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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May 20. 2019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영화 [논픽션] 리뷰

소비 형태의 변화 


현대의 영화시장은 극장이 아닌 다른 플랫폼을 통해서도 소비가 가능합니다. 넷플릭스가 보급되면서 영화를 더욱 쉽게 소비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영화는 극장에서 1차 개봉이 된 후에 2차로 VOD 시장을 거치는 순서였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자체적인 영화 제작을 함으로써 극장을 거치치 않고 바로 자사의 플랫폼으로 공개하는 영화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영화계에서는 이런 콘텐츠를 영화로 인정할 수 있느냐에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집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VHS나 DVD를 통한 소비만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소유하는 것이 아닌 실시간으로 소비를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현재 DVD의 수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특정 영화를 아주 좋아하거나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경우에는 소유하고 싶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 영화의 DVD를 구매하는 것입니다. 이 DVD에는 영화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특별 영상이나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경험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음악계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음악은 영화에 비해 훨씬 이른 시기에 스트리밍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가수들 또한 물리적인 앨범이 아닌 디지털 싱글 같은 형식으로 음악 한 곡만 내는 현상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앨범은 아예 없어질 줄 알았으나, 최근 앨범은 아티스트의 팬들이 그들의 작품을 소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뀌었습니다. 앨범 안에는 음악만이 아니라 포토카드, 화보, 가사 집 등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받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서론이 조금 길었습니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영화 [논픽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논픽션]의 원제는 이중적인 삶(두 개의 삶)으로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뜻을 가진 불어 제목에 대한 영어 제목인 [논픽션]은 나름 잘 지어진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서는 이 영화의 제목으로 ‘팩션’이 조금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팩션은 Fact와 Fiction의 합성어로 사실을 기반으로 한 소설, 허구를 의미합니다. 기존에 사용하면 허구(Fiction)와 사실(Non-fiction)이 합쳐진 말, 두 가지 가치의 중간에 있는 말입니다.

영화의 내용을 살펴보면, 영화 속 인물들은 저마다 두 가지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모습의 그들을 보면, ‘팩션(Faction)’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논픽션’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더욱 와 닿았습니다. 단어가 포함하는 의미를 생각해보면, 논픽션이 더 넓은 범위를 품고 있습니다.

중학교 수학 시간에 배운 집합을 생각해보면, 픽션과 논픽션을 각 각의 집합으로 봤을 때 논픽션과 픽션의 교집합이 팩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논픽션은 하나의 집합이 아니라 픽션의 여집합입니다. 이 여집합에는 교집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죠. 즉, 논픽션은 팩션을 포함하는 단어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본질


영화 속에서는 여러 가지 가치적인 충돌이 등장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E북과 종이책에 대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영화 초반에 인물들이 쉴 새 없이 대사를 쏟아내면서 각자의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E북뿐만 아니라 블로그를 통해 글쓰기가 쉬워지면서 글쓰기에 대한 권위 및 신뢰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어 가는 시기에 누구나 겪는 가치적인 혼란일 것입니다. 개인방송이라는 것이 처음 생겼을 때도 이러한 걱정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방송국에 유튜버나 스트리머가 출연할 정도로 많은 영향력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접근이 쉬워질수록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는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많은 사용자들이 직접 글을 쓰고 있지만, 그 글이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지는 않습니다. 같은 글쓰기를 하고 있지만 누가 쓰느냐에 따라서 그 영향력이 다릅니다. 아무리 글쓰기가 쉬워져도 아무나 책을 낼 수 있어도 서점은 망하지 않았습니다. E북이 간편해도 종이가 가지는 질감이 더 좋고, 글을 읽는 이해도나 피로도도 종이책이 훨씬 좋습니다. E북은 종이책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E북을 통해 읽은 책이 감명 깊거나 기억에 남는다면 사람들은 종이책을 사서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종이책은 E북과 달리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도 있고, 전기나 인터넷이 없어도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글의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E북이 생기면, 종이책은 E북을 통해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결국 매체는 변해도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영화라는 매체가 영사기와 스크린을 통해 보던, TV나 핸드폰으로 보던 그 영화의 가치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받아들이는 감정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그런 여유가 없는 분들에게는 더욱 쉽게 콘텐츠를 접하는 방법이고, 이런 콘텐츠를 쉽게 접하다 보면 더 좋은 콘텐츠를 찾고자 하는 욕심이 생길 것입니다. 그 욕심은 더 상위의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허구의 뿌리는 사실이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논픽션]이라는 영화에 등장하는 일부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란을 보았을 때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사랑, 추억 등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추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극 중 소설가로 나오는 레오나르는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소설로 썼습니다. 사람들에게는 팩션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독자들은 모두 사실이라고 생각하며, 타인과의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는 것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서 생긴 기억 혹은 감정들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같이한 누군가와 공유한 경험이며, 저작권으로 따지면 공동 저작권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영화 속 독자들이 하는 이야기도 그런 점입니다.


예술에 대해서 배울 때 종종 듣는 말로 ‘예술가는 자신의 경험을 파는 사람이다’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이 겪을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소설가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자신이 겪을 일이 바탕이 되어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것입니다.

실제로 일상생활에서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영화나 만화 및 소설 등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속 이야기로 생각해보면 그 이야기들은 모두 비난받아야 할까요?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혼을 했던 한 영화감독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에서 주인공이 처참하게 이혼당하고 이혼당한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그린다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영화 속 상대 역할을 영화감독과 결혼했었던 상대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결국, 스스로 깨달음을 얻게 되는 방식의 이야기 전개가 필요한 것입니다. 창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작품을 통해서 내가 얻게 되는 것 혹은 창작자가 스스로 반성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과정이 나타날 때 사람들은 인상 깊게 보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남 탓이 아닌 스스로 더욱 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써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런 내용을 좋아하는 것은 타인을 비난하기는 쉬우나 자신 스스로를 비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그 이야기에는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다양할 것입니다. 사회 고발을 하기 위함도 있을 것이고, 단순히 재미를 위함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특정된 누군가가 피해를 받게 되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 독자들이 하는 이야기도 그런 이야기일 것입니다. 


쏟아내는 대사들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갈 수 있는 영화 [논픽션]은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우리들도 저마다 다른 의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으며, 자신이 한 이야기와 모순된 삶을 살고 있기도 합니다. 항상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 막상 일 할 때는 하기 싫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인간은 누구나 모순적인 면을 조금씩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자신에게 멈추지 않도록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 영화 [논픽션]은 지금의 우리를 만든 뿌리는 과거의 기억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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