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트 스톤] 시사회 리뷰
프롤로그 – 스포일러는 최대한 하지 않기 위해 영화에 대한 내용 언급이 적습니다. 청소년과 심리에 대해서 관심이 있어서 할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영화의 내용과 다른 내용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신 분들에게는 매치가 되는 장면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거친 시기를 말하자면, 대부분은 청소년기를 이야기할 것입니다. 청소년기는 인간이 가장 야생적인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부분은 동물은 아기 때는 온순함과 많은 겁을 가지고 있지만, 어느 정도 성장을 하면 겁이 사라지면서 모든 것에 경계를 하고, 상당히 거칠어집니다. 그 시기가 인간에게는 청소년, 다른 말로는 사춘기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기가 지나면, 인간들이 살아가는 약속과 교육을 받으면서 점차 다른 인간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것이겠죠.
제가 청소년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합니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무식하게 용감한 모습입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에 사랑을 곁들여서, 틴에이지 로맨스 물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저는 후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들도 좋아합니다. 전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나의 소녀시대]나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에게]가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지랄발광 17세]나 한국 독립 영화 [용순], [바람] 같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저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좋아합니다. 청소년기는 가장 용기 있고,, 순수하면서,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시기입니다. 때문에 청소년이 주인공인 영화에서는 다양한 전개가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조금 자극적으로 느껴집니다. 영화 초반부터 느껴지는 이미지와 전개상에서 드러나는 그들의 행동들이 다소 과격하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우리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그들의 모습과 가까운 편입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후반으로 진행되면서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이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단지 서툴기 때문입니다. 욕망과 사랑을 구분하지 못하고, 호감과 미움의 경계가 얇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들이 거침없는 농담을 하는 이유는 그런 욕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끓어오르는 욕구를 그런 식으로 분출하는 것입니다. 그 욕구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영화 속에서 표현된 성적인 욕구일 수도 있고, 무언가를 쟁취하기 위한 욕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욕구가 대부분 성적인 것에 몰리는 이유는 성적인 욕구가 가장 1차원적인 욕구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욕구입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해소하고 싶어 하는 욕구이기도 합니다. 인물들은 서로에게 야한 농담이나 장난을 치면서, 그런 욕구를 해소하고 있습니다. 장난인 척하면서 자신의 진심을 툭툭 내뱉기도 하면서, 쌓여있는 응어리를 푸는 것입니다. 그런 행동들이 어른들이 보기에는 과격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어른들은 그런 그들의 행동에 옳고 그름을 알려줘야 합니다. 그것이 교육이 되는 것이죠.
영화는 그 욕구들을 하나씩 해소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청소년을 다룬 영화에서 많이 등장하는 첫 경험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첫 경험이라는 것이 꼭 성적인 것만 의미하는 것을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첫 경험에는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첫 경험은 청소년기에 이뤄질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그들은 다양한 경험을 합니다.
사실, 영화 속 경험들은 어른들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들이 존재합니다. 그런 경험을 받게 된 아이들의 모습은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거칠기만 하던 그들이 길을 잃은 양처럼 보이는 순간입니다.
주인공인 ‘토르’와 ‘크리스티안’은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많습니다. 틈만 나면 야한 농담을 많이 하고, 같이 노는 여자친구인 ‘베스’와 ‘한나’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합니다. 이들의 욕구를 푸는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베스’와 ‘한나’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어떤 행동을 취하지는 않지만, 같이 놀면서 쌓여있는 욕구들을 조금씩 푸는 것입니다. ‘토르’ 또한 좋아하는 감정을 단순 욕구로만 생각해왔습니다. 그렇게 성적인 욕구가 가득하던 그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변해갑니다. 욕구와 사랑은 다르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 중일 겁니다.
청소년에게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아직 스스로를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 자체가 상당히 힘든 일입니다. 스스로의 한계를 알아가면서,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일이 많습니다.
주인공인 두 인물 모두 비슷한 상황들을 겪습니다. 둘은 스스로를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며, 나름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같은 사람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은 각자 다른 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다른데, 자신만 유독 특출나게 못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하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겉으로 이야기를 안 해서 그런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회 속에서 한 사람은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남들이 생각하는 나’와 ‘남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스스로 예상하는 나’입니다. 즉, 타인에 의해 나라는 사람의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내 스스로 온전히 나를 생각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타인의 시선에 의해 존재하는 사람입니다. 그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특히나 청소년기에는 타인의 시선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때문에 자신보다는 타인의 눈에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지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거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자신을 만들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모습은 거짓말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그 거짓말은 생각보다 빨리 들통납니다. 사람에게는 직관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나,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예측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점은 과학적으로도 재미있는 주제입니다. 로봇은 사람의 얼굴만으로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사람은 어느 정도 구분을 해냅니다. 그것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직관이라는 것입니다. 이 직관을 통해 사람들은 타인이 거짓말을 하는지, 진심인지를 분별할 수 있습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의 판단이 이뤄지는 것이죠.
그렇게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이것이 사춘기 청소년이 거칠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의 내면에서 수많은 고민을 하고, 그 고민을 하는 자신을 나약하게 생각하고, 그 나약함을 감추기 위해서 겉으로 더 거칠게 행동하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라도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타인에게 돌을 던지며 자신을 방어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무심코 던진 돌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가 던진 돌에 자신이 맞으면서 자신이라는 돌은 점점 뭉툭해집니다. 각이 많던 돌이 풍파를 겪으면서 둥그런 돌이 되는 것과 같은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돌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여러 돌들과 부딪히면서 점점 뭉툭해지고, 둥그런 모양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마음의 돌들이 점점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모양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청소년기일 것입니다.
영화 속에는 다양한 청소년기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당장, ‘토르’의 누나들만 봐도 상당히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거침없는 성격을 가진 누나와 소녀감성을 장착하여 감성적인 시를 읊는 누나도 있습니다. 이처럼 청소년기를 겪는 그들의 모습들도 다양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사회라는 하나의 집단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지만, 남들만큼 하지 못한다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들에게 잊히게 되고, 죽을 것 같았던 그 시기가 지나면 다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이들의 행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초반, 이유보다는 행동과 결과를 위주로 보여주던 영화가 점점 행동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관객들에게 인물이 변한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합니다. 이점은 영화가 굳이 나서지 않더라도, 서사만으로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때문에 영화는 담담한 톤을 유지해도 설득력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 영화는 특별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청소년기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4 / 5 자주 던져서 뭉툭해진 돌멩이 같은 그들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