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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Jun 22. 2019

고마워 우디, 덕분에 행복했어

영화 [토이스토리 4] 스포일러 리뷰



알려드립니다. 

이 글에는 다수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토이스토리] 1, 2, 3편에 내용 및 결말에 대한 언급도 있을 예정입니다.

* 리뷰의 내용 중에 영상으로 통한 예시가 나오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이는 리뷰 영상을 통해 보시면 볼 수 있습니다.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2017년 여름에 개봉 예정이었던 [토이스토리 4]가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2019년 6월 드디어 개봉되었습니다. 처음 만들어진 스토리의 75%를 다시 만들게 되면서 제작 일정이 미뤄져 2년이라는 시간을 더 걸렸다고 하는데, 그만큼 픽사가 [토이스토리] 시리즈에 가지고 있는 애정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995년, 최초의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던 [토이스토리]. 하지만, 지금은 제작 기술이 보여주는 놀라움보다는 영화의 스토리가 주는 감동이 더 먼저 생각나는 영화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토이스토리 2]가 개봉된 후 11년 만에 나온 [토이스토리 3]에서 현실의 시간과 비슷한 시간이 흘러 있다는 점은 실제로 어렸을 때 2를 보고 성인 된 후의 3편을 보게 된 많은 사람들은 영화 속 앤디가 가지는 감정에 너무 큰 공감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토이스토리 4] 속 더욱 성숙한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감동을 전해줬습니다.



[토이스토리 4]는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제목이 등장하는 타이틀 시퀀스는 상당히 많은 의미를 담고 있으며, 영화의 후반 ‘우디’의 선택을 암시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그동안 영화의 타이틀이 어떤 식으로 등장했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


[토이스토리 4]는 [토이스토리 1]과 동일한 타이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우디를 가지고 놀고 있는 인물이 앤디에서 보니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2편과 3편이 시리즈의 후속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면, 4편은 1편과 동일하게 만들어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난감과 노는 장면들로 시작했다는 점은 1편과 과거의 회상이라는 점에서는 3편과 동일합니다.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지만, 이는 다른 이별을 이야기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결말은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이 장면에서 등장하는 음악 역시 1편에서 우디가 처음 등장할 때에 등장한 음악과 같은 음악이 등장합니다. 

기억이 나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음악은 이전 시리즈에도 등장했던 음악으로, 우디가 처음 등장할 때 나온 음악입니다. 이런 세세한 점까지 신경 쓴다는 것에 더더욱 감동하였고, 그들이 하는 대사인 ‘무한한 공간, 저 머너로’까지 이미 예상이 되었습니다. 분명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이 영화는 참 감동적인 마무리를 보여줍니다.




이런 요소를 제외하고도 영화는 상당히 치밀하게 짜인 구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야기의 중심인물이 자연스럽게 변한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초반 포키를 구출하는 것에 집중하던 영화는 보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보핍에게 집중되고, 개비 개비 등 여러 캐릭터로 극의 중심이 자연스럽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자신의 역할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어서 허투루 쓰이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습니다. 단순 애니메이션 중에서 괜찮은 영화가 아니라 실사 영화를 포함해서도 이렇게 대부분 캐릭터의 존재 이유가 명확한 영화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가장 사랑받던 장난감이었던 우디와 현재 가장 사랑받고 있는 포키. 이미 잊혀진 존재가 되어버린 보핍과 잊히고 있는 우디. 그리고 아이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개비 개비와 사랑에서 멀어 저가는 우디. 우디는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포키와 개비 개비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아름다운 이별 혹은 은퇴를 선택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한 것입니다. 


4편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인 보핍은, 이전 영화에서는 주요 캐릭터가 아녔기에 보핍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 다소 조용한 캐릭터로 등장했던 것으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핍은 애초에 적극적인 캐릭터입니다. 우디에게 먼저 다가간 것도 보핍이고, 우디와 보핍의 관계는 모두 보핍이 리드를 했습니다. 그렇게 혼자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한 보핍은 더더욱 강해졌을 것이고 [토이스토리 4]에서 나온 그녀의 성격을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한결같을 것 같던 이들의 마음이 살짝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바로, 버즈가 처음 등장했을 때입니다. 



우디는 9년 전에 이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RC가 물에 빠져서 구한 뒤에 보핍이 박스에 실려서 자동차 트렁크에 실리기 직전에 대화를 통해 보핍은 함께 갈 것을 이야기했고, 우디 또한 따라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디를 애타게 찾는 앤디의 모습을 보며 보핍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둘은 이별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기회가 왔을 때, 우디는 처음과는 다른 선택을 합니다. 때때로 자신의 소리 상자를 이용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던 우디는 소리 상자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닌 진정한 자신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된 것입니다.



영화 속 우디는 자꾸 옛날이야기, 앤디의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앤디와 보니는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과거 우디는 앤디의 장난감 시절에는 자신이 모든 장난감을 지휘하는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보니의 집에서는 리더의 역할이 아닙니다. 그리고 보니와 놀지도 못합니다. 


