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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Apr 15. 2019

인상적이지 않은 좋은 의도

영화 [페르소나] 리뷰

개인적으로도 아이유라는 인물은 오묘한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많은 느낌이 겹치는 인물입니다. 그 느낌을 표현한 작품이 바로 [페르소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4명의 감독이 아이유를 주연으로 하여, 4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넷플릭스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 이런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일반 극장에서는 단편영화를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여러 단편 작품을 보면 넷플릭스의 순기능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블랙미러]처럼 단편의 이야기 여러 편을 하나의 작품으로 묶어서 시리즈 형식으로 공개할 수 있는 점은 장점이죠. 덕분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다양한 작품이 나올 수 있고, 비교적 이름이 덜 알려진 연출자라도 이런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공개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 첫 시작을 한 4명의 감독은 아이유라는 인물을 두고 4편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각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총평을 하자면, 저에게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습니다. 저도 한때는 단편영화에 빠져있어서, 정말 수많은 단편영화와 독립영화를 봤습니다. 4편의 영화 모두 잘 만들어진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저 자본과 기술이 비교적 여유가 있어서 잘 만들어진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단편영화는 장편영화와 다르게 하나의 사건을 통해 영화의 주제를 전달합니다. 그래서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에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인물의 대화나 플래시백 형태로 짧게 보여주는 것이 전부입니다. 대놓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은연중에 표현되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단편영화는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난해하게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한 편으로 많은 분들 하는 착각 중 하나가 대부분의 단편영화는 난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과거 2000년대에 한국 단편영화는 적은 대사와 예술적 표현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단편영화는 상업영화와 비슷한 형태를 띠는 영화도 늘었습니다. 오락거리를 제공하면서도, 나름의 의미를 담고 있는 영화들이 등장했습니다.


페르소나의 첫 번째 영화인 [러브 세트]를 연출한 이경미 감독은 [잘 돼가? 무엇이든]이라는 단편영화를 통해서 많은 이름을 알린 감독입니다.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면 이 영화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도 단편영화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연출한 [러브 세트]에서는 아이유라는 인물을 아빠의 여자친구를 싫어하는 소녀로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는 공을 주고받는 테니스 대결을 통해, 사랑을 쟁취하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무릎의 피는 마치, 초경을 하는 듯한 이미지로 그려 그녀의 첫 경험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그녀가 누군가를 쟁취하기 위한 첫 이야기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혹은 소녀의 질투를 그렸다고 볼 수도 있겠죠. 

[러브 세트]는 단편영화의 장점이 잘 살아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단편영화는 함축적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시각적인 신경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유가 딸이라는 설정을 보여주는 장치가 없습니다. 그저, 대화를 통해서 조금씩 알아갑니다. 아빠라는 말을 하기 전까지 그녀는 그저 자신의 남자를 뺏기기 싫어하는 한 소녀의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모녀지간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에 영화를 보면, 영화의 내용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이런 모습은 아빠의 여자친구를 질투하는 그녀가 자신의 아빠 혹은 남자가 뺏기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아빠를 남자로 본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같은 감정이라는 것이죠. 때문에 영화를 볼 때, 아빠와 딸이라는 설정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봐도 무방하다고 보입니다. 그렇게 봐도 영화의 의미는 동일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무작정 자신의 온 힘을 다해 상대를 해보지만, 두나는 (튜나 아닙니다)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그저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그녀는 한 점도 따지 못했고, 이 스코어를 테니스에서는 [러브 세트]라고 부릅니다.



[썩지 않게 아주 오래]를 연출한 임필성 감독은 아이유를 구미호의 모습으로 본 것 같습니다. 그녀의 모습이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인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 중에 [마담 뺑덕]에서 본 치명적인 여성의 모습을 이 영화에서 보여준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단편영화의 다른 모습 중 하나인 실험 영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의 영화도 질투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는 자유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사랑이라는 과정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두 남녀는 카페에서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고 있지만, 애써 쿨한 척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쉽게 보여주지 못합니다. 여자 또한 그런 남자의 모습에서 조금씩 지루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물들이 느끼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와 상황의 변화를 어떤 공간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자는 점점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이 많아지면서, 남자는 자신의 생각을 말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순간 여자도 자신의 진실을 이야기해주고, 이윽고 남자는 자신의 마음을 다 건네줍니다. 


이 부분에 임필성 감독이 보여주는 가시적인 연출이 상당히 돋보였습니다. 마음을 보여달라는 것을 심장으로 보여줘서,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주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사람인지, 시체일지 모를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여자는 그제서야 남자의 이름을 물어보며, 자신의 가방에 그 심장을 담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자는 그녀에게 준 마음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아마 그녀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돌려받지 못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남자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요? 전혀 없습니다.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 아닙니다. 남자처럼 결국엔 모든 것을 내어주고, 어느 순간 현실을 자각하게 되고, 그 순간은 권태가 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고운 감독은 [소공녀]를 통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가장 기대가 되었던 영화입니다. 그리고 [페르소나]에서 가장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단편 영화 스타일이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편영화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하나의 사건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이해도 쉽고, 주제도 명확해집니다. 


영화 [키스가 죄]는 현대 사회에서 겪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한나가 자신의 친구를 찾으러 친구네 집으로 갑니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를 매몰차게 쫓아냅니다. 포기하지 않고, 그녀를 찾던 한나는 그녀의 아버지가 집을 나선 후 집으로 들어가 친구를 찾아냅니다. 그녀의 목덜미에는 키스마크가 있었습니다. 처음 본 남자와 키스를 하고, 그들은 그녀에게 키스 마크를 남겼습니다. 마치, 자랑하듯 낙인을 찍은 키스마크 때문에 그녀는 아버지에게 머리를 잘립니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위해 별 짓을 다하지만, 실패합니다. 나름 소심한 반항으로 담배를 피우다가, 담배꽁초로 인해 닭 우리에 불이 납니다. 한 닭이 불에 옮겨붙어서 도망가고, 그 닭에 인해 두 여자도 모르는 사이에 산불이 납니다. 


남성으로 인해 남겨진 키스마크와 그녀에게 가부장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아버지 그리고 그들에게 소심한 복수를 하려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보여준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 흥미로운 점은 아버지가 산불을 막는 관리원이라는 점입니다. 나름 복수가 성공한 듯합니다. 

이 작품에서 산불을 다루고 있던 탓에, 강원도 산불로 인해서 공개를 미뤘던 것 같습니다. 작품을 보니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종관 감독의 [밤을 걷다]입니다. 영화는 특이하게 꿈속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미 죽은 지은이라는 인물과 그의 남자친구가 만나서 두 사람이 데이트를 했던 장소를 다니면서, 미처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흑백을 통해, 빛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중간중간에 화면 안에서 빛의 밝기가 달라지면서, 인물의 감정 표현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존재합니다. 


두 사람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상황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두 사람이 그동안 만났던 곳을 둘러보면서, 같은 상황 속 서로 다른 기억을 이야기합니다. 이를 통해, 두 사람은 진짜 마지막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들이 지나갈 때마다 불들이 꺼지면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너는 그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들은 잊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서서히 잊힐 것입니다. 




총 4편으로 구성된 [페르소나]는 크게 인상적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한 배우를 두고 몇 명의 감독이 서로 다른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는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이유라는 인물이 아닌, 다른 배우가 주인공인 프로젝트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넷플릭스가 전 세계에 공개된다는 점에서 여러 한국 배우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페르소나라는 이름을 통해서 시즌별 배우를 선정해서 꾸준히 공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3 / 5  좋은 의도, 인상적이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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