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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Jun 27. 2019

꾸준함은 일상이 되어 있었다

작은 결심과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 지금의 일상

글이 생각보다 길어졌습니다.

긴 글이 싫으신 분들은 '진하게'처리되어 있는 부분만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저의 인생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을 하나만 고르라고 했을 때 

영화는 그 선택을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는 제 인생의 모든 것은 아닙니다. 




제가 처음 영화를 접한 것은 중학교 때입니다. 당시 친구와 처음으로 극장에 가봤습니다.

용산 랜드시네마에서 [우주전쟁]을 처음 보았습니다. 

극장의 첫 경험은 저에게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저의 인생을 영화의 길로 인도하지 않았습니다. 


저처럼 어느 한 분야에 오랜 기간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그런 특별한 계기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굳이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중학생 3학년이 된 해에 저는 하나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저는 공부와 전혀 안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공부를 못한 것은 아녔습니다.

상위 30% 안에 드는 학생이었고, 수학을 좋아해 수학교사를 꿈꾸던 아이였습니다.

그랬던 아이가 공부에 실증을 느끼기 시작하고, 공부를 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3월부터 인문계 고등학교는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특성화 및 전문계 학교를 많이 찾았습니다.

분야는 다양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컴퓨터 자격증 공부를 하고 관심이 있어서, 컴퓨터 관련 학과를 진학하려고도 했고

게임을 좋아했기에 프로게이머에 대한 꿈도 꾸었고,

나름 수학을 좋아했어서 상업계에 대한 꿈도 꾸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선택한 것은 영상계열이었습니다. PD가 되고 싶었습니다.


당시에 가장 유행했던 MBC 예능 [무한도전]을 보면서, 저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맞벌이를 하시던 부모님이 안 계시는 시간 동안은 TV는 저의 친구였습니다. 

덕분에 나이에 비해 조금 더 올드한 문화까지 자세히 알고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많은 프로그램을 본 덕분에 예능 프로에 대한 감각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나름의 자신감을 가지고 PD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영상에 대한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하게 되는 것은 영화에 대한 공부입니다. 

영상의 시작이 영화이기도 하지만, 영상을 구성에 대해 공부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영화입니다. 

CG나 편집의 효과가 많이 들어가는 방송에 비해, 영화는 비교적 쉽게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게 시나리오에 대한 공부 및 영화 전반에 대한 공부를 했습니다.

그때 했던 공부를 아직까지 써먹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영상 제작에 많은 흥미가 붙었습니다.

살면서 가장 열심히 무언가를 할 때가 그때였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학교에서 영상을 만들고

방학 때도 모여서 영상을 제작하는 등 

영상을 만드는 행위 자체가 상당히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3년 동안 방학을 포함하여, 거의 매일 학교에 갔습니다.


그리고 대학을 가고, 군대를 다녀오고 저는 대학을 자퇴했습니다. 

고등학교에 비해 자유롭지 못한 영상 제작 환경과 

쓰잘 때기 없는 선배들의 군기 

그리고 학교의 과목들이 저에게는 불만족스러웠습니다. 

유명한 학교는 아니었지만, 나름 대학이라는 시스템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전역 후 저는 극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극장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으니까요.

그때부터,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닥치는 대로 본 것 같습니다. 

그래서 2014년 이후로 개봉한 영화는 거의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때부터 본 영화가 살면서 본 영화의 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을 극장에서 일하면서, 많은 영화를 봐왔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 영화를 본 뒤에 감상문을 쓰기 시작할 때입니다.

작성을 하고, 당시 유행하던 미니홈피에 올린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선생님의 권유로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는 시작하게 된 것은 2008년이고, 해당 글은 아직도 볼 수 있습니다.


그 뒤로 종종 영화를 볼 때마다 감상을 남겨오다가, 전역 후 극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입니다.

종종 영화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이것을 해소할 곳이 없어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블로그는 지금 거의 5년째 영화에 대한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정기적으로 올리기 시작한 것은 거의 2년째 되어갑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제가 하고 싶은 영화만 올렸습니다.

그러다 보면, 업로드가 1달 동안 없기도 했습니다.