그럼에도 우디는 보니를 잘 돌보기 위한 노력을 하는 이유는 책임감일 수도 있고, 우디가 직접적으로 언급한 의리일 수도 있습니다. 우디가 포키를 구하기 위한 노력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장난감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죠. 확실한 것은 그것 또한 우디가 선택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디는 ‘보니는 괜찮을 거야’라는 버즈의 말에 스스로 다른 선택을 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은퇴를 한 것이죠. 그리고 보핍과의 행복한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이런 우디의 옛날이야기는 우디를 기성세대의 느낌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아이의 성장을 모두 지켜보면서, 자신이 믿어 온 가치관이 분명하고, 책임감 또한 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신념을 믿고, 다른 장난감들이 말려도 자신의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시당하는 모습까지…. 적어도 돈 걱정을 안 하겠네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는 포키가 우디에게는 중요했던 것입니다. 장난감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물건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놀 수 있게 도와주는 물건입니다. 대부분은 부모가 아이와 시간을 함께하지만, 그러지 못할 때 아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영화는 장난감의 정의를 포키라는 캐릭터를 통해 그 정의에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포키는 스스로를 쓰레기라고 하지만, 포키는 이미 장난감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장난감이라는 것은 단순히 장난감으로 그 용도가 제작된 것이 아닌 아이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장난감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여러 가지 물건’으로 아이들이 어떤 물건에 흥미를 가지고 논다면 그것은 장난감이 되는 것입니다. 우디가 본래, 관상용 인형으로 제작되었지만, 앤디의 장난감이 된 것처럼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것이 장난감이 되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보니는 버즈처럼 많은 기능이 있고, 우디처럼 멋있는 장난감이 아닌 자신이 직접 만든 포키에게 더 애착을 가지는 것은 포키가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장난감이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어려울 때 포키는 위로가 되었으니까요. 





그동안의 토이스토리 시리즈는 모든 영화들의 요소들이 각 영화에 긴말하게 연결 혹은 재사용되고 있습니다. 토이스토리 1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강아지와 미스 포테이토를 받았다고 말한 것이 2편으로 연결된 정도가 아닙니다.


3편에서 소각장에 빠질 위험에 처한 장난감들을 구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는 커다란 집게를 이용한 엘린들이 그들을 구출해냅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 장면과 비슷한 장면이 1편에 있었다는 것을 아십니까?

바로 이 엘린들이 처음 세상에 나오게 되는 장면이 피자 혹성의 인형 뽑기 기계에서 그들이 집게로 집어진 다는 것이죠. 


그리고 4편에서는 우디와 만난 보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장난감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처음으로 이야기하는  캐릭터가 렉스입니다. 이는 과거 두 장난감의 인연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3편에서 많은 장난감이 사라진 뒤에 보가 없어진 것을 언급하는 유일한 캐릭터는 렉스입니다. 그리고 4편에서는 보가 처음 언급하는 캐릭터가 렉스인 것을 보면 두 캐릭터는 상당히 친밀한 사이였다고 예상됩니다.


그리고 장난감들의 클럽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문지기를 하는 캐릭터는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시초가 되었던 애니메이션으로 1988년에 제작된 픽사의 단편 애니메이션 ‘룩소 주니어’의 모습도 등장합니다.




토이스토리 1,2,3편에서는 친구를 강조했습니다. 새로운 친구와의 만남, 옛 친구와의 만남, 그리고 오랜 친구와의 이별이 영화의 큰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4편은 처음으로 친구가 아닌 자신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자신의 친구를 생각하고 위했던 우디는 처음으로 자신 마음의 소리를 들으려고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디는 다른 장난감을 구해서 앤디를 기쁘게 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그런 앤디가 더 크고 난 뒤에 새로운 친구 보니를 만나지만, 보니는 우디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고 우디는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친구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이었던 우디는 이제 스스로의 행복을 위한 선택을 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을 스스로 행복한 것입니다. 내가 행복하지 못하면, 다른 것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개비 개비가 그런 모습을 보여줍니다. 개비 개비는 누군가에 의한 선택을 기다렸지만 그 선택이 이뤄지지 않을 때는 더 큰 불행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개비 개비는 스스로 선택하였고, 그로 인해 개비 개비 또한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것입니다.



[토이스토리]는 픽사 애니메이션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픽사의 부흥을 가져온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면서, 애니메이션 역사에서도 상당히 의미가 있는 영화입니다. 픽사는 [토이스토리 4] 이후로는 속편을 제작하기 않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물론 모르는 일입니다. [토이스토리 4]가 제작된다고 했을 때, 3편의 완벽한 결말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지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4편은 그 이상의 결말을 보여줬습니다. 이 정도면 5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저의 리뷰는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다시 한번 [토이스토리]를 보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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