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탐정 피카츄] 리뷰
포켓몬스터의 실사영화가 등장한다고 했을 때, 많은 우려가 있습니다. 지금 소닉의 실사 영화 예고편의 반응과 비슷한 느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러한 우려가 드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과거의 추억으로 남아있는 캐릭터들이 영화에서 등장해서 우리의 추억을 헤치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입니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는 말이 있듯이,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기 위한 어떤 행동이 과거의 추억을 새롭게 덧칠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 추억에 대한 걱정을 하는 이유가 두 번째 이유인 표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D로만 보던 캐릭터를 실사 그래픽으로 전환되었을 때의 괴리감이 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소닉의 실사 예고편이 공개되고 이 예고편에는 상당히 많은 싫어요가 찍혀있습니다.
[명탐정 피카츄] 또한 피카츄의 실사화 모델이 등장했을 때, 그 반응에는 호불호가 있었습니다. 물론, 처음 공개되는 것이기에 적응의 시간도 필요할 것이고, 아직 완성단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을 수렴하기 위한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마, 그런 모습 그대로 개봉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 겁니다.
영화 [알리타] 또한 예고편과 실제 본편에서 캐릭터의 수정이 몇 차례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었는데, 막상 개봉을 했을 때는 괜찮았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실사화 하는 것이 아니라 동명의 게임인 [명탐정 피카츄]의 스토리로 제작한 것은, 기존 애니메이션이 영화화되기에는 비교적으로 매력이 떨어지는 이야기였기에 상당히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게임의 스토리 자체도 신선하지 않지만, 이 영화의 목적이 매력적인 스토리가 아니라 포켓몬스터의 실사화와 과거 포켓몬을 좋아하던 어른들의 향수를 일으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있던 이야기 중에서 영화화되어도 괜찮은 스토리를 찾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설정이나 스토리는 게임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게임적인 설정이 강합니다. 포켓몬 게임에서 포켓몬은 기술을 4개까지 밖에 익히지 못하기 등 게임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건의 단서를 하나씩 얻어가는 과정이 정통적인 RPG 게임의 느낌이 들게 합니다. 그렇다고 원작 애니메이션의 설정을 아예 버린 것도 아닙니다. 기존 세계관과 포켓몬의 설정은 그대로 따르면서, 스토리만 게임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게임에 대해 모르시더라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포켓몬 덕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캐릭터에 대한 표현이 조금 어색하더라도, 포켓몬의 특징만큼은 잘 살린다면 그냥 볼만할 것 같다는 예상을 하고 극장에 들어갔는데,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괜찮은 모습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에 대한 거부감이나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보는 내내 아빠미소를 지으면서 흐뭇하게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 등장하는 포켓몬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한 활용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포켓몬의 캐릭터를 한 장면으로 보여주면서, ‘아! 저런 포켓몬도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영화의 주요 사건 해결의 큰 열쇠를 제공하는 포켓몬 자체는 그리 많지 않지만, 팬서비스 차원에서 이 영화는 과거 포켓몬 팬들에게 충분히 즐거운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학창 시절에 포켓몬스터를 즐겨보던 사람으로서, 포켓몬이 나올 때마다 괜히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잊고 있었던 저의 동심을 찾은 기분이었습니다.
1세대 포켓몬이면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포켓몬인 피카츄, 파이리, 꼬부기가 주로 등장하기 때문에 저처럼 포켓몬스터 1기의 기억이 강하신 분들도 즐겁게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물론, 1기의 기억이 가장 강하신 분들은 저처럼 이미 어느 정도의 세월을 겪은 분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가장 큰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피카츄’입니다. 이 피카츄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더빙뿐만 아니라 표정까지 모두 모션 캡처를 통해 구현된 라이언 레이놀즈의 표정입니다. 그가 직접 모션 캡처에 참여했다고 해서,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영화를 보니 충분히 그럴만했습니다. 아니, 그래야만 했습니다. 확실히 본인의 표정이 적용되다 보니, 목소리가 상당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하나 있는데, 이점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정말 끼가 많은 배우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데드풀과 피카츄라는 극과 극의 캐릭터를 소화했다는 것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열정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체이용가 영화를 만들어 온 ‘롭 레터맨’ 감독의 작품인 만큼 어른들이 보기에는 조금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단순히 어린이만을 위한 영화는 아닙니다. 분명, 포켓몬스터 팬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영화로 그동안 포켓몬스터를 사랑했던 팬들에게 제공하는 팬서비스 같은 영화입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봤던, 포켓몬스터를 지금 다시 보면 상당히 유치하게 느껴집니다. 저도 다시 보려고 몇 번 시도했는데 너무 유치하더라고요. 이렇게 유치하게 느껴는 것이 그때는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까지 포켓몬스터 인형만 보면 눈길이 가는 것은 어릴 적 포켓몬스터를 아주 재밌게 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영화가 다소 유치하게 느껴지더라도 이 영화를 보는 동안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들 것입니다. 자신의 동심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아직 동심이 남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줄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편의 영화로, [명탐정 피카츄]는 상당히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줬습니다. 후속에 대한 예고나 기사가 없어서 후속이 등장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포켓몬이 많은 만큼 다른 포켓몬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이 속속 제작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이 영화가 좋은 수익을 얻어야 후속도 제작될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사람들이 실사화에 대한 걱정을 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포켓몬스터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포켓몬스터는 누구에게나 긍정적인 캐릭터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런 캐릭터가 실사화를 통해서 못나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걱정입니다. 우리의 부모님이 잔소리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포켓몬스터의 이야기를 전혀 모르더라도, 피카츄 하나만 알고 있다면 이 영화는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부담 없이 보다 보면,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가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입니다.
혹시, 영화를 보실 분들이라면 스포 당하지 않도록, 빨리 영화를 보러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모든 영화가 그렇지만, 스포일러를 당하면 영화의 감동이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명탐정 피카츄] 또한 스포일러가 중요한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스포일러가 영화의 흥미와 연결되는 부분은 아니지만 어떤 캐릭터가 등장할 때, 반가움을 느끼려면 그 캐릭터의 등장을 모르는 것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4 / 5 없다고 생각한 나에게도 동심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