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걸캅스] 리뷰
영화 [걸캅스]는 액션 코믹 수사극입니다. 이런 영화는 많이 있었는데, 한 가지 다른 점은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점입니다. 비슷한 내용으로 드라마 [미세스 캅]이 시즌 2까지 선보이면서 꾀나 괜찮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몇 영화 속에서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을 내세웠지만, 좋지 못한 완성도를 보여주는 영화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영화에서 남녀의 불균형을 말하는 것은 캐스팅의 비율 문제가 아니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그저 소모적으로만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VIP]를 보면, 이 영화 속 여성들은 탈의를 한 상태로 나오거나 죽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이름조차 없습니다. 그저 남성들의 동기부여의 동기로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런 경찰 수사극의 경우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고 이들을 구하는 사람은 남성이라는 틀에 박힌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영화 [청년경찰]이 논란이 있던 부분이 이런 부분입니다. 물론, [청년경찰]은 설정 자체가 불법 난자 채취를 하는 조직이 악인으로 등장했고, 두 남자 주인공의 상관이면서,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인물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조금 감안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비하면, [걸캅스]는 기존 영화들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의 구성입니다. 영화 속 메인 주인공 자체가 두 명의 여성이고, 남성은 이들의 주변 인물로 존재합니다. 즉, 극의 대부분이 여성들에 의해서 전개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존에 영화들이 가지고 있던 프레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고, 조금은 과장이 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우선, 극 중 뛰어난 경찰이었던 미영과 현 강력반 형사인 지혜가 상당히 무능력하게 그려집니다. 두 사람이 나서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 같지만, 극 중 몰카범으로 나오는 상두에게 모든 단서를 제공받습니다. 재밌는 점은 주인공 두 사람이 몰카 영상을 보면서 알아내지 못한 정보를 상두라는 인물이 다 발견합니다. 그냥 영상만 보면 알 수 있는 정보는 두 경찰이 발견을 못했다는 것이 상당히 웃겼습니다. 진짜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그 정도의 눈썰미도 없는 사람들이 무슨 사건을 수사한다고 하는지…..
그리고 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는 사람이 여성만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가 여성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면, 이런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는 남성도 존재한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줘야 합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남성 중에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영화 속 여성들은 이 피해자를 도와주려고 하고, 이 사건을 귀찮아하면서 협조하지 않은 인물은 남성으로만 그리고 있습니다. 만약에 형사팀 막내가 이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자신도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한 상황이 조금이라고 나왔다면 이런 생각은 조금 덜 했을 것입니다. 또한, 영화 속에서 미영의 남편인 지철의 역할이 영화 속에서 너무 미미하다는 점입니다. 이 인물은 능력도 없이, 사고만 치는 인물로 나오고 영화 속에서도 큰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그들은 저급하게 나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
– 미셸 오바마 -
그동안 영화계에서 남성 위주의 작품을 만들고, 여성을 소비적으로 이용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영화계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존재합니다. 여태까지 영화들이 그런 식으로 여성을 소비하는 캐릭터가 나왔다고, 똑같이 남성도 그냥 소비적으로 사용된다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들과 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나는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당당하게 보여주면서, 기존에 보여주던 것과 반하는 것을 보여줄 때 사람들은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기존의 영화들이 보여주던 역할들을 성별만 바꾼 영화가 되었습니다.
영화의 스토리 구조는 기존에 있던 영화 [베테랑]의 구조와 거의 일치합니다. 물론, [베테랑] 자체가 신선한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일부 액션 장면이나 사건이 해결되는 방식이 너무 비슷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베테랑]의 여성판이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리고 [청년경찰]을 조금만 섞으면, 딱 [걸캅스]가 됩니다.
이 영화를 [베테랑]에 비유한 만큼, 액션 장면이 그럭저럭 괜찮은 편입니다. 나름 긴장감을 잘 보여줍니다. 영화 초반, 민원실을 통해 신고를 하러 들어오는 여학생을 보여주는 모습이나 사건의 수사를 통한 사건의 전개들은 꾀나 긴장감 있고 사건의 내막이 궁금하게 만듭니다.
좋은 영화에는 좋은 악인이 등장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영화 속에 악인으로 등장하는 ‘위하준’ 배우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그의 캐릭터는 약간 부실한 면이 있습니다. 그저 지속적으로 약을 한다는 장치 하나로 그가 약간 미친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편법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액션 영화에서 가장 좋은 장치도 약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영화 [극한직업]에서도 나오는 이야기지만, 약을 한 사람은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이 안되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긴장감도 충분히 괜찮은 편입니다. 그와 함께 강홍석, 주우재, 김도완 배우가 같이 나옵니다. 영화를 보면서, 이 배우들을 이렇게 쉽게 보여줄 배우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들뿐만 아니라, 윤상현 배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에서 그가 출연하는 장면 합쳐도 10분도 안 나올 것 같은데 굳이 이런 캐스팅이 필요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물론, 영화에서 급이 있는 스타가 나오는 것은 영화를 마케팅할 때는 좋은 부분입니다. 하지만, 영화 내적으로는 이런 캐스팅이 주인공에게 쏠려야 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분산되게 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예로 영화에서 최근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차기준 역을 맡아서 인기를 끌었던, 조병규 배우가 등장합니다. 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영화를 보면서도 그의 출연에 조금 더 신경 쓰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는 중요한 역할이 아님에도 그에게 시선이 가서 영화의 집중을 조금 흩어지는 효과가 생깁니다.
이와 반대로 영화 속에 상상하지도 못한 카메오가 등장합니다. 영화를 보다가 정말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분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영화를 안 보신 분이라면, 정말 놀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저 즐거운 영화를 찾는다면 이 영화는 괜찮은 영화입니다. 볼만한 액션과 괜찮은 코미디 그리고 사회적인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까지 있는 영화입니다. 물론, 한국영화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는 영화입니다. 영화 [극한직업]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던 이유는 기존에 코미디 영화들이 보여줬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그 영화의 본질인 코미디에 집중하고, 보너스로 좋은 액션까지 보여줬기 때문에 관객들을 매료시켰던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개봉했더라도, 영화 자체가 별로였다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을 것입니다. 2018년 추석이 2019년 설날보다 많은 영화가 개봉했음에도 전체 관객 수가 많아진 것은 영화의 재미가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걸캅스] 재미는 있으나 그 이상은 어려운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내용처럼 마약을 이용한 성범죄에 대한 범죄가 밝혀지면서, 버닝 썬의 사장인 ‘승리’가 현재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Yg 소속 아티스트가 문제를 일으켰는데, 이런 상황을 꼬집는 영화에 yg소속 아티스트가 출연했다는 점이 조금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촬영을 할 때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