어떤 날에는 쓰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귀찮아서 안 하게 되는 날도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습니다.

보게 되는 모든 영화에 대해서 글을 남기자. 

짧더라도, 늦더라도, 한 마디라도 남기자.

그런데, 이 시도는 상당히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줄도 쓰기 어려웠던 글이 점점 길어지고, 이제는 너무 길어서 줄이는 지경에 다다랐습니다.

그리고 그 꾸준함 덕분에 글을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전에 조회 수 10을 넘기기 힘들었던 그때에 비해 지금은 

하루 방문자 수 600~900을 왔다 갔다 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총 방문자 수 50만 명 넘겼습니다.

덕분에 다른 플랫폼의 초대도 이뤄지고, 시사회 초대 및 의뢰, 그리고 약간의 부수입도 생겼습니다.


저는 꾸준함의 힘을 믿는 사람입니다.

고등학교 때 영상제작에 대한 꾸준함을 가지고 영상을 만들면서 여러 기회를 얻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사용되는 영상 제작에도 참여했고, 학교 행사 영상을 찍는 등 

고등학생으로서 경험하기 힘든 일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나름의 수입도 생겼습니다.

그때, 저는 느꼈습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공부를 하는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나의 능력으로 비치고, 그것을 통해 금전적인 것까지 따라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꾸준하게 영화에 대한 관심과 글을 써왔고, 지금은 습관이 되었습니다.

제목처럼 꾸준함으로 시작했던 일이 습관이 되었고, 그것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블로그, 브런치, 티스토리,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헤아려보면 제가 리뷰 하나를 작성하면, 각 플랫폼 구독자 수를 기준으로 하면 최소 100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에게 노출이 됩니다. 

그리고 종종 포털 메인에 글이 걸리게 되면, 하루 만에 1만 명의 조회수가 나오기도 합니다.


내가 쓰고 있는 글을 많은 사람들이 본다는 것은 무조건 좋은 일은 아닙니다.

칭찬보다는 비난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적당한 비판이나 비난 정도는 저도 인정합니다.

저에게 글을 쓸 자유가 있다면, 그분들에게도 글을 쓸 자유가 있고, 저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도가 심한 글은 제가 보지 않으려고 삭제를 합니다.


저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썼으니까, 여러분은 더 잘 쓰실 겁니다. 마음 편하게 의견을 남겨주세요.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초반에는 댓글에 답글도 잘 달았습니다.


하지만, 종종 나타나는 기분 좋지 않은 글에 댓글을 달고 싶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모든 댓글에 하트와 답글을 달아주던 저도 포기했습니다.

실제로 유튜버분들 중에 영화 유튜버 분들 보시면, 하트가 댓글을 잘 안 달아주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이는 영화의 내용에 대한 정치적 발언 혹은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이라는 이유로 욕설을 하거나

'그 정도는 나도 하겠다'라는 식의 발언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댓글로 짧게 자신의 글을 남기는 것보다 자신의 주장을 근거와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생각만 나고, 그 근거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고, 제품 리뷰와 달리 영화는 몇 가지 지표로 

비교 분석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주관적입니다.

때문에 취향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틀린 이야기를 할 때도 있기 때문에 어느 부분에서는 이런 점들을 감수하려고 합니다.

그래야 저도 발전하게 되는 계기될 것이니까요.


쓰다 보니 제목과 다른 글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항상 자전적인 글을 쓸 때는 처음 생각과는 다른 내용의 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이런 글을 쓸 때는 고민도 많이 하지 않습니다. 

이 글도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안 끊기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만큼 저에게 쌓여있던 것들이 많았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원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네이버 블로그 50만 뷰 돌파 및 유튜브 구독자 300명을 자축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지금은 네이버 블로그보다 브런치 조회수가 더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많은 플랫폼에 발을 걸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의 일상에 영화와 글쓰기가 이렇게 깊게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작은 결심이 꾸준함이 되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다짐이 일상이 돼버린 지금은

이 일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제가 스스로 움직이게 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언제까지 글을 쓰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생업을 위해 포기해야 할 수도 있고, 다른 관심사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뭐 하는데 까지는 해봅시다. 


지금까지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씩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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