공식을 잘 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 길을 따라가는 것들뿐만 아니라, 그 공식을 조금씩 비틀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공포와 스릴러 장르를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에는 공포 영화의 공식과 스릴러 영화의 공식이 모두 존재합니다. 하지만, 조던 필 감독은 그 공식대로 따라가다 공식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때문에 뻔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런 모습은 그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들어 더욱 공포스럽게 만드는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또 한 가지 장르가 있습니다. 바로, 코미디입니다.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이 영화에는 상당 부분 코미디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극의 절정에도 이런 코믹한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 부분이 감독이 상당히 영리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의외로 초반에는 이런 장면이 거의 없다가, 후반에 가면서 더 등장하는 것 같은데 이 또한 어떤 의도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어스]의 해석에 대한 검색어가 많아서 더 궁금했습니다. 예고편만 봐도 상징적인 것들이 많이 등장해서 저도 나름 궁금했는데, 영화를 보니까 그 의문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해석이라고 말할 부분이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토끼나 가위 같은 것은 다른 분들이 이미 많이 이야기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이미 많이 거론되었고, 영화 속에서 그것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지 영화에서 어떤 작용을 일으키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자체가 그렇습니다. 영화는 똑 부러지게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 점에서 많은 분들이 해석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느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만든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계층, 내면, 진실, 주변 환경, 자연, 믿음과 같은 키워드들로 이 영화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조던 필 감독이 인터뷰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부분 포함할 수는 있다고 했습니다. 영화 자체가 인종차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영화의 내용이 인종차별 문제에 적용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생각하는 영화의 가장 큰 내용은 주변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화에도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왕자와 거지]입니다. 동화의 내용은 아실 것이라 생각하고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이 동화에서 보여주는 내용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가 얼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애들레이드가 서로 바뀐 상태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바뀐 둘은 서로의 환경에서도 살아갔습니다. 특히, 복제인간인 레드는 인간의 세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잘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애들레이드는 복제인간 세상에서 비참한 삶을 살아갔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이들의 환경에 따라 사람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로 느껴졌습니다. 복제인간으로 만들어진 레드가 인간 세상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던 것은 그들의 환경에 맞게 교육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즉, 그들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보이지 않은 차별에 대한 이야기로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서로의 환경이 바뀐 채로 살아가자 둘은 자신이 최초의 어떤 존재인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변해있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이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높은 계층에 있는 사람이나 낮은 계층에 있는 사람 모두 똑같은 사람이라는 이야길 보여줍니다.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는 가치는 어느 곳에 가져다 놓아도 모두 통용할 수 있는 가치입니다. 때문에 영화는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같은 옷이라도 입은 사람의 따라 그 모습이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이 영화는 사람이 입는 옷 같은 영화라고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의 생각에 따라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 다르고, 적용되는 소재들마다 이 영화의 주제는 새롭게 탄생할 것입니다.
4 / 5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에필로그
1.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인데, 이 영화의 주인공이 흑인인 이유는 인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느껴진 흑인의 장점은 눈이 돋보인다는 것입니다. 포스터에서도 느껴지지만 눈과 피부색이 대조를 이루면서 눈이 상당히 강조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 연출을 의도하고, 눈이 큰 흑인 배우를 캐스팅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엔딩 크레디트를 보면서, 복제인간들에게도 이름이 있다는 것이 상당히 특이했습니다. 영화에는 그들의 이름이 언급이 안되는데 왜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가지 특이한 점은 그 이름들이 무언가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영어 이름의 대부분은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들은 왜 의미 있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