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시, 봄] 리뷰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잔잔한 영화들을 보면서, ‘한국에서도 이런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비슷한 내용으로 전개되는 것 같지만, 각 영화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릅니다. 하나의 가치에 여러 영화가 서로 다른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다시, 봄]은 일본의 잔잔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이 다른 시간개념을 가진 영화는 종종 나옵니다. 비슷한 소재로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봄]은 포스터가 풍기는 느낌과는 다르게 로맨스는 전혀 없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어떤 로맨스가 등장하긴 하는데, 영화의 큰 맥락과는 상관이 없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뒤바뀐 시간에서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서 말하는 이유는 영화 내적인 이유가 아닌 이 소재를 사용한 이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굳이 이 소재를 써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죠.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에서는 이 소재를 통해, 서로 다른 입장의 두 사람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과정들이 상당히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사실, 이 영화도 구조적으로 새로운 영화는 아닙니다. 조금 뻔하다고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감동의 힘은 상당히 묵직합니다. 그 점 때문에 이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 것입니다.
[다시, 봄]에서는 이 소재의 역할이 어중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극 중 인물이 굳이 이런 환경에 놓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시간을 뒤로 돌아가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 문제가 이 인물에게 자신에게 중요한 문제여야 합니다. 영화 속의 내용만 봐서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해야 하는지 조금 의문이 생깁니다. 의미만으로 따지기에는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시간이 뒤로 돌아가고 있다면, 굳이 오늘에 열심히 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다음 날이 되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영화 내에서 찾을 수 없었습니다. 즉, 인물이 하는 행동에 공감이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초반에 등장하는 한 사건만 아니면, 주인공에는 큰 시련이 없습니다. 자신과 관련이 되어 있는 인물이 아님에도 왜 인물이 노력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원래대로 돌아가는 과정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인물이 자신의 이익과 전혀 관련 없는 일에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만약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해를 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자신과 깊은 연관이 있던 사람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것에 대한 설명이 적습니다. 영화 초반부에 이미 그녀의 문제는 해결이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시간에 대한 설정이 불분명합니다. 시간 순서를 뒤집는 영화에는 시기를 보여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에서는 영화 속 모든 날에 시간을 보여줍니다. 일반적인 시간과 반대의 시간을 사는 인물의 시간, 두 가지 시간이 모두 표기되기 때문에 시간에 대한 이해가 쉽습니다. 이 영화 속에서 시간에 대한 표현은 4번 정도 나오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날짜로 표현해서 기억이 되기 어려웠다고 생각되면, D+00일 형식으로 표현하면 더 가시적으로 잘 느껴졌을 것입니다. 시간이 중요한 영화에서 시간에 대한 표현에 게을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 여행은 충분히 재미있는 소재입니다.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면서, 당시의 향수를 느끼는 것 자체가 영화의 매력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2011년의 시간이 표현되기도 합니다. 지금과 다른 2011년 당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많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노래나 연예인 등 문화를 통해 반가움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혹은 당시 핸드폰들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당시 모습은 미니홈피가 전부입니다. 그것도 아주 잠깐 등장해서, 향수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영화의 제목부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포스터만 봐도, 영화의 내용이 느껴졌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겨울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인물이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설명이 부족한 영화라고 생각이 듭니다.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은지는 알겠으나,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볼 수 있는 영화의 내용은 그다지 탄탄하지 못합니다. 의미가 좋다고 좋은 영화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한국 영화는 모든 사람들의 호평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2.5 / 5 좋은 주제를 뒷받침하는 부실한 근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