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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May 23. 2019

아동폭력의 현재를 적나라하게

영화 [어린 의뢰인] 리뷰

영화 [어린 의뢰인]의 영화 촬영 현장에는 아이들을 위해서 심리 상담사가 상주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위해라고 하지만, 촬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굳이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영화를 보니 그 이유가 이해되었습니다. 아동 학대라는 코드를 가지고 있는 이 영화의 표현 수위는 적나라한 편입니다. 잔인하거나 가학적인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아이들의 시선에서 영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폭행을 당하는 장면에서 아이들의 눈으로 보는 엄마의 모습을 볼 때면 상당히 섬뜩하기도 합니다.

이런 일은 아이들에게 힘든 촬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배우인 유선 배우에게 아주 힘든 촬영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녀가 있는 배우로서 아이를 때리는 장면은 그녀에게도 어려운 연기였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유선 배우의 연기를 가장 먼저 칭찬하고 싶습니다.



롯데의 전성기?


이번 영화를 통해 최근 롯데 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영화들이 착한 영화를 표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말모이]를 시작으로 [증인], [항거 : 유관순 이야기]까지 롯데에서 배급하는 영화들이 착해지고 영화들도 대체로 좋은 평을 받고 있습니다.

2018년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완벽한 타인]이 좋은 성적과 호평을 받기는 했지만, [신과 함께], [물괴], [배반의 장미], [상류사회] 등으로 대차게 혹평을 받은 것을 생각하면 올해 롯데의 영화들은 아주 선방을 하고 있는 샘입니다. [어린 의뢰인] 또한 올해 롯데가 배급한 영화들처럼 착한 영화 혹은 좋은 메시지를 주는 영화라는 점에서 그 흐름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생각과는 다른 분위기


초반에는 상당 부분 코믹적인 부분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동휘 배우의 장기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영화의 분위기를 대충 예상하고 들어온 관객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코미디가 벌어지는 상황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거의 1시간 동안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발단에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영화를 보면서는 너무 시간을 끈다는 생각을 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는 그럴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동폭력의 현주소를 보여주다


[어린 의뢰인]은 아동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단순히 ‘아동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가 아니라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우리가 취해야 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분명히 주변 사람들이 그 징조를 알고 있었지만, 방관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알고 있어도 딱히 취할 조치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당장 옆집에서 아이가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바로 신고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만약 내가 신고를 했다는 것을 알았다면 나에게 해코지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영화의 초반 주인공 정엽의 대사에서도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무엇인가를 생각해봤을 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그것을 영화가 제시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영화는 거기까지는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사실 영화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하지만, 법이 제대로 보호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가 선택한 방법이 해결책보다는 지금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 것입니다. 이러한 집중 때문에 상당히 실감 나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학대를 당하는 장면은 마주하기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영화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메시지는 좋지만, 특출 나지는 않다


좋은 메시지와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영화가 특출 나지는 않습니다. 다소 뻔한 전개 속에 착한 영화 강박이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같은 배급사 작품인 [증인]이나 [항거 : 유관순 이야기]를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착한 영화를 만들기 위한 단계가 있는 것처럼 저는 영화를 보면서 [증인]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좋게 말하면, [증인]만큼 착한 영화가 되는 것이고, 다르게 말하면 다른 한국 영화가 비슷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확실한 것은 이 영화는 호불호가 갈릴 영화라는 것입니다. 확실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고, 그 메시지가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는 메시지기 때문에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이 영화가 재미있는 영화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적인 완성도가 높은 영화는 아니면서 메시지만 내세우는 영화라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의 목적인 아동학대의 참혹함과 이를 방관하는 사람들 또한 잘못이 있다는 메시지 전달은 확실한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아이들이 학대를 받으면서 아이들은, 다른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어른도 그들을 도와주지 못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받았을 폭력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그것을 제 때 도와주지 못한 어른들의 죄책감이 영화가 끝난 뒤에 한꺼번에 몰려들 수 있는 그런 영화입니다. 적어도 영화를 보는 동안만큼 아이들이 안타깝게 느껴지고, 그들을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 영화는 그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한줄평 : 착한 영화 강박에 빠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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