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 스포일러 리뷰
로봇과 인간의 사랑이라는 이야기는 영화 및 여러 플랫폼을 통해서 많이 쓰인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들이 신기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머지않은 미래에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미래에 대한 궁금증과 걱정이 이러한 소재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조]에서는 자신이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던 로봇이 자신의 정체가 로봇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로봇 ‘조’를 만든 ‘콜’은 그런 조를 지켜보며, 감정을 쌓아갑니다.
이 영화는 분명 로맨스 영화입니다. 감독, 작가 및 영화의 스태프들의 대부분은 이전에 멜로 영화를 만들어오던 사람들입니다. 그만큼 영화가 보여주는 로맨틱한 분위기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이 로봇이라는 점을 빼놓고 보아도 영화는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그런 만큼 로봇들이 하는 고민들은 상당히 이질적으로 다가옵니다. 사람이 하지 않은 고민들을 하는 로봇들이 있습니다. 피부가 닳아서 고민이거나, 눈물이 없다는 등 사람이라면 크게 하지 않을 고민들을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는 점을 영화의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겉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은 내면의 모습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왔습니다. 인간만이 가지는 특징들인 감정들, 사랑 혹은 대인관계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어서, 로봇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영화 [조]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조금 흥미롭습니다. 로봇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 인간은 로봇과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을까요? 육체적인 쾌락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는 사랑까지도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거의 완벽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전혀 로봇 같지 않은 모습을 보임과 동시에, 자기 자신도 본인이 로봇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의사소통, 감정적인 공유 및 표정 등 모든 것들이 인간과 동일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 인물이 로봇이라는 영화의 설명이 없다면 전혀 구분하지 못할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회사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로봇은 인간을 사랑할 수 있고, 로봇은 인간을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고, 상처 주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못 믿겠다면, 눈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습니다’는 이야기까지 합니다.
저는 눈을 통해, 로봇과 인간을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본래, 동양에서는 눈에 영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서양권에서는 입을 조금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때문에 입이 없는 헬로 키티가 서양권에서는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신체 기관 중 가장 신기하면서도, 경이로운 기관은 눈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거울을 통해 눈을 자세히 본 적이 있으십니까? 눈을 자세히 보면, 홍채가 보입니다. 이 홍제의 모습은 상당히 이질적이면서도 신기한 느낌을 줍니다. 때문에 로봇이 이러한 부분까지는 재현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이 로봇과 인간을 구분하게 되는 가장 큰 차이가 된 것이죠.
영화의 주인공인 콜은 조를 테스트한다는 명목으로 조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조와 점점 가까워집니다. 자신이 만든 로봇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조에게 점점 이성적인 끌림을 느낍니다. 물론, 로봇이라는 점이 돌부리처럼 조금씩 걸리적거리는 부분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돌부리는 전혀 예상이 못한 걸려 넘어져서 우리에게 상처를 줍니다.
조가 교통사고를 당하자, 콜은 그녀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현실을 자각하게 됩니다. 겉모습과 생각은 인간에 가깝지만 그녀의 신체기관은 우리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죠. 그때, 실감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알고 있지만, 크게 인지하지 못하는 점들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단점을 다 감싸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콩깍지가 벗겨진 이후에는 장점조차 단점으로 보이는 경우가 생기는 것처럼 말이죠.
콜은 조가 로봇이기 때문에 더욱 편하게 자신을 의지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본인이 로봇을 그렇게 만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콜은 본인이 본인의 상처를 만들었습니다. 모든 것을 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콜은 조의 진짜 모습과 마주했을 때, 그 모습을 외면하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멀리하게 되었고, 이런 이들의 결핍을 채워주는 수단으로 본인들이 만들던 사랑에 빠지게 되는 약을 선택합니다. 이 약은 낯선 이성이라도 잠시나마 사랑하게 만들어주는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 약을 통해서, 사랑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잠깐의 결핍은 채워줄 수 있으나, 하룻밤의 사랑이 아닌 본질적인 것을 채울 수 없습니다.
그렇게 콜은 조를 다시 찾아가지만, 조는 콜은 잊은 듯합니다. 어쩌면, 콜은 조에게 상처를 준 것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보듬어주고, 품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콜의 변화는 조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아직 잊지 못하였지만, 잊었다고 말하는 조는 콜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기 때문에 콜을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콜이 만나게 된 조의 2세대는 더 완벽해졌다고 하지만, 왠지 모르게 더 인공적으로 느껴집니다. 그 이유는 인간 자체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완벽한 사람을 볼 때면, 사람 같지 않다는 표현을 하는 것처럼 로봇 또한 너무 완벽한 모습은 사람들이 정을 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조의 1세대 모습처럼, 조금은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그 부족한 모습을 서로 채워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더욱 행복하고, 서로에게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고 느끼게 되는 하나의 장치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무엇일까요? 사람이 아닌 로봇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리 훌륭해 보이는 않을 것입니다. 사랑했던 사람의 빈자리는 비슷한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특이하게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이상한 고집이 있습니다. 왜 사람은 이상한 것에 고집을 부리는 것일까요?
아마 그것은 자신의 삶에서 그 사람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아서 일 것입니다. 연인과 헤어진 뒤에 그 사람의 사진을 지우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등장하지 않아도 어떤 장소나 음식의 사진을 볼 때면 함께했던 그 사람이 떠오르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은 자신의 삶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우려고 한다면, 삶의 많은 부분의 기억을 지워야 하기 때문에 그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이런 내용의 영화가 보고 싶다면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을 추천드립니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기억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 같다는 조의 과거 기억처럼 우리도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연인과의 기억들이 조금씩 남아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