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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May 11. 2019

한국 독립 영화 단점 모음집

영화 [뷰티풀 보이스] 리뷰

서울 독립 영화제와 부천 판타스틱 영화에서 상영 후 많은 사람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줬습니다. 녹음실이라는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들이 펼쳐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끝까지 자신의 맡은 일을 다 하려는 프로의 자세를 보여주는 사람과 그들에게 갑인 광고주 간의 갈등이 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영화를 기대했는데…  저의 기대와는 많이 다른 영화입니다. 



한국 독립영화의 단점이 그대로 드러난 영화

과거 한국 독립영화가 좋은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독립영화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여줌과 동시에 상업영화가 기존 매체에서 보여주지 못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 혹은 우리가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이야기에 대해 지적하는 영화들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그런 영화들이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입니다. 기존 상업영화가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존 상업영화가 시도하지 못한 영화, 실험영화나 B급, C급 영화같이 독립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신선한 영화들이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그런 강박에 사로잡힌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가 사회적인 주제를 말하려고 하는 강박에 사로잡혔다는 생각도 들면서, 이러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혹은 아주 어둡게 보여주려고 합니다. 그냥 편안하게 말해도 들리는데, 억지로 힘주고 크게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여기서 유쾌하게 풀어내는 영화는 B급 혹은 C급으로 보여주려고 합니다. 시나리오의 힘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당당하게 전하던 모습을 보여줬던 독립영화가 그 힘을 읽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뷰티풀 보이스]는 이 두 가지의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갑질에 대한 이야기는 하고 싶은데, 유쾌하고 풀어내고 싶으면서 B급적인 요소를 넣고 싶었던 감독의 욕심이 담겨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영화가 너무 비어있습니다. 호흡이 느린 영화라고 영화가 비어있는 것은 아닙니다. 호흡이 느린 영화를 잘 만드는 일본 영화 중에 [일일시호일]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인물이 다도를 배우면서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다도라는 행위에 대해 아주 세밀하게 보여줍니다. 천천히 보여주면서, 다도를 하면서 들리는 작은 소리 하나까지 놓치지 않습니다. 이런 과정을 겪고,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물소리를 들으면 그 차이를 느끼게 됩니다. 찬물과 따뜻한 물은 따르는 소리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계절마다 빗소리가 다르다는 이야기로 연결되고, 이 이야기는 반복적인 일상 속에 사소한 변화는 즐거움을 가져다준다고 하는 영화의 큰 주제와 연결됩니다.

영화 속에서 호흡이 느린 것은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할 이야기가 없어서 주절 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뷰티풀 보이스]는 20분이면 끝날 이야기를 1시간 동안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주인공들의 배경은 설명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무작정 이야기를 진행시키니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너의 이름은]의 대사를 따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에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길게 보여줘 봐야 20초만 보여줘도 될 장면을 도대체 몇 번을 보여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박대표가 간간이 하는 아재 개그입니다. 그거 말고는 기억에 남는 것이 없습니다.


광고주의 요구는 갑질이다?

개인적으로 예상한 이 영화의 내용은 광고주의 무리한 요구 및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을 뚫어내면서 끝끝내 자신의 할 일을 다하려는 성우들의 이야기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저는 이 설정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콘텐츠 납품을 해봤던 입장에서 광고주 혹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맞습니다. 그들의 돈으로 만들어지는 콘텐츠인 만큼 그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줘야 합니다. 제작자가 전문적인 지식에 있어서는 더 뛰어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영상을 사용하게 되는 것은 클라이언드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는 당일에 끝낸다는 것을 처음부터 이야기하면서 비용을 배로 지불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물론, 영화의 모든 내용이 정당한 요구는 아닙니다. 불합리한 요구도 있고, 그러한 요구를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명령하듯이 이야기하는 그들의 태도 또한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 클라이언트의 요구가 모두 부당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약간의 비약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독립 영화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는 분명 다른 분야입니다. 상업영화를 하기 위해서 독립영화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독립영화만 하는 감독 및 제작사도 분명 존재합니다. 상업영화에서는 하지 못하는 시도를 독립영화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독립영화가 상업영화와 비슷한 내용의 영화를 보여줘도 저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독립영화라고 예술적인 영화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독립 영화 중에서 좋은 평을 받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 비교적 최근 작품인 [소공녀], [죄 많은 소녀]와 같은 독립영화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았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아닙니다. 영화 의미만 따지면, 상업 영화 중에서도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영화들이 많습니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이 기술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지만 시나리오의 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뷰티풀 보이스]에 대한 리뷰가 아니라 한국 다양성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영화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영화의 내용 자체가 많지 않아서 딱히 언급할 내용도 없었고, 언급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배우들의 연기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성우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진짜 성우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했습니다.


영화 속 다양한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이야기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지만 영화 내내 지루함이 느껴진다면 그런 것들은 다 소용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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