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스트] 리뷰
이 영화는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WHO IS THE BEAST?’
이런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영화가 선인과 악인의 경계가 불분명한 영화일 것입니다. 말은 쉽지만, 이런 인물, 상황을 만든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경계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는 좋은 평을 받게 됩니다.
영화의 내용은 희대의 살인범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형사 한수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로 범죄 스릴러의 분위기 제대로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들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장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의 분위기는 좋은 편입니다. 기존 범죄 스릴러 영화가 누아르 같은 느낌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흑백 필름의 거친 느낌이 나는 필터를 사용하고, 비가 많이 내리는 화면보다는 비교적 많은 색을 사용하면서 조금 톤이 업되어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비 대신에 안개 효과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말처럼 안개 너머에 보이는 것이 사람일지 짐승 일지 모른다는 영화의 내용과도 이어지는 부분으로 영화의 주제를 보여주기에는 적합한 환경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명의 톤 또한 기존 범죄 스릴러 영화에서 보여준 파란색 계열이 아닌 녹색 계열이 많이 섞여 있는 톤을 사용하면서, 기존 영화들과는 다른 모습 그리고 조금 더 신비한 느낌이 드는 기법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리고 인물의 시점 샷을 보여주는 방법 또한 단순 시점 샷이 아닌 어떤 영상 효과가 들어간 시점 샷을 통해 인물의 감정 상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효과들을 통해, 인물이 짐승이 되어 가는 이유 그리고 변해가는 과정 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시각, 청각의 감각들을 이용한 영화적 효과들은 나름 잘 먹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재미를 판단하는 요소 중 하나인 스릴 그리고 공포의 간접적인 체험이라는 점에서는 영화가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위해서 희생된 점들이 존재합니다. 가장 큰 단점은 소모적인 인물이 많다는 것입니다. 인물 스스로가 목적을 가지고 행동을 하다가 다른 인물과 부딪히는 느낌보다는 특정 인물의 걸림돌이 되기 위해 존재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의 죽음이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영화는 전혀 그 부분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즉,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서 설명을 제 때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영화의 후반부에 갈수록 점점 단점으로 작용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사건들의 정리가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설명을 하는 인물이 등장하든지 혹은 그 사건들을 하나로 묶는 큰 사건이 등장하든지 했어야 합니다. 여러 사건들이 만들어지고, 이 사건들이 하나의 연결고리로 묶여있는 것이 심증적으로는 이해가 되나, 영화 속 대사처럼 그것의 실체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없습니다. 이러한 단점은 클라이맥스 속의 어떤 상황에서도 등장합니다. 자세히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보신 분들이라면 약간 긴가민가 했던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심증적으로만 예측이 되는 부분입니다.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어떤 장치나 표현들이 조금이나마 등장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작은 의문이라도 생긴다면 인물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고, 이는 영화가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의 내용만 두고 본다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모습이나 그것을 보여준 배우들은 아주 칭찬하고 싶습니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이성민 배우가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그에 대한 칭찬을 하지 않을 분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것이 없습니다. 이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배우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바로 영화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리뷰의 맨 처음에 했던 말처럼 누가 짐승인지 알 수 없는 이 세상 속에서 짐승을 만든 것은 무엇이고, 그 짐승이 되는 과정에 대해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분적으로 그 연출이 과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영화의 단점이기도 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스릴러로써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는 상당히 긴장감이 잘 형성되어 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한데, 음악이나 연출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고, 스릴러에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결말에 대한 예측에 있어서도 비교적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영화의 첫 장면부터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대충 예상이 됩니다. 만약, 영화의 첫 부분을 보면서 해당 시퀀스에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예상이 맞았다면, 아마 결말 또한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예측이 맞았을 때, 그 관객분들이 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예상은 고스란히 이 영화의 평가와 직결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