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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May 31. 2019

웨스트엔드의 품격을 담다

연극 [어나더 컨트리] 리뷰

안녕하세요

오늘 리뷰할 작품은 영화가 아닌 연극 [언아더 컨트리]입니다. 다음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서 초대를 받아서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연극에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지만, 나름 뮤지컬 연출에 대해서 배운 적도 있고, 1년에 뮤지컬 4편 정도 본다는 것을 참고하여서 봐주시길 바랍니다. 전문적인 이야기하고 싶어도 지식이 없어서 못하니까 열린 마음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나데 컨트리] 한국에서는 이번이 초연이지만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는 1982년에 초연을 했고, 그 해에 올해의 작품상과 신인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그리고 1984년에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이 영화에 젊은 시절의 콜린 퍼스가 등장해서 보고 싶었는데 공식적인 서비스를 하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연극의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배우의 연기에는 크게 무대 연기와 매체 연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매체 연기는 TV나 영화를 통해서 보이는 연기를 말하고, 배우의 연기가 아닌 연출이나 편집 등 배우 외의 어떤 요인의 개입이 쉽기 때문에 연기에서 발생하는 실수나 부족한 점을 다른 요인으로 채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대 연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뮤지컬이나 연극 등은 무대에서 실시간으로 보이는 작품입니다. 때문에 배우의 실수 또한 바로 관객들이 알 수 있습니다. 그 안에서도 연극은 더더욱 부담이 되는 장르입니다. 뮤지컬은 주연배우의 무게감도 중요하지만, 앙상블의 퍼포먼스를 통해서 그 중심이 이동이 되기도 하면서, 시끄럽고 화려하기 때문에 작은 실수는 관객들이 눈치를 채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연극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배우들이 알아서 해야 합니다. 출연자도 많지 않고, 객석과의 거리도 가까운 편이지 때문에 작은 실수까지도 모두 관객들에게 보입니다. 그리고 소품의 이동까지도 배우들이 직접 해야 합니다.


이러한 동선까지 생각하면서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의 입장에서 연극은 실수에 대한 리스크가 가장 큰 무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와 동시에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무대이자, 관객의 입장에서는 꾸며지지 않은 날 것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장르가 연극이 아닐까 싶습니다. 때문에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연기를 하는 배우의 역량이나 캐릭터의 매력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어나더 컨트리]에서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의 연기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특히, 극의 맨 처음에 등장하는 장에서 보여준 그들의 연기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인물의 감정이 최대로 올라오면서 극의 가장 흥미 있는 부분인 클라이맥스에서의 배우의 모습이 인상적인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극과 배우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로 본 연극임에도 이 두 배우의 연기는 당연 돋보였습니다. 캐릭터가 매력적인 것도 있지만, 극의 초반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없음에도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배우의 연기가 크게 한몫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연극을 자주 보지 않았던 입장에서 연극의 매력을 느끼게 해 준 배우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등장인물이 많아서 스토리가 조금 산만해진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극에서 인물들이 이름표라도 달고 나오면 이해가 조금 더 쉬울 것 같지만 진짜로 그러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없겠죠?


각 인물별로 주어진 상황들이 다르고 각 캐릭터 별로 개성도 뚜렷해서 적응이 되면 구분이 가능하지만, 극의 초반에서는 조금 혼란스럽게 느껴집니다. 적응이 된 후에는 이야기가 꽤 흥미롭습니다. 보수적인 사회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에 대한 표현이 이 연극의 핵심입니다. 규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들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그 규율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이러한 일은 현대 사회에서도 많이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전통을 만드는 것인지, 전통이 사람을 만드는 것인지 모를 이 상황 속에서 학생들은 저마다의 신념으로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에 따르는 행동을 합니다. 그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와 마찰이 생기면서 그 사건들을 나열하는 식으로 극을 진행합니다.


전통에 대한 이야기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체제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존에 유지하던 체제 대한 믿음이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많은 책을 통해 자신의 옳다고 다들 믿고 있습니다. 극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자신의 신념을 바꾸지 않습니다. 변화하지 않은 인물 속에서 유일하게 변화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주인공인 ‘가이 베넷’입니다. 그는 그동안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성소수자입니다. 그런 그가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과정 또한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변화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말처럼 변화라는 것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런 변화를 겪는 그를 대하는 다른 사람들의 태도도 또한 흥미롭습니다. 기존 가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들은 그의 행동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하지만, 공산주의를 외치고 있던 ‘토미 저드’는 그의 심정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던 인물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과 다른 생각 혹은 신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은 고립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토미 저드’ 또한 그럴 것입니다. 연극이 펼쳐지는 동안 ‘토미 저드는 왜 외로워 보일까?’라는 의문이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극 중에서 그는 타인과 말을 잘 섞으면서도 나름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그 생각의 답은 ‘가이 베넷’을 통해 얻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토미 저드’는 스스로 사람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대부분의 사람과 다른 면을 가지고 있던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지만, 두 사람의 느낌은 전혀 다릅니다.


여러분은 이 두 사람 중에서 어떤 사람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나요?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극 자체가 상당히 철학적인 주제를 담고 있기 때문에 내용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이 생각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질문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극의 자세한 내용은 직접 관람하셔서 확인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처음 가본 유니플렉스도 상당히 깔끔했고, 무엇보다 에어컨 바람이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자리에는 담요를 비치한 작은 배려는 상당히 눈에 띄었습니다. 오랜만에 관람 연극 [언아더 컨트리]는 충분히 흥미로운 연극인 것은 사실입니다. 이제 처음 시작한 연극인 만큼 앞으로 점점 나은 무대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이 보시는 [언아더 컨트리]는 제가 본 것보다 더 나은 무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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