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따시 May 15. 2019

마구잡이식 영화화의 폐해

영화 [라플라스의 마녀] 리뷰

소설과 영화의 차이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소설은 영화에 비해 분량의 제약을 덜 받습니다. 때문에 작가는 소설에 필요한 설정이나 이야기를 충분히 풀어갈 여유가 있습니다. 또한 독자도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생기면, 반복해서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지 못합니다. 관객들이 이해를 할 수 없어도 영화를 그대로 진행됩니다. 마찬가지로 중간에 재미가 없거나 지루하게 느껴지면 독자는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읽거나 해당 부분을 건너뛰고 읽을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독자에 따라서 생각이나 이해가 달라도 개인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조금 어렵거나 복잡해도 그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영화는 감독이 의도한 화면만 보게 되기 때문에 소설에 비해 자유도가 떨어지는 부분입니다. 때문에 감독의 능력이 더더욱 중요해집니다.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을 설득시킬 컷 구성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이런 이야기를 바탕으로 [라플라스의 마녀]는 상당히 부족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작을 탓하기에는 원작 소설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많은 인기 및 수상을 할 소설가입니다. 따지고 보면, 영화의 감독 또한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경험이 있는 감독입니다. 이 영화를 연출한 ‘미이케 다카시’ 또한 일본의 거장으로 평가받으며 해외 많은 영화제 및 시상식에 초청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과거의 일이 되어버린 것이 현실입니다. 이미 그가 연출했기 때문에 안 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그의 연출은 점점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선택지 속 갈팡질팡


이런저런 일 다 제치더라도 영화 자체가 재미가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원작 소설 자체가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작품의 소재가 어렵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어려운 부분은 다시 보거나 잠시 멈추고 인터넷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다시 읽을 수 있는 소설에 비해, 영화는 그렇지 못합니다. 지나간 장면을 다시 볼 수도 없고, 극장에 들어온 이상 감독이 보여주는 장면들을 싫어도 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감독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영화는 확실한 선택을 했어야 합니다. 확실한 배경 설명을 통한 인물의 감정에 집중한 전개를 보여주거나, 판타지적인 모습을 강조하여 CG를 활용한 보는 즐거움이 있거나 혹은 추리 및 스릴러의 요소를 강조하여 보여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라플라스의 마녀]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며 어중간한 모습을 보입니다. 


여기까지는 개봉 전 기대사항이고, 지금부터는 현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영화는 전혀 흥미가 생기지 않습니다. 저는 원작에 대한 정보 없이 영화를 관람했는데,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 이야기 속 주요 소재가 되는 ‘라플라스의 악마’라고 불리는 과학 이론에 대한 이해도 어려운 편인데, 영화는 그것을 설명서 읽듯이 그냥 읽어버립니다. 쉽게 풀어서 쓰려고 했지만, 포기한 듯한 인상이 듭니다. 소설에 비해 분량의 제한이 있는 영화에서는 어려운 소재에 대한 설명을 할 때, 시간의 압박이 있습니다.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해줘야, 다음 스토리를 진행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최근에 비슷한 사례인 영화 [돈]을 예로 들어보면, 영화 속 인물이 주식시장의 어떤 원리도 돈을 벌었는지 영화 속에서 설명을 하고 있지만, 이해하기 조금 어렵습니다. 때문에 영화는 그것을 지속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요소로 눈을 돌려서 사람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런 방법을 [라플라스의 마녀]에 적용해보면, ‘라플라스의 악마’에 대한 설명은 줄이고, 이해가 안 되더라도 추리, 긴장감 혹은 인물들의 사연과 그로 인해 생기는 감정에 집중해서 영화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화의 방법


다른 매체의 콘텐츠를 영화하는 것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원작의 대부분을 그대로 가져오되, 영화화의 과정을 거치는 것과 배경과 소재만 가져오고 아예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원작이 있는 영화 중 가장 유명한 마블의 영화들은 후자의 방식에서 전작을 참고하는 식으로 제작을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전작의 방법으로 영화가 제작되고, 이 영화의 경우도 원작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원작은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입니다. 못해도 반 이상의 분량을 잘라내어야 합니다. 같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은 영화화가 잘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원작 애니메이션과 비교를 해보면, 많은 부분이 생략이 되었지만 필요한 부분은 영화적인 각색 등으로 잘 살렸습니다. 영화에서만 있는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서 그 장면에 기존 애니메이션에서 따로 다뤄진 두 개의 이야기를 하나의 장면으로 보여주는 부분은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애초에 이해가 어려운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에서 해당 이론을 100% 관객에게 이해시킨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영화는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각적인 표현이나 추리 혹은 긴장감 조성 등이 그런 것입니다. 그런 요소 없이 [라플라스의 마녀]는 영화화를 하나마나한 영화가 되어버렸습니다.



일본에서는 영화화 열풍


예전부터 영화계는 다른 매체의 원작이 있는 작품을 실사 영화화했던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도 이런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 퀄리티가 좋지 못한 영화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그럼에도 이런 영화들이 계속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개봉하지 않지만, 일본 내수용으로도 많은 영화들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이런 저품질 실사영화가 지속적으로 제작되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원작에 대한 팬들이 실사 영화화가 되면 무조건 영화를 보기 때문에 일본 영화계에서도 이런 영화들이 많이 제작됩니다.


최근 일본 영화계는 적은 예산으로 아이돌을 섭외해서 퀄리티가 영화들이 제작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나치게 상업화되면서 가벼운 영화, 아이돌이 나오는 영화 등 대중들의 주목을 끌 수 있으면서 적은 예산으로 만들 수 있는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일본 자국민들도 일본 영화를 외면하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이 한국에서도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미이케 타카시 감독은 일본의 명감독으로 꼽히면서, 해외 유수 영화제 및 영화계에서 주목을 받았던 감독입니다. 최근 그가 내놓는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서 개봉 전부터 안 본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많은 기대를 했던 원작 소설의 팬들에게 이 영화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책으로만 봐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작품이 될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2 / 5  마구잡이식 영화화의 폐해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 독립 영화 단점 모음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