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리뷰
한국에서는 [세상을 바꾼 변호인]이라는 이름으로 개봉한 On the basis sex는 루즈 베이더 긴즈버그의 실화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로 제작이 될 정도로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남자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을 못 받은 ‘모리스’의 변호인이 되면서 직접 변화를 위해 나서게 되면서, 1970년대 당시 미국의 연방법에서 남자와 여자가 법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연출한 ‘미미 레더’ 감독은 영화 [딥 임팩트],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를 연출한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여성 감독입니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모든 것]과 [인페르노], [로그 원] 등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펠리시티 존스와 [소셜 네트워크] 그리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올리버를 연기하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아미 해머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영화의 매력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이 영화의 특징은 여성인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영화의 주요 사건이 되는 재판의 내용은 남성의 역차별 문제라는 점입니다. 남녀가 다르게 적용되는 법에서는 남성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동안 다른 영화들이 보여준 영화들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저는 제목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영어 원제목과의 의미는 조금 달라졌지만, 이런 주제에 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들 때문에 자극적인 제목은 영화의 의도 자체도 흐리게 하여 영화가 보여주는 본질 자체를 흐리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런 제목을 만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상을 바꾼 변호인]이라는 제목도 그녀를 수식하는 말로는 괜찮은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좋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 자체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법리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를 다룰 때는 세세하게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문제의 본질과 과정에 대해 정확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영화가 이야기하려는 내용의 근거와 논리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영화는 상당히 구구절절하게 설명을 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영화는 대사가 많고, 법률적 용어가 많이 등장하여서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고 생각하고 본다면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이 영화가 보여주는 법리적인 싸움에 대한 이야기와 근거를 갖춰가는 그녀의 주장은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우리는 영화가 보여주려는 결론이나 그들이 제시하는 이상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그 근거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루스 또한 과거의 선례를 찾아보면서 과거의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했고, 어떤 판결이 내려졌는지에 대해 찾아봅니다. 하지만, 그것은 크게 도움이 안 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직접 보시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영화 속 인물들이 보이고 있는 태도, 그중에서도 남편인 마틴의 태도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어쩌면 영화 속 재판의 적절한 변호인은 마틴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변론에 더 많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는 단순히 하나의 재판이 아닌 성차별을 무너뜨릴 수 있는 하나의 시작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아내인 루스에게 재판을 맡긴 것이라 생각합니다.
루스 또한 단순히 주장만으로 이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장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근거와 사례 및 논리를 구축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와 노력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각성하게 만드는 인물이 그녀의 딸인 ‘제인’입니다.
제인은 어쩌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 속에서 그녀만이 받는 차별이라면 그녀는 계속 참아왔을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그녀가 불만이 있어도 크게 반항하지 못하고, 조금씩 순응하면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불만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하는 제인을 보면서 자신과는 다르다고 생각했고, 그런 제인이 성별 때문에 차별받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루스는 제인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이 영화는 결코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단순하게 여성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적인 이야기를 통해 성별에 따른 차별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법률적인 용어도 등장하는데, 대사도 많기 때문에 자막을 읽어야 하는 입장에서 자막을 읽는 것에 조금 버거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본질적인 문제까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일부 격한 의견을 표현하는 몇 명의 행동 때문에 그 뜻 전체가 매도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요즘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똑똑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판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지금의 나보다는 다음 세대에게 차별 없는 더욱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차별을 하였던, 당하였던 지금의 내가 아닌 나의 자녀, 다음 세대가 살아갈 세상에서는 성별에 의해 선택권이 차별